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1월 20일 리비아에서 한국인이 납치되었다. 2010년 석유 공사 직원이 예멘에서 납치된지 4년만에 벌어진 사건이다. 다행히 오늘 23일, 납치되었던 "한석우" 씨는 무사히 석방되었다고 한다.이번 피랍 사건의 '본질'은 뭘까?단순히 '안전'일까? 보다 근본적인 질문과 대안을 제시할 시점에 와 있다고 본다. 그 핵심을 최근 미국 상원이 공개한 지난 2012년 9월 11일의 리비아 벵가지 미국 주재 영사관 피습 사건 보고서가 담고 있다.이 보고서를 통해 그 본질에 다가가 보기로 하자.예방 가능한 일들 - 2012년 리비아 벵가지 미 영사관 피습"미 상원 정보 위원회가 (2014년 1월 15일) 수요일 공개한 (2012년 9월 11일에 발생한 리비아 벵가지 주재 미국 영사관 피습 사건에 대한) 통렬한 비판이 담긴 보고서는 리비아 벵가지에서 (대사를 포함해) 4명의 미국인이 살해당했던 16개월 전 (미국 영사관 피습) 공격을 예방할 수 있었다고 결론내렸다. 특히 당시 벵가지 주변 치안 상태가 위험할 정도로 악화되고 있었다는 정보 당국의 여러 경고에도 보안을 강화하는 조치에 실패했다는 비난에 대해 국무부의 책임을 분명히 지목했다."(뉴욕타임즈, 2014년 1월 15일자)지난 16개월 간, 미국은 마치 레이건 당시 이란-콘트라스 스캔들 몇 개는 터진 듯한 외교적 대혼란상을 겪었다. 2012년 9월 11일에서 12일 사이 이틀간 발생한 리비아 벵가지 주재 미국 영사관 피습 사건 때문이다.이 사건은 성격 자체도 매우 복잡한 양상을 띄고 있었지만, 여기에 공화-민주 양당의 대외 정책이 충돌하는 근본적 문제를 노출했다.정확한 진상이 확인되지 않은 상태에서, 각종 보도와 정보 당국에서 흘러나오는 부분적 사실들로 정치권은 물론이고 언론끼리도 난타전 양상까지 연출했다. 하지만, 민주-공화 양당이 참여한 보고서가 마무리되고 공개되면서 일단 공식적 결론은 도출되었다.1) 공격 주체로 알-카에다와 같은 특정 단체를 지목하긴 어렵다. 다양한 출신과 성향의 무장 조직과 심지어 개인이 가담했기 떄문이다.2) CIA와 국무부로 대표되는 외교 당국 간 의사 소통에 실패했다3) 피습 전 며칠 간 국무부의 보안 조치는 안이하고 부실했으며 잘못되었다.기밀 사항은 가려진 상태로 공개된 상원의 85페이지 분량의 이 보고서는 위와 같은 3가지 핵심 문제점을 확인하면서 다음과 같이 결론 내린다."이번 사태는 예방할 수 있었다 could have been prevented"자, 그럼 논란은 수그러들었을까? 반대로 보고서는 또 다른 정치 논쟁에 불을 붙였다. 왜일까? 양당이 함께 참여해 결론을 도출한 이 보고서 마저도 정파간 해석과 불만을 달리하면서 서로를 치열하게 공격하기 시작했다.여기서 정말 의문이 드는 건 그럼 과연 의회 보고서가 결론내렸던 것처럼, 벵가지 사태는 "예방할 수 있는" 사건이었을까? 아니, 미국은 '예방할 능력'이나 있었을까? 보고서 공개 직후 촉발된 미국 정가와 보수-진부 언론의 싸움박질에서 진짜 본질은 아직 보고서에 담기지 않았음을 알 수 있었다.아이러니하게도 보고서는 진실은 밝혔지만, 본질은 보고서 발표 이후 미국 사회가 보여준 단면에서 노출되었다. 그럼 그 본질을 이 블로그에서 짚어 보도록 하자.예방 가능한 일들?2012년 리비아 벵가지 미 영사관 습격 사태.알-카에다가 주도했나? 