민간에 업혀가는 문화체육관광부

문화를 바라보는 잘못된 시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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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슬기(kingka8789)등록 2013.10.28 15:06
한국에 서양음악을 전파한 음악가로 알려진 홍영후, 우리에게는 홍난파라는 이름으로 잘 알려진 음악가가 있었다. 이 음악가에 대해 우리는 친일인명사전에 이름이 오른 친일파로 알기보다는 수많은 곡을 통해 교과서에 이름을 올린 위대한 사람으로 기억하는 것에 더 익숙하다.

홍영후는 일본 우에노 음악학원에서 유학한 후 한국으로 돌아와서 '신조선음악론'을 제시하며 조선의 전통음악을 미개한 음악으로 깎아내리기 시작한다. 조선의 전통음악은 서양의 음악처럼 화성이 없으므로 미개하므로 버려야 하고, 서양의 음악을 빨리 받아들여야 한다고 말한다. 역사 논쟁이 한창인 요즘 식민지 근대화론이라는 황당한 주장을 하는 사람들의 문화 버전이라고 보면 될 것 같다. 서양 문화에 대한 사대주의적 굴종은 참으로 안타까운 모습이다. 자유로워야 하는 문화의 영역에 뒤틀린 시각은 이처럼 일본 제국주의 시대부터 시작된다. 

한국의 식민경험은 제국주의 시절 다른 제3세계의 식민 경험과는 좀 다른 부분이 있다. 대부분 나라는 서구 제국주의 국가들에 직접 식민통치를 당했지만, 우리는 서구의 영향을 먼저 받은 '이웃 아시아 국가'의 식민지가 된다. 보통의 식민 경험이 있는 국가들은 서구에 대한 반감이 매우 높다. 서구를 대립과 투쟁의 대상으로 보는 것이 일반적이다.

하지만 한국의 독특한 식민 경험은 서구에 대한 다른 인식을 낳았다. 일제 통치 이전 있었던 신미양요나 병인양요와 같은 서구의 침략은 쇄국정책과 함께 역사 속에 스쳐 지나갔고 36년간의 일제 식민 경험이 강한 아픔으로 남아 있다. 그리고 맞이한 해방은 서구 연합군에 의한 결과물이었고, 뒤이어 발생하는 6.25 전쟁과 경제발전 역시 서구의 도움으로 진행된다. 서구에 대한 역사적 경험 없이, 다시 말하면 냉정한 검증 없이 서구는 우리에게 동경과 구원의 존재가 된다. 

선진화된 서구와 후진국인 한국의 대비를 지난 100년간 처절히 경험했다. 그들이 제공한 교육과 종교 등의 문화적 토대는 현재의 한국을 있게 해준 원동력이며 서구의 야만을 지우는 효과적인 도구였다. 서구 특히 미국에 대한 열렬한 선호에서 우리는 일본이라는 국가에 대한 적대감만 남기고 제국주의가 우리에게 남겨둔 잔재들을 제대로 청산하지 못한 채 살아가고 있다.

우리나라에는 구석기가 없었다는 황당한 주장, 신라의 금관이 시베리아 샤머니즘에서 유래된 것에 불과하다는 주장 같은 것도 모두 우리의 전통문화를 헐뜯는 일본의 주장이다. 한국의 전통을 말살하기 위해 역사와 문화를 날조하던 일본의 주장이 보편적인 상식 혹은 한국인들의 상당수가 주장하는 이론이 된 것은 청산하지 못한 일제의 잔재다. 대한민국 발전을 가로막는 심각한 장애물이다.

이웃 아시아 나라의 지배를 받았던 과거에서 우리가 극복해야 할 것은 두 가지가 있다. '전통문화의 복원'과 '오리엔탈리즘의 극복'이 그것이다.

하지만 한국사회의 발전과정에서 이 두 가지는 거의 존재하지 않았다. 80년대 군부독재 시절, 교사들이 한국 전통문화를 가르쳤다고 잡혀가던 일이 있었다는 사실은 이를 증명한다. 전통문화가 불온한 사상이라는 인식은 해방 이전의 역사를 끊어내고 해방 이후에 새로 역사를 쓰고 싶은 친일파들의 사회 인식 수준이다. 친일과 그의 잔재인 군부독재를 지나오면서 홍난파의 '신조선음악론'은 그 본질이 유지되고 있다.

문화와 역사는 정치적 치부를 덮기 위한 수단이다. 지배체제를 공고히 하기 위한 도구였다. 국가가 철저히 통제하는 문화정책으로 인해 5천 년의 찬란한 전통은 단절되었고 이제 21세기 한국의 젊은이들은 전통문화를 익숙하게 생각하지 않는다. 바로 이 지점이 문화체육관광부가 존재해야 하는 이유가 된다. 

