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돌아온 공안 말뚝 - 거꾸로 돌아가는 덕수궁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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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성균(jsolnam)등록 2013.12.07 16:05
다시 돌아온 공안 말뚝 - 거꾸로 돌아가는 덕수궁길

최근  덕수궁길을 서울시에서 보행자중심의 보차공존도로에서 차량중심의 보차분리도로로 바꾼 것에 대해 논란이 많다. 서울시에서는 이와 같은 행정편의를 위한 길, 차량을 위한 길로 바꾸고자 하는 노력은 여러 차례 있었다. 지난 11월 28일 오마이뉴스 덕수궁길 사괴석 제거에 관련된 기고에 이어 덕수궁길 보안말뚝에 대한 견해를 밝히고자 한다.
덕수궁길 차도 양쪽에 세운 야구방망이 모양의 말뚝은 당시 서울시청사 공사기간 동안 서울시장이 길 남쪽의 서울시청 별관에 머물렀을 때 서울시에 대한 데모 차량의 도로점령을 막기 위해 설치한 공안말뚝이다.
서울시에서는 이 말뚝이 보행자 안전을 위한 볼라드라고 말하겠지만, 결과적으로 보행자들을 인도에만 머물게 하고 차도로의 접근을 심리적으로 막아서 이제는 차들이 보행자 신경 안 쓰고 신나게 달릴 수 있게 되었다. 보차공존도로에서 볼라드의 목적은 차도와 인도의 분리가 아니라 차도 변에 불법 주차를 막는 것이기 때문에 긴 말뚝을 그렇게 촘촘히 많이 박을 이유가 없다. 이유 없이 높이 만든 말뚝은 보도와 차도를 하나의 평면에 두어 보행자가 길을 광장처럼 이용하도록 한 보차공존도로의 목적을 무색하게 하고, 가로공간을 여러 조각으로 분할하여 보행자의 활동을 제약하고 있다. 또한 이 말뚝은 가로의 경관도 크게 해치고 있다.
원래 설계안에서는 가로수와 볼라드를 번갈아 가면서 배치하여 볼라드 개수를 최소화하고 높이도 공간의 개방성을 위해 운전자가 식별할 수 있을 정도로 최대한 낮게 만들었다. 일반 보차분리 도로에서도 하지 않는 이처럼 촘촘히 설치한 긴 보안말뚝 때문에 덕수궁길은 다른 일반도로보다 더욱 차량 친화적인 길이 되었다.

사진 1: <길을 광장처럼 넓게 보이도록 볼라드를 최대 억제한 정비 전 시청별관 앞 길 (사진Ⓒ 김성균)>
사진 2: <차도 양쪽 사괴석을 제거하고 공안말뚝을 박아 차량과 사람을 완전히 분리한 시청별관 앞 길 (사진Ⓒ 김성균)>
사진 3: <긴 보안말뚝으로 보도와 차도를 분리한 길 조성 전 70년대 덕수궁길(사진Ⓒ 김성균)>
사진 4: <야구방망이형 보안말뚝을 박아 70년대로 회귀한 정비 후 덕수궁길 (사진Ⓒ 김성균)>

걷고 싶은 길을 만들기 전의 덕수궁길은 주변에 위치한 대검찰청, 미대사관으로의 접근을 통제하기 위해 위의 70년대 사진처럼 긴 공안말뚝으로 차도와 인도를 분리시켰는데 덕수궁길은 이와 같은 과거 방식의 길로 돌아가고 있다. 이 야구방망이는 오세훈 서울시장의 '디자인 서울'의 성과이므로 서울시는 둥근 쇠말뚝보다 야구방망이가 더 멋있다고 자랑할지도 모른다. 그러나 이는 보차공존도로의 개념, 이용자의 행태, 덕수궁길의 성격 등을 이해하지 못한 디자인을 위한 디자인이다.
이제 서울시장이 시청 본관에서 집무를 하니 이 데모방지용 공안말뚝은 보행자를 위해서 제거해야 한다. 그리고 덕수궁길은 원래의 사고석, 석재포장을 복원하여 원래 설계안대로 보차공존도로로 복원시켜서 우리나라 '걷고 싶은 거리 제1호', '우리나라에서 가장 아름다운 길'의 명성을 회복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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