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론, 그 뜨거운 현장 속으로!

인터넷 커뮤니티 사이트 일간베스트의 존폐를 둘러싼 대학생들의 열띤 토론 현장.

검토 완료

홍나현(freeman1995)등록 2013.11.15 17:57
  지난 주 금요일, 인하대학교 하이테크 대강당에서 내가 소속되어 있는 언론정보학과의 시사토론학회인 '숭어리'의 여섯 번째 학회제가 열렸다. 토론학회인 만큼 손님들을 모셔놓고 라이브로 토론을 진행해야 하는 것에 대해 학회원 모두 긴장된 모습을 보였다. 나 역시 토론하는 모습을 학회원이 아닌 다른 누군가에게 보여준 적은 이번이 처음이었기에 토론을 잘 이끌어 나갈 수 있을까 걱정이 됐다. 하지만 한편으로는 지금까지 공부하고 연습한 모든 것을 동기들과 선배들에게 선보일 생각을 하니 걱정보다는 설렘이 더 컸다.

이번 학회제에서 다룰 우리의 토론 주제는 '인터넷 커뮤니티 사이트 일간베스트(이하 일베)는 폐쇄되어야 하는가'이었다. 작년부터 사회적으로 문제시 되어왔고, 대중들 사이의 뜨거운 감자인 '일베'라는 사이트의 존폐에 대해 이야기 하고, 더 나아가 우리나라 인터넷 문화 전반으로 논의를 확장시켜 인터넷 상의 표현의 자유에 대한 열띤 토론을 진행하였다.

준비한 오프닝 영상이 끝나고 토론팀이 무대 위로 올라가 자리에 착석했다.
"폐쇄 찬성팀 부터 모두발언 시작해주세요." 토론의 시작을 알리는 사회자의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우린 각자의 주장을 서로에게, 관객 분들에게 피력했다.

내가 속한 팀은 일베 폐쇄를 찬성하는 팀이었다. 우리 팀은 먼저 일간베스트가 지난 1년간 방문자수가 4배 이상 증가, 동시접속자수는 3만 명 이상에 달하는 거대한 커뮤니티 사이트로 발전했으며, 규모가 커진 만큼 그 안에서 사용되는 과격한 용어나 일부 잘못된 사상들이 아직 가치관이 정립되지 않은 청소년들에게 악영향을 줄 수도 있음을 주장했다. 그 근거자료로 한국인터넷윤리위원회가 경기도내 중고등학생들을 상대로 실시한 설문조사에서 일베 사이트에 게재된 잘못된 역사를 사실로 믿는 청소년들도 33.71% 에 달한다는 사실로 주장을 뒷받침했다.

하지만 폐쇄를 반대하는 상대 팀은 "일베에 퍼져있는 그들만의 사상들이 잘못되었다고 판단할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그들이 왜 그런 사상을 가지게 되었는지 제대로 된 원인을 분석해보지도 않은 채 무작정 폐쇄를 운운하는 것은 꼬리자르기식 미봉책에 불과하며 인터넷 전반의 문화를 위축시킬 수 있는 위험한 처사가 아니냐"며 반박했다.

그렇게 한치의 양보도 없었던 토론이 막바지에 다다르자 양측은 최종발언을 통해 관객들에게 마지막으로 우리 의견을 관철시키려고 했다. 먼저 최종발언을 한 폐쇄 반대팀은 "개개인의 처벌을 통해 조금씩 규제를 해나가는 것과 사이트를 폐쇄함으로써 아예 입을 막아버리는 것은 엄연히 다른 처사다. 사이트를 폐쇄를 통해 일베 회원들의 표현의 자유를 억압하는 것은 민주주의에 역행하는 선례가 될 수 있으므로 폐쇄보다는 사회구조적인 문제의 해결이 우선시되어야 할 것이다" 라는 말을 끝으로 자신들의 주장을 끝맺었다. 이와 반대로 폐쇄 찬성팀은 "일베라는 사이트와 다른 사이트의 분명한 차이를 간과해서는 안 되며, 개인의 처벌이 이루어지고 있는 시점에도 끊임없이 발생하는 문제들을 더 이상 지켜볼 수 없다. 우리는 사이트 폐쇄가 민주주의를 훼손할 수 있는 위험한 조치가 아닌 인간의 존엄성 실현이라는 명목 하에 더 건전한 인터넷 문화를 만들기 위한 시작점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라며 주장을 끝맺었다.

이번 학회제 에서는 토론이 끝나고 관객들의 투표를 통해 승패를 가르는 흥미진진한 이벤트도 진행됐다. 승리의 영광은 근소한 차이로 폐쇄 찬성팀이 차지하게 됐다. 내가 속한 찬성팀은 승리의 기쁨과 함께 토론을 무사히 잘 마쳤다는 안도의 미소를 띠었다. 처음엔 딱딱하게만 느껴졌던 토론을 직접 해보고, 사람들 앞에서 보여준다는 게 정말 재밌고 뜻 깊은 시간이었다고 생각한다. 또 무엇보다도 토론을 통해 내가 누군가의 마음을 움직일 수 있다는 사실에 벅차올랐고 내년 일곱 번째 학회제 역시 성공적으로 개최하리라는 다짐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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