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설국열차'로 본 우리시대의 자화상

설국의 눈은 녹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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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정현(rb100)등록 2013.11.27 14:59

설국열차 설국을 달리는 설국열차 이미지 ⓒ 영화 설국열차


빙하 속을 혼자 달리도록 설계된 '설국열차'는 어차피 한사람의 생명유지를 목적으로 한 지독한 죽음의 열차이다. 세상이 얼어붙을수록 설국열차는 거칠고 세게 달려야 한다.

설국열차 안은 또 어떤가?
꼬리칸의 꼬리 칸은 생존을 위해 저당된 살인과 인육이 용인되고,
바퀴벌레 육질로 만든 단백질 덩어리로 생명을 유지할 뿐이다.
그렇다고 앞 칸은 어떤가?
인공적으로 숲과 자연을 가공해 놓고, 왜곡된 교육으로 자녀를 가르치고, 선택받은 이들의 환락에 젖어 있다. 이런 모든 것들은 설계자의 숭배를 위해 나열된 구성품일 뿐이다.
애초부터 '설국열차'는 승객의 생명을 위한 '구원열차'는 아니었다.

하필 왜 지금 이 시국에 '설국열차'는 나타나 얼어붙은 설국을 달리고 있을까?
열차는 일점일획도 외부와의 소통이 없다.
법은 열차의 질서 유지를 위한 규율일 뿐 정의보다 감시와 통제의 수단이다.
뉴스는 필요도 없고 알림 방송만으로 족하다.
모든 사람들은 한 곳의 지시에 의해 움직이고 정당화 된다.
꼬리 칸 사람들은 열차 속도유지를 위해서라면 어쩌면 없어야 더 좋을 귀찮은 존재다.

그러나 지금 금 달리고 있는 거친 설국열차는 눈이 녹고 있는 줄은 모른다.
누군가는 벌써 눈이 조금씩 녹고 있다는 사실을 눈치 첸 상태다.
눈이 녹으면 설국열차는 이제 그만 어딘가에 멈춰서야 한다.
설국열차는 말그대로 설국에서만 달릴 수 있다는 사실을 열차 스스로도 알고 있다.
그러기에 열차는 더 거칠게 앞만 보고 달리는 지 모른다.

열차가 빙하 속을 뜷고 거칠게 달리는 지금 이순간에도...
눈은 조금씩 조금씩~
그렇게 녹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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