아니면 주도하길 바랬나? - 안보 장사?"2012년 6월(사건 발생 3개월 전), 국방 정보국은 "리비아: 테러리스트들의 현재 타겟은 미국과 서방의 이익이다"라는 제목의 보고서를 제출했다. 이 보고서는 벵가지 주재 미 공관에 대한 (당시) 최근의 공격들에 주목했다. 알-카에다(AQ)의 이 지역 거점과 리비아 자생 조직간의 점점 긴밀해지는 연계가 리비아 동부 지역에서 테러리스트들의 반미 공격이 증가할 거라는 전망을 내놓으면서. 늘어나는 테러리스트 존재는 더 많은 기습 공격과 IED(일종의 급조한 사제 폭탄들)를 사용한 공격이 증가하는 위협만큼이나... "(2014년 1월 15일 상원 보고서, 9 ~ 10 페이지)의회 보고서는 당시 보안 강화를 요구하는 정보와 경고가 여러 경로를 통해 수차례 충분히 전달되고 있었다는 사례를 나열하는 첫 대목에서, 국방부 정보국이 당시 6월에 내놓은 보고서 일부를 인용한다. 국무부의 준비와 대응에 문제가 있었다는 취지다.뉴욕타임즈는 보고서가 공개되던 15일 수요일 전면을 할애한 보도에서, '알카에다가 주도했다고 보기는 어려운 다양한 성향의 무장 조직들이 참여했다'며 보고서 표현을 그대로 전달하려 했다.이 보도는 즉각적으로 다른 성향 언론의 공격을 받는다. 보고서가 확실한 증거나 결론 없이 다소 애매한 지점에서 멈췄기 때문이다. 다른 해석도 충분히 가능하게 만든거다. 대표적으로 "프론트페이지멕"은 "뉴욕타임즈 벵가지 사태를 오도하다 New York Times Discredited on Benghazi"는 제목의 기사를 통해 다음과 같이 주장했다."(당시) 정보 조직들 간의 일치된 의견은 알-카에다가 리비아에서 공격을 준비하고 있었다는 거다."(프론트페이지멕, 2014년 1월 16일자)지난 16개월 간의 국회 보고서가 심증의 일환으로 제시한 일례를 증거로 해석했다.어떤가? 여러분도 이런 해석에 공감하나?보고서가 과연 '알-카에다'의 연계를 분명히 했다고 보는가?그럼 이렇게 질문하자.의원회가 조사에 나서기 전, 알-카에다의 소행이라며 공격하던 공화당 의원들이 참여한 보고서에서 알-카에다의 공격 정황만을 명시한채, 공격 주체는 명확하게 결론 내릴 수 없었던 뜻은 무얼까?당시 상황과 여러 분석을 종합해 볼 때, 어느 한 단체가 주도하지 않았다는 뜻이다. 영사관이 피습될 당시는 유투브를 통해 올라온 이슬람 비하(?) 동영상이 이웃 국가인 이집트와 리비아에서의 대규모 항의 시위를 촉발시켰던 바로 그 시점이었다.시위는 오히려 이집트의 경우 무슬림 형제단 등과 같은 지역 기반 이슬람 근본주의 단체들이 주도했다. 정정이 불안했던 리비아는 때마침 무장 단체들이 준동했고, 누군가 시도한 테러와 공격에 너도 나도 달라붙어 참여하는 한마디로 매우 혼란스런 상황이었다.따라서 의회는 당시 공격을 알-카에다에만 초점을 맞추는 결론을 내릴 수는 없었고, 뉴욕타임즈는 가장 균형있게 평가한 분석을 내놓았던 거다. 오히려 외교 당국자들의 "예방 가능한 실패"라는 보고서 의도를 충실히 반영했던 것으로 보인다.그럼에도 불구하고 왜 대표적 보수 매체인 폭스 뉴스를 포함해, 보수 계열 언론들은 '알-카에다의 소행'이란 주장을 굽히려 들지 않을까? '주도 세력으로써 알-카에다의 존재'라는 해석을 포기하지 않는 이유 말이다.마치 알-카에다가 개입했다는 사실보다는, 알-카에다가 개입해야 하고, 했어야 하며, 심지어 '했으면 좋겠다'는 속보이는 입장.그 이유가 뭘까?알-카에다가 주도했나? 아니면 주도하길 바랬나?그 이유를 적나라하게 짚어보자.