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표조작? 이제 그만합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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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민호(coiw123)등록 2014.01.14 14:23
18대 대선이 끝난지 어느새 1년이 넘었다. 최장기간의 철도파업이 여야의 협상으로 일단락 됐고, <안녕들 하십니까?> 신드롬이 대학가와 사회 이곳저곳을 강타했다. 그러나 정국은 여전히 국정원 선거개입, 교학사 교과서 문제, 철도 및 의료 민영화, 정당공천제 폐지 등과 같은 대립으로 인해 어느 때보다 강대강의 대치로 가고 있는 중이다. 국민들은 언제나 앞으로 나아가기를 원하지만 정치권은 늘 그 자리다. 그러나 더욱 안타까운 건 국민들 중에도 그 자리에 머물러 있는, 아니 오히려 뒤로 후퇴하는 사람들이 있다는 사실이다. 그들은 바로 "18대 대선은 개표조작"이라고 말하는 사람들이다.

현 대통령이 무척 마음에 안 드는 나 역시 그들의 심리가 이해는 간다. 박근혜라는 사람을 대한민국을 통치하는 최고 권력자인 대통령으로 인정하고 싶지 않은 것이다. 그러나 박근혜는 어쨌거나 대통령에 당선이 됐고, 곧 임기 1주년을 앞두고 있다. 이제 우리가 생각해야 할 것은 '어떻게 하면 저 사람을 끌어내릴 것인지'가 아니라 '어떻게 하면 다음엔 이길지'가 되어야 한다. 다음에 승리하려면 이번 패배를 교훈삼아 되새기고 또 되새겨야 한다. 결코 패배를 부정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필자는 개표조작을 주장하는 사람들을 설득할 생각도 없고, 그것이 가능하다고 생각하지도 않는다. 그들은 이미 이성의 영역을 넘어선, 스스로의 자기 최면상태이기 때문이다. 개표조작에 대해 선관위에서 조목조목 반박한 보도자료를 조금만 주의 깊게 봐도 얼마나 현실성 없는 주장인지 금방 알아차릴 수 있다. 예를 들면 전자개표기는 네트워크와 연결되어있지 않아서 해킹이 원천적으로 불가능하다. 또한 전자개표기로 투표지를 분류한 후 최소 28명 이상의 감시요원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다시 일일이 수개표한다.

특히 대선이 막 끝난 후 인터넷에서 떠돌아다녔던 제5회 6.2지방선거 당시 대구 수성구 개표현장에서 촬영된 영상은, 기표한 후보와 관계없이 전자개표기가 투표지를 한곳에 모으는 장면이 담겨서 문제가 되기도 했다. 그러나 선관위는 해당 동영상은 당시 개표장에서 실제 개표에 앞서 투표지가 2장 이상 들어가는 오류를 방지하기 위해 투입 간격을 조정하는 투표지분류기(전자개표기) 세팅과정을 개표참관인이 촬영한 것으로 보여진다"며 "세팅과정을 포함해 실제 개표진행 모두 여야 정당과 후보자 측의 참관인이 지켜보는 가운데 실시됐으며 당시 어떠한 이의제기도 없었다"고 밝혔다. 결국 리허설 할 때의 영상이라는 것이다. 투표인보다 개표지가 많다는 논란 도한 부재자 투표지 때문에 생긴 해프닝이었다.

이러한 불신이 온전히 개표조작을 주장하는 사람들만의 문제라고는 보지 않는다. 선거 때마다 조작논란은 언제나 있어왔다. 그것은 결국 정치권이 국민들에게 준 불신의 기억들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현 정부가 이미 확실하게 밝혀진 국정원의 선거개입 문제나 대선 공약이었던 경제민주화법을 처리하는 과정만 봐도 정치권의 모든 것을 불신하는 국민들의 심정이 백번 이해가 간다. 그러나 우리는 현 대통령을 인정하지 못하는 감정상태가 불러온 과도한 상상력의 최후가 무엇인지 2004년에 있었던 노무현 대통령 탄핵 소추 사태에서 교훈을 삼아야 한다. 당시 한나라당은 노무현을 대통령으로 도저히 인정하지 못해 자비로 수개표까지 했지만 헛방이었고, 결국 말도 안 되는 이유로 대통령 탄핵까지 이르게 됐다. 그것이 국민들의 분노로 이어져, 결과적으로 얼마 후 있었던 17대 총선에서 열린우리당의 앞 승으로 이어졌다.

다행히 시간이 지날수록 개표조작을 주장하는 사람들의 수는 줄어드는 것 같지만, 그들 내부는 더욱 극렬화되는 것 같다. 필자는 이들이 야권의 소수라고 믿는다. 그러나 어디서나 큰 목소리의 사람들이 주목받는 건 사실이므로 "이런 사람들은 이곳에서 소수일 뿐이다"라고 강하게 말하는 사람 또한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렇지 않으면 밖에서 듣기엔 이 큰 목소리 밖에 안 들릴 것이므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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