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산 vs 포항' 역대 최고의 동해안 더비가 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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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형철(stron1934)등록 2013.11.28 18:17
1998년 K리그 플레이오프를 기억하는가? 당시 플레이오프에서는 정규 리그 2위를 기록한 울산 현대와 준플레이오프에서 전남 드래곤즈를 승부차기 끝에 5 : 3으로 꺾으며 플레이오프에 진출한 포항 스틸러스가 맞붙었다. 동해안의 영원한 라이벌로 당시에도 유명했던 두 팀은 플레이오프 1, 2차전에서 역사에 길이 남는 명승부를 펼치며 축구 팬들 모두 잊지 못할 경기를 만들었다.

포항 홈에서 열린 플레이오프 1차전에서 선제골을 넣은 주인공은 울산 현대의 정정수였다. 하지만 후반이 시작되자 포항의 김명곤이 코너킥 기회를 살려 짜릿한 동점골을 터트렸고, 여기에 89분 포항 최문식의 골까지 터지면서 승부는 포항의 승리로 점쳐지는 듯 했다. 하지만 2 : 1로 리드를 내주며 추가 시간에 접어든 상황 속에서도 울산의 선수들은 포기하지 않았다. 93분, 김종건이 멋진 헤딩골로 기적적인 동점골을 뽑아내며 2 : 2 원점을 만들었다. 울산 선수들과 팬들은 환호했고, 포항의 벤치에서는 다 잡은 승리를 놓친 아쉬움이 느껴졌다. 하지만 모두가 포기하고 있던 96분, 포항의 백승철이 먼 거리에서 찬 중거리 슛으로 결승골을 터트리며 기적적인 3 : 2 승리를 이끌었다. 추가시간에만 두 골이 터진 1998년 플레이오프는 1차전만으로도 충분히 명경기로 회자될 수 있는 경기였다. 하지만 3일 뒤, 이보다 더한 2차전이 찾아왔다.

울산 홈에서 열린 2차전에서 양 팀은 후반 71분, 85분에 골을 넣으며 1 : 1 동점을 기록하고 있었다. 이대로 끝난다면 포항이 1승 1무를 기록하며 챔피언 결정전에 진출할 수 있었다. 하지만 종료 직전인 후반 90분, 울산은 마지막 프리킥 기회를 얻었고, 골키퍼 김병지까지 올라오는 등 최후의 방법을 사용했다. 그리고 김현석이 프리킥을 차올린 그 때, 김병지는 하늘 위로 높이 뛰어올라 자신에게 온 공을 그대로 골문 안으로 꽃아 넣었다. 종료 직전 극적으로 터진, 그것도 필드 위에서 골키퍼가 넣은 엄청난 골이었다. 패색이 짙어지던 때, 김병지의 골로 분위기의 전환점을 맞은 울산은 오히려 위축되어버린 포항 선수들을 상대로 승부차기 끝에 4 : 1로 승리하면서 극적인 챔피언결정전 진출 티켓을 따냈다. 이 경기는 아직도 동해안 더비 최고의 명승부, 역대 최고의 K리그 명경기로도 꼽히고 있다.

그리고 15년이 지난 2013년, 두 팀은 다시 중요한 길목에서 마주쳤다. 이전과 달리 플레이오프도, 챔피언결정전도 아니지만 일반적인 스플릿 리그 속에서 사실상의 챔피언결정전이 되어버린 시즌 마지막 경기에서 맞부딪히게 되었다. 이 경기에서 이기는 자가 K리그 클래식의 트로피를 번쩍 들어 올릴 수 있다. 양 팀의 우승과 역사, 명예, 자존심이 걸린 이 올 시즌 마지막 경기는 벌써부터 역대 최고의 명경기가 될 향기가 모락모락 피어오르고 있다. '황선대원군' 황선홍 감독의 '스틸타카'냐, '호멘' 김호곤 감독의 '철퇴축구'냐. 누가 챔피언의 자리에 오를 지는 모두 이 마지막 승부 단, 한 경기에서 결정된다.

#. 11월 27일, 양 팀에겐 무슨 일이 있었나?

11월 27일, 울산은 포항을 상대로 무려 5점차로 달아나 있었다. 자력으로 남은 2경기에서 승점 2점만 확보하면 우승이 확정되는 지라 대부분 울산의 우승을 예상했다. 11월 27일, 포항은 서울과의 경기에서 반드시 승리하고, 울산이 부산을 상대로 비기거나 패해야만 시즌 마지막 경기인 동해안 더비에서 실낱같은 희망이라도 잡아볼 수 있었다. 울산이 부산을 상대로 이기기만 하면 울산의 우승이 확정되는 지라 우승의 기운은 분명 울산에 가까워보였다.