미국 외교의 총제적 위선과 실패"(뉴욕)타임즈의 논조는 또다른 의심스럽고 베일에 쌓였던 사건을 건드린다. "리비아에서의 미국의 개입" 부분에서 2011년 7월 미국에 지원을 받은 벵가지 반군 주요 지휘관이었던 "압둘 파타 유느스" 장군의 사망을 언급한 거다. 카다피 정권하에서 내부 장관으로 있다 망명해 반군에 합류했던 유느스는 이슬람 근본주의자들에게 미움을 사고 있었다."(블랙리스티드 뉴스, 2013년 12월 30일자)공화당 성향의 강경론자들과 보수 세력들이 "알카에다"에 초점을 맞추려는데에는, 놀랍게도 보고서가 충고하고 있는 "예방할 수 있었던 사건"이란 맥락이 굉장히 불쾌한 결론이었기 때문이다.무슨 말일까?보고서 내용을 다시 들여다 보자. 국무부가 테러 위협을 제대로 방지하지 못했다는 점을 강조한 것은 사실이지만, 각론에 들어가면 그 이유는 국무부만의 잘못이 아닌 미국 안보-외교 시스템과 인적 운용의 근본적 결함을 끄집어 내고 있다.벵가지 영사관이 피습 당하면서, 심지어 스티븐슨 리비아 주재 대사까지 사망하는 와중에, CIA 벵가지 지부 시설물과 요원들은 손상을 입지 않았다. 여러 통로로 전달되었던 테러 경보에 CIA 시설과 요원은 대처를 했고, 대사관 소속 직원들은 왜 대비하지 못했을까?같은 공간에서 같은 나라의 외교-안보 관리들이 누구는 죽음을 당하고, 누구는 피하는 기가 막힌 상황은 어떻게 설명이 할 수 있냐는 거다. 보고서는 외교 당국과 정보 기관 간의 정보 소통과 의견 개진이 막혀 있었다는 점을 굉장히 크고 중대한 결함으로 결론 내린다.자, 그럼 서서히 진실의 장막이 거둬지기 시작한다.이런 '두 기관과의 단절'과 '알카에다 개입을 주장하는 입장'은 과연 어떤 연관이 있길래 이토록 민감하고 치열하게 충돌하고 있는 걸까?이미 어느 정도 정보가 정리되던 시점이었던, 2013년 12월 28일자 뉴욕타임즈는 "벵가지에서의 치명적 혼합 A Deadly Mix in Benghazi"이란 제목의 일요판 특집 기사를 대대적으로 게재한다.기사는 아랍의 봄으로 자극 받아 2011년 2월부터 시작된 리비아의 '반-카다피 봉기'에 CIA가 어떤 식으로 개입했는지 설명한다. 놀랍게도, 아프가니스탄이나 체첸에서 이슬람 근본주의 전쟁 참전자들이 주요 구성원이었던 알카에다 계열 이슬람 세력을 지원해 반-카다피 반군을 강화했다는 내용이었다.이런 CIA의 행태는 과거 냉전에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아프간에서 반-소련 무자헤딘 세력을 지원하기 위해 당시 오사마 빈 라덴의 알카에다를 파키스탄에서 훈련하고 무기와 자금을 지원했던 기관이 바로 CIA였다.CIA는 이런 근본주의 세력을 이용하다가, 용도가 끝나면 잔인하게 관계를 끊었다. 알카에다 같은 이슬람 무장 세력들도 CIA를 충분히 이용한다고 판단했다. 그들조차도 언제나 적으로 돌변하는게 어색하지 않았다.리비아에서 반-카다피 봉기가 일어나자, CIA는 같은 전술을 구사했다. 정보 당국의 판단은 과거 카다피 내각에 소속된 인물까지 포함된 온건 성향 반군으론 카다피를 조기에 축출하지 못하거나, 심지어 봉기가 진압될 수 있을 거란 성급함이 작용했던 것 같다.알카에다 계열 이슬람 반군들은 아프간이나 체첸 등에서 실제 전투를 경험하고 대부분 베테랑 전사들로 구성되어 무기와 자원만 있으면 강력한 무장 세력으로 손쉽게 이용할 수 있었다.그리고 카다피가 축출되자, CIA와 알카에다 계열 세력은 완전히 결별한다.오바마 대통령으로 대변되는 민주당은 알카에다와 같은 근본주의 세력 등의 테러리스트들에 테러와의 전쟁을 집중하자는 정책 방향이다. 