딸아, 너는 남자랑... 멋지고 훌륭한 남자랑 결혼하렴.

은서야, 같은 유치원 다니는 라온이랑 결혼을 허락할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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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승희(bloodi)등록 2014.01.23 13:52
사랑하는 딸아
이 세상에서 가장 소중한 만남은 내가 너를 만난 것이란다. 너를 만나고 난 뒤 많은 것이 바뀌었고 편안하기 보다는 바쁘고 힘든 기억이 많지만 매일 밤마다 잠이 든 너의 모습을 바라보면서 가슴에 물밀듯이 차오르는 기쁨은 고통보다 더 크고 아름다웠다.

모래밭에서 놀고 있는 아이 아이의 순수함을 통해 감사함을 배웠다. ⓒ 조승희


너무 불룩해서 숨쉬기조차 힘든 임신 10개월을 지나고 너가 태어날 무렵에 너가 뱃속에서 무사하게 잘 빠져 나오기만 하면 모든 것이 해결되리라 믿었는데 9시간의 진통은 세상의 모든 고통 중에 가장 큰 고통이 아닐까 여겨졌단다.  하지만 그 고통도 너에게 형제를 만들어줘야 겠다는 마음보다는 크지 않았다.
몸무게 3키로 조금 넘는 아이가 울어대면 밤에도 수시로 일어나 젖을 먹이고 기저귀를 갈아야했지. 그 이후로 끼니 거르기는 일쑤요. 제대로 씻지도 못하고 제대로 입지도 못하는 세월은 겪어본 사람들만 아는 고통이야. 행여 너가 아프기라도 하는 날이면 내가 아픈 것보다 더 괴로웠다. 또 너가 걷기 시작할 무렵에는 행여 크게 다치지 않을까 염려되어 집안의 가구에 모서리마다 고무를 씌워 놓기도 하고 소파에서 떨어지면 다칠까 싶어 소파도 치워놓고 방마다 바닥에 유아 매트를 깔아 너의 걸음마를 도왔지. 수시로 우유달라 어이없게 투정을 부리기도 하고 하루에 백번 이상을 안아달라 했던 적도 있었지. 
내 삶에 우선은 내가 아닌 너였다.
너로 인해 길에 지나가는 개미가 그렇게 재미있는지도 알게 되었고 메뚜기와 여치도 구분분하게 되었고 낡은 아파트 화단에 심겨진 이름도 모르는 수목에 자라나는 나무 열매도 만져볼 수 있었다. 너로 인해 밀가루가 먹는 것 이외에 멋진 장난감이 될 수 있는지도 알게 되었고 천 원짜리 물건을 주로 파는 가게가 백화점보다 멋진 신기한 가게로 느껴지기도 했다. 늘상 복잡하다고만 생각했던 지하철도 너와 함께 타면  멋진 기차로 변했고 편하지 별 특별함도 없었던 평범한 버스도 '터덜터덜' 재미나는 소리를 내는 버스로 변신하기도 했다.

왼쪽-나뭇가지로 노는 아이들, 오른쪽-나뭇잎을 왕관으로 만든 큰 아이 추운날은 제외하고 늘 밖으로 나가 노는 아이들. 얼굴을 그을렸지만 그 시간이 너무나 중요한 시간이었습니다. ⓒ 조승희


봄이 되면  쑥을 뜯으로 다녔고 가을이 되면 밤을 주우며 다람쥐를 만나기도 했다. 결혼 하기 전까지  하숙집처럼 여겼던 집은 놀이터로, 미술 작업실로, 요리 실습실로, 풀장으로 변신하며 몇 해를 지내오고 있어.
정말로 너를 만난 후 나는 처음으로 해 본일이 너무 많아. 처음 보는 장난감에 내가 너보다 더 신나하고 너만이 입을 수 있는 옷 인데도 내가 멋을 부리는 것 같아 즐겁고  목이 말라도 너가 물을 마시고 나면 내가 물 마시는 것도 잊어 버렸고 너가 변을 보았는데 손을 씻어야 하는 것은 나란 사실이 신기했어. 너를 만난 이 후 멋 부리기를 좋아 했던 내가 그냥 그럭 저럭한 동네 평범한 아줌마로 변했지만 모든 것에 감사해. 너의 순수한 눈으로 자연에 대해 세상에 대해 삶에 대해 다시금 배운 것 같아 고마워.
그런데 너가 만일에 성인이 되어 남자가 아닌 여자와 결혼을 한다거나 아님 일부다처제 혹은 일처다부제를 따른다고 가정(假定)을 한다면 난 이것은 무슨 뚱딴지 같은 일일까 여겨져. 내 입장에서는 말도 안되는 일인데도 불구하고 나를 제외한 사람이 나를 오히려 세상과 뒤떨어진 고지식한 할머니로 여기거나 답답한 사람으로 여긴다면 곤란하겠지. 세상에 본인이 추구하는 성향이 있고 차이가 있을 수는 있지만 논란의 여지가 있는 것이 합법이 된다면 차이의 다름에 서 있는 사람들은 어떤 입장을 취해야 하는걸까?
행복 추구권은 모든 사람이 먹고 싶을 때 먹고, 놀고 싶을 때 놀며, 자기 멋에 살고 멋대로 옷을 입어 몸을 단장하는 등의 자유가 포함되며, 자기설계에 따라 인생을 살아가고, 자기가 추구하는 행복의 개념에 따라 생활함을 말하는 것인데 이 조항 중에 자기 의향에 따라 자신만의 성향을 공론화 시켜 합법화 하라는 대목이 어디 있는지 이해가 되지 않는구나. 개인의 가치를 무시하고 국가의 도구로 취급하는 전체주의는 배격하는 게 맞지만 특정 소수의 성적 취향을 국민 모두의 성적 취향으로 혼란시켜 동성애 차별 금지법안으로  합법화 시키겠다는 것은 도무지 말이 되지 않는 것 같구나. 근래에 혼란시키는 이야기가 계속 흘러나오길래 먼저 결혼을 하고 아이를 낳아본 사람으로 한마디 덧붙이는 게 맞겠다 싶었다. 개인의 다름이 있을 수는 있겠다만 혼란스러움을 일으키는 것이 차이를 인정하지 못하는 것으로 둔갑되어 합법화 되어서는 안된다고 생각하기에 의견을 내놓아 본다.
사랑하는 딸아. 이성(異姓)과 결혼을 하고 생명을 잉태하고 아이를 기르고 보니 삶이 너무도 소중하고 감사해. 힘들지 않았던 시간은 없었던 것 같은데도 말이다. 너두 꼭 다른 이성과 결혼하고 너처럼 예쁜 딸 낳아서 삶이 얼마나 소중하고 감사한지 느끼며 살아가길 바랄께.
덧붙이는 글 동성애 차별 금지 법안이 합법화 된다는 것은 결혼을 하고 애를 낳아본 주부로 옳지 않다는 생각에 저의 의견을 내 놓아 보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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