두 팀 중 가장 먼저 경기를 치렀던 팀은 포항 스틸러스다. 포항은 포항 종합운동장에 야간 조명 시설이 없는 관계로 평일 경기도 주간에 경기를 치러야 했다. 정말 이른 시간인 오후 2시에 서울과 맞부딪힌 경기에서 선제골을 터트린 주인공은 최근 한 건 이상을 꼭 해주고 있는 포항의 신예 '김승대'였다. 김승대의 골로 탄력을 받은 포항은 비록 10분 뒤, 데얀에게 PK골을 내줘야 했지만 이후 다시 전열을 가다듬고 노병준이 두 골을 터트리면서 3 : 1 승리를 확정지었다. 포항은 일단 승점 3점을 챙겼으니 이후 펼쳐지는 울산과 부산 경기의 상황을 기다려 봐야하는 입장이 되었다.

저녁 7시 30분, 울산은 부산 아시아드 경기장에서 부산 아이파크와 맞대결을 가졌다. 사실 울산 팬들 사이에서도 이 경기를 앞두고 우려의 목소리가 있었다. 상대가 K리그 클래식의 스토리메이커 '윤성효' 감독이기 때문이다. 항상 리그의 스토리를 다시 쓰는 윤성효 감독이 울산이 이대로 쉽게 우승하도록 내버려두진 않을 거라는 우려였다. 하지만 전반 초반부터 이정호의 실수로 하피냐의 골이 들어가면서 울산은 사실상 경기의 승기를 잡는 듯 했다. 거기에 부산 선수들이 울산의 튼튼한 수비벽을 상대로 잇달아 고전하면서 울산은 이대로 리드만 지키면 우승을 확정지을 수 있었다.

그러다보니 후반전에는 전반에 비해 울산이 자기 진영에서 지키는 플레이를 우선시하는 듯 보였다. 하지만 후반 68분, 한 번의 프리킥 기회가 찾아왔고, 부산 수비수 이정호는 박종우가 차올린 프리킥을 그대로 골문 안으로 꽃아 넣으며 자신의 실수를 만회했다. 그동안 울산의 수비벽을 뚫지 못하던 부산은 단 한 번의 프리킥 기회를 골로 성공시키며 경기의 흐름을 완벽히 뒤집었다. 그리고 울산 선수들이 당황하며 밸런스를 유지하지 못하던 후반 89분, 김치곤의 다리를 맞고 오른쪽으로 흘러간 공이 파그너에게 연결되며 통렬한 결승골로 이어졌다. 울산의 승리가 가까워지던 경기는 프리킥 기회를 살린 이정호의 동점골과 함께 분위기가 완전히 전환되며 결국 부산이 울산을 상대로 2 : 1 역전승을 거두는 결과를 만들었다. 시즌 마지막 경기를 승리로 장식해 열광의 도가니에 빠진 부산 팬들 사이에는 더 열광적으로 환호하는 다수의 포항 팬이 존재하고 있었다.

여기에 설상가상으로 김신욱과 하피냐는 이 날 경기에서 경고를 받아, 경고 누적으로 다음 경기에 출전할 수 없게 되었다. 다음 경기는 시즌 마지막 경기인 포항과의 동해안 더비. 사실상의 챔피언 결정전에서 주축 공격수 두 명을 모두 잃게 된 울산은 전력 누수를 피할 수 없게 되었다. 11월 27일 하루에 열린 두 경기의 내용으로 인해 포항은 울산을 단 2점차로 따라잡고 골득실의 차이도 +3으로 좁혀놓아 시즌 마지막 경기인 동해안 더비에서 모든 것이 결정되는 역대 최고의 스토리를 만들었다.

#. 포항, 최근 상승세 동안 보여준 경기력을 그대로 이어와야 한다.

최근 포항의 기세는 엄청나다. 10월 9일, 부산 전 무승부 이후 5경기 연속 승리를 거두며 5연승을 달리는 중이다. 포항의 신예 김승대가 중요할 때마다 한 건 이상을 해주고 있고, 맏형 노병준과 꾸준맨 이명주, 고무고무 열매 고무열 등 최근 포항이 꺼내들고 있는 4-2-4(4-2-2-2) 전술에서 공격 쪽에 포진하는 4명의 선수의 파괴력은 그야말로 일품이다. 최근 포항은 가을이 끝나자 가을 전어 박성호를 기다렸다는 듯이 제외하고, 위에 언급한 4명의 선수들을 일종에 포톱 형식으로 기용하며 공격 전개의 파괴력을 높이고 있다.

