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 어제 길거리에서 OOO 봤어. 진짜 잘생겼더라~" 인기있는 TV 프로그램이나 스크린에서만 볼 수 있었던 스타를 눈 앞에서 보는 것은 평생의 자랑거리였다. 그들도 분명 같은 세상에서 숨쉬고 있는 똑같은 사람이지만, 왠지 연예인은 같은 세상의 사람이 아닐 것 같았다. 어떤 사람에게는 평생 잊지 못할 순간이었으리라. 요즘 서울 번화가에서 촬영 중인 ENG카메라를 만나는 것이 어려운 일이 아니다. 최근 예능계에서는 멤버들이 사람이 많은 장소를 돌아다니며 미션을 수행하거나, 특정 유명인의 가족들이 우르르 나와 가정사를 거침없이 폭로한다. 그도 모자라 가장 개인적인 공간인 집 안을 속속 들이 비추기도 한다. 대세를 이루고 있는 이른바 '생활 밀착형 프로그램'이다.과거 폐쇄된 스튜디오 안에서 그들만의 공간을 카메라에 담아 냈다면, 요즘은 대중들과 함께 숨쉬고 호흡하는 모습을 우리가 살고 있는 세상 안에서 생동감 있게 담아내는 것이 최우선 과제가 되었다. 유명인들의 친근한 모습은 대중과 공감대를 형성하며 하나의 트렌드를 형성하게 되었다.과거에는 연예인의 인기가 가족을 스타로 만들어냈다면, 요즘은 오히려 잊혀졌던 연예인들이 가족을 통해 재기하게 되는 경우가 심심치 않게 일어나기도 한다. 사생활 보호를 위해 가족, 사는 동네를 철저히 감추었던 연예인들이 이제는 앞다투어 공개에 나선 것이다. 최근 유명 연예인들의 배우자, 자녀. 심지어는 시어머니, 장모님까지, 가족과 친지들이 등장하는 프로그램은 일일이 열거할 수 없을 정도로 많은 것이 이를 보여준다. 과거 유명 연예인들은 가족이나 주변인이 사생활이 언론에 노출되는 것을 극도로 꺼려했다. 혹여 자신의 유명세로 주변인들이 피해를 입을까 두려웠기 때문이다. 당시만 해도 연예인 가족이 방송에 출연해서 좋은 소리를 듣기 어려운 시대였다. 한 유명 트로트 가수는 가수가 되고 싶어하는 아들을 의도적으로 방송에 계속 내보내다가 오히려 질타를 받았을 정도였다. 그 모습이 마치 대중에게 특권 의식을 뽐내는 것처럼 비춰졌기 때문이리라. 하지만 최근 분위기는 사뭇 다르다. 대중은 어린 자녀를 방송에 출연시키는 것에 대해 과거와 같이 비판하는 목소리 보다는 오히려 열광이라 말해도 무색할 만큼 열렬한 관심을 갖는다. 방송 직후 실시간 인기 검색어 장악은 물론이고, 연예인의 자녀가 출연하는 프로그램은 일정 시청률을 보장받기도 한다. <붕어빵>, <아빠! 어디가>같은 프로그램의 시청률 고공행진은 <슈퍼맨이 돌아왔다>와 같은 비슷한 포맷을 양산하기에 이르렀다.방송 프로그램 출현으로 유명세를 탄 아이들은 일상생활에서 그리 어렵지 않게 만날 수 있다. 아직 자라나는 아이기 때문에 학교생활을 해야 하고, 동선이 그리 복잡하지 않아 만나려고만 한다면 얼마든지 가능하다. 유명인을 보고 반가워하는 마음은 누구나 같을 것이다. 모습을 카메라에 담고 싶고, 나만의 기념으로 삼고 싶을 것이다. 이런 것이 잘못된 행동이라고 보긴 어렵다. 다만, 때로는 도가 지나친 어른이 있다는 것이다. 이런 유명세를 천진난만한 모습으로 대하는 아이도 있지만, 몇몇은 유명세를 즐기는 아이들도 있다. 물론 그 모습이 보기 싫거나 한 것은 아니다. 아이는 그저 아이로서 바라보아야 할 뿐,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어야 한다. 설령 그 모습이 조금은 예의 없고 잘못 된 것이라 하여도 대중은 아이들을 지키고 보살펴 주는 '슈퍼맨'이 되어야 하지 않을까? 하지만 이것 역시도 때로는 지나칠 때가 많다.어느 순간 대중들은 어린 아이인 그들에게도 기성 연예인과 똑같은 잣대를 들이대고 있는 것 같다. 가끔 철없는 행동이나 어리기 때문에 용서될 수 있는 행동에도 때론 대중들은 냉정하고 차가울 때가 있다. 아이의 모습은 아이 같아야 아름다운 것인데, 요즘 방송에 출연하는 아이들은 마치 누군가를 의식하는 듯한 모습을 보여 안타까울 때가 있다. 아직 아이들이 알지 못해도 되는 세상을 유명하다는 이유만으로 너무 빨리 알아버린 것이 아닐까? SNS나 인터넷 뉴스 기사에 유명 아이들의 학교생활 모습이나, 방송에서 보여주지 못했던 모습들이 사진으로 보여지는 경우가 많다. 대중들은 그 모습에 대해 댓글로 여러 가지 자신들만의 의견을 낼 수 있다. "예쁘다~","귀엽다~." 같은 감탄사가 대부분이지만, 보게 되면 상처를 받을 만한 댓글도 적잖게 눈에 띈다. 우리나라는 발언의 자유가 있고, 언론에 또한 자유가 있기 때문에 누구든 사견을 표출할 수 있지만 그 자유의 대상은 사리분별이 가능한 성인에 한정되어야 한다고 본다. 아이들이 비판에 대처 하는 방법을 알고 있을까? 아니, 그를 떠나 자아라는 것을 가지고 있을까? 영화 <나 홀로 집에> 의 케빈으로, 크리스마스의 대명사처럼 불렸던 맥컬리 컬킨(Macaulay Culkin)은 어린 시절 스스로 감당하기 힘든 부와 명예, 비난을 마주하게 되며 자아가 붕괴되었다. 그는 환락과 유흥에 의지 할 수 밖에 없었고, 20여년 동안 약물중독에 빠져 있다 최근 회복 중에 있다. <아빠! 어디가?> 는 사전 섭외 단계에서 많은 어려움을 겪었다고 한다. '내 유명세는 상관 없지만, 방송에 노출 됨으로써 아이들이 상처를 받을까 두렵다.' 가 주된 이유였다. 결국에는 섭외가 잘 성사되고 방송은 큰 인기를 얻었지만, 그 아이들의 미래는 어떤 모습일까? 우리 사회가 아이들을 대하는 모습을 보면 사회를 밝고 건강하게 이끌어 나가는 것은 기대하기 힘들어 보인다. 또 하나의 '케빈'이 생겨날지, 지나친 기우 이길 바란다. #아빠어디가 이 기사는 생나무글입니다 생나무글이란 시민기자가 송고한 글 중에서 정식기사로 채택되지 않은 글입니다. 생나무글에 대한 모든 책임은 글쓴이에게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