문화체육관광부의 홈페이지에 보면 기관소개 첫 줄에 '고유한 문화전통을 계승, 발전시키고'라는 문구가 나온다. 우리의 뒤틀린 역사와 문화 관점을 되돌려야 한다는 점을 정확히 인식하고 있는 듯하다. 국외에 있는 10만여 점의 한국 문화재를 계속 조사하여 국민들에게 홍보하고 찾을 건 찾아올 것만 같다. '찬란한 반만년의 역사'라는 표현만 반복하여 읊을 것이 아니라, 수많은 고전을 영어를 비롯한 여러 언어로 번역해서 세계에 알릴 것만 같다. 한류 열풍을 기회 삼아 한국의 전통문화를 세계에 알리고 각국의 박물관이나 전시관에 한국 문화를 소개할 것도 같다.

하지만 전통문화를 폄하하며 오리엔탈리즘에 빠져있는 한국의 정부는 이런 일에 큰 관심이 없다. 임마누엘 페스트라이쉬 경희대 교수는 "한국의 훌륭한 전통을 영어로써 해외에 알려야 한다. 현대적인 한국 이면에 있는 전통의 노하우를 보여줘야 한다"고 말해 한국 정부와 정부 출연 단체들의 방향성을 잘 지적한다. 

국립중앙박물관이 지난 10여 년 동안 사들인 한국 문화재는 36억 원에 불과하지만, 외국 문화재를 사는데 들인 금액은 7년간 136억에 달한다. 해외 소재 한국 문화재에 별 관심이 없다는 뜻이다. 한국 고전들의 번역률은 0.03%에 불과하며 외규장각 반환문제로 떠들썩했던 프랑스에 있는 아시아 전문 박물관에 한국 전시품의 비중은 일본과 중국보다 월등히 낮은 15%에 불과하다. 기념품 관에는 일본 상품이 90% 이상을 차지하고 있지만, 한국은 도서만 몇 권 방치된 것이 현실이다. 국보 제1호라는 숭례문의 복원에는 벌써 하자가 발생하기도 했다. 전통문화의 계승과 발전에는 전혀 관심이 없다. 지난 정권 때 추진하던 한식 세계화의 사례처럼 문화는 그저 국가 권력이 자신을 포장하기 위해 사용하는 도구일 뿐이다. 

현오석 경제부총리는 지난달 "뽀로로와 강남스타일을 새로운 수출산업으로 키워야 한다"로 말했다. 문화체육관광부를 비롯해 한국인터넷진흥원, 콘텐츠진흥원 등의 문화 관련 기관들은 국가가 나서서 한류를 상품화하여 수출하는 데 혈안이 되어 있다. 대중문화가 K-POP만 있는 것도 아닌데 국가가 거대 민간 자본이 알아서 잘 진행하고 있는 문화 산업 진출에 보조금을 조금 주며 업혀가는 문화정책이 현재 문화정책의 핵심이다.

SM엔터테인먼트에서 파리 공연을 했을 때 한국 언론의 보도는 가관이었다. '유럽 정복'이라는 단어까지 등장하며 이제 한국의 문화 자본이 미개한 동남아는 물론이고 우리가 동경하던 서구도 이제 발밑에 놓게 되었다는 식의 뉘앙스였다. 싼값에 해외에 가발 팔고 신발 팔던 산업사회 관점으로 감성교류가 필요한 문화도 똑같이 접근하고 있다.

문화는 드라마나 음반 몇 개 파는 장사가 아니다. 다른 국가의 사람과 나를 알리고 상대를 이해하는 소통의 과정이다. 상대의 마음을 얻기 위한 노력은 방관한 채 서구의 기존 문화를 모방한 현재의 한류만 따라가는 정부 정책, 자발적이고 자생적인 문화를 상실한 채 자본이나 권력으로부터 주입받는 문화산업에 익숙한 우리의 모습은 모두 20세기를 극복하지 못한 역사의 결과물이다. 

"나는 우리나라가 세계에서 가장 아름다운 나라가 되기를 원한다. 가장 부강한 나라가 되기를 원하는 것은 아니다. 내가 남의 침략에 가슴이 아팠으니, 내 나라가 남을 침략하는 것을 원치 아니한다. 우리의 부는 우리 생활을 풍족히 할 만하고, 우리의 힘은 남의 침략을 막을 만하면 족하다. 오직 한없이 가지고 싶은 것은 높은 문화의 힘이다. 문화의 힘은 우리 자신을 행복하게 하고, 나아가서 남에게도 행복을 주기 때문이다. 나는 우리나라가 남의 것을 모방하는 나라가 되지 말고, 이러한 높고 새로운 문화의 근원이 되고, 목표가 되고, 모범이 되기를 원한다. 그래서 진정한 세계의 평화가 우리나라에서 우리나라로 말미암아 세계에 실현되기를 원한다."

백범 김구 선생의 소원이 절실히 다가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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