상대 팀인 울산은 튼튼한 수비벽을 자랑하는 팀이다. 비록 부산 전에 패하긴 했지만, 그 전까지 6연승을 달릴 수 있었던 강점 중 하나는 바로 공간을 내주지 않는 튼튼한 수비벽이었다. 하지만 포항은 선수들의 라인 간격을 좁힌 상태에서 빠른 패스 전개를 통해 상대 수비 라인을 무너뜨리고 공간을 창출할 수 있는 몇 안 되는 팀 중 하나기 때문에, 아무리 울산의 튼튼한 수비벽이라도 포항의 패스 플레이를 막아내기에는 분명 어려움을 겪을 것이다. 포항은 지금 상승세를 타고 있는 경기력을 그대로 유지하며, 특유의 빠른 패스 전개를 통해 상대 수비 라인을 무너뜨리고 기습적인 공간을 잘 활용하는 것이 이 날 경기의 포인트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수비라인에서 김대호의 결장이 조금은 아쉬운 상황이다. 주전 왼쪽 풀백으로 좋은 활약을 이어가던 김대호는 아쉽게도 서울 전 경고를 받아 경고 누적으로 다음 경기에 출전할 수 없는 사태다. 김대호가 빠지게 되면 김원일이나 김광석을 왼쪽 풀백으로 돌리고, 기존 센터백 자리에 김형일을 주전으로 기용하는 방법을 쓸 수 있으나 경기 당일 황선홍 감독의 선택이 어느 방향을 향할 것일지는 지켜봐야 할 전망이다. 김대호의 빈자리를 메우고, 수비력이 두터운 울산을 상대로 4명의 공격진이 기존 상승세를 유지하는 것이 동해안 더비를 앞둔 포항에게 가장 중요한 요소가 될 것이다.

#. '김신욱-하피냐 결장' 울산, 분명 이빨 없는 호랑이 됐다.

울산에서 미친듯한 활약과 최고의 궁합을 보여주던 영혼의 투톱. '김신욱-하피냐' 투톱이 두 명 다 나오지 못하는 지금의 상황은 울산에겐 대단히 치명적이다. 두 명 중 한 명이 빠져도 울산의 공격엔 마이너스 요소가 큰데, 공격진의 대부분을 책임지고 있던 두 명 모두가 결장하게 되니 이 구멍을 어떻게 메워야 할지가 울산에겐 최대의 고민거리다. 남은 선수 중 그나마 팬들에게 믿음을 얻는 까이끼와 박용지는 부상으로 인해 이 날 경기 출전이 불투명한 상황이다. 결국 호베르토, 한상운 두 명이 투톱을 구성해야 한다. 어떤 선택을 하느냐가 이 날 경기의 대단히 중요한 요소가 될 것이다.

울산은 최근 6연승 후, 부산에 돌발 일격을 당했다. 특히 경기 중엔 이정호에게 동점골을 허용한 이후 선수들의 당황한 기색이 역력해보였다. 페이스를 잃은 선수들은 자신들의 플레이를 충분히 펼치지 못했고, 결국 무너져버린 수비 밸런스로 인해 후반 마지막엔 파그너에게 역전골까지 허용해야 했다. 이런 점은 분명 다음 경기를 앞두고 보완해야할 점이다. 포항과의 시즌 마지막 경기는 우승이 걸려있는 만큼, 선수들도 큰 부담을 안고 뛰게 될 경기다. 그리고 양 팀 모두 전력이 강한 만큼, 어느 팀이 언제 어디서 선제골을 넣어도 이상할 게 없는 경기다. 설령 울산이 먼저 선제골을 허용하게 되더라도 부산 전 때처럼 선수들이 제 페이스를 잃게 되는 경우는 없어야 한다. 상황이 어찌되건 집중력을 잃지 않고, 자신들의 플레이를 90분 동안 펼치는 모습을 보여주는 것이 울산에겐 중요하다. 밸런스를 잃고 페이스를 잃게 되면 역전할 수도 있는 상황이 더 좋지 않은 상황으로 이어질 수도 있다는 걸 선수들은 꼭 명심해야한다.

또한 부산 전 패배로 인해 침체된 분위기는 하루 빨리 회복해야 한다. 보통 오랫동안 연승을 달리던 팀이 한 번의 패배 이후 줄곧 하향세로 이어지는 것은 축구에서 볼 수 있는 흔한 사례 중 하나다. 이 중요한 시기에 울산이 패배를 떨치지 못하고 갑작스런 슬럼프에 빠지게 된다면 큰 문제다. 하루 빨리 패배를 잊고, 다가오는 포항과의 경기를 위해 다시 결의를 다잡는 것이 필요하다. 김신욱-하피냐의 공백을 어떻게 메울지, 선수단의 분위기를 어떻게 회복할 지가 동해안 더비를 앞두고 있는 울산의 가장 중요한 요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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