반면 보수 진영을 반영하는 공화당은 반미 국가를 제거하는 부분에 집중한다.그럼, 벵가지 사태가 알카에다가 주도한 공격이란 사실이 들어나면 누구에게 유리할까?당연히 민주당과 오바마 행정부에 화살이 돌아간다. 그가 아프간에서부터 줄기차게 주장했던 테러리스트에 집중하는 전쟁 수행이 실패로 돌아갔다는 결정적 흠집을 낼 수 있는 거다. 오바마는 안보, 특히 테러와의 전쟁에서 '무능하다'는 프레임을 구축할 수 있다.여기서 조금 더 나가면, 공화당 맥케인 상원 의원 같은 경우, 시리아에 미군이 개입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미국이 시리아에 개입을 주저하는 이유 중 공개적으로 밝히고 있지는 않지만, 가장 중요한 건 바로 반군 중에 알카에다 계열 세력이 만만치 않게 존재하기 때문이다.공화당은 알카에다의 준동을 크게 신경쓰는게 아니다. 시리아에 친미 정권을 세워야 한다는 입장이 강하다. 그래서 정치적으로 '반-알카에다 이데올로기'를 세운다. 알카에다를 공식적으론 악으로 규정하고 강경한 입장을 고수한다.하지만, 미국 정부가 CIA처럼 전술적으로 알카에다 세력과도 일부 협력한다는 걸 숨겨야 할 수 밖에 없는 한, 공화당은 마음놓고 이 이념을 이용해 민주당의 헛점을 파고들 수 있는 거다. 공백의 정보 위에, 가상의 이념을 동원해 정치적 논쟁에 이용하는 셈이다.2012년 9월 당시, 오바마는 굉장히 당혹스러웠다. 리비아에서 미국 외교 정보 당국의 행적을 다 공개할 수는 없고, 공화당 측에서 알카에다 개입을 기정 사실처럼 여기고 맹공을 퍼붓고 있었기 때문이다. 여기에 12월 대서까지 맞물려, 오바마가 재선을 노리고 거짓말을 한다고까지 밀어 붙이고 있는 상황이었다.그렇다고 오바마 대통령에게 면죄부가 주어질 수는 없다. 최근 들어난 NSA 도감청, 전직 CIA 요원 스노우든이 폭로한 동맹국 도감청으로 대표되는 냉전과 공화당 극우 안보론자들이 주도했던 행태를 그조차도 전혀 손을 대지 않고 있었기 때문이다.사실 반-카다피 봉기를 NATO가 개입하면서, 이미 카다피의 완전한 적이 된 서방은 반드시 카다피 정권을 붕괘시켜야 했다. 급했던 거다. 석유 자원 문제도 걸려 있었다. 약골이었던 반군을 어떻게든 강화시켜야 했고, 여기서 악마와 다시 손을 잡는 옛 습관을 버리 못했던 거다.한번 들여놓은 도박에 집을 날려버리듯, CIA는 근본주의자들과 함께 미래 친미 정권의 지도자가 될 수 있는 인물마저 제거하는데 동조한다. 물론 아직은 기사를 통한 심증만이다. 하지만 역사적 증거가 이 심증을 증거로 느끼게 한다.타임즈는 반군의 유력 장성이었던 "압둘 파타 유느스"가 근본주의자들과의 갈등 속에서 살해되었던 사건에 CIA가 개입되지 않았는지 의심한다.CIA의 이런 행태는 사실 대통령을 비롯한 미국 지도자들의 전략 부재가 한몫 했다. 리비아에서 카다피 축출 이후 전략이 제대로 서 있었다면, CIA는 절대로 "유느스"를 제거할 수도 해서도 안 되었다. 근본주의자들이 판치는 카다피 이후 리비아를 만들게 뻔하기 때문이다.보고서의 행간을 뉴욕타임즈는 정확히 파고들어 지적하고 있었다. 벵가지 영사관 피습은 "예방 가능했던 사건"이라기 보다는 "미국 외교의 총제적 위선과 실패"가 더 본질에 가깝다는 말이다.직설적으로 말해 보자. 미국이 지원했던 돈과 무기를 들고 미국인을 죽이고 미국 시설을 공격했던 거다. 그리고 이런 본질은 뒤로 하고, "알카에다" 프레임을 놓고 논쟁하는 미국 정가와 보수 언론들.공화당은 "안보 장사"를 하고 있었고, 민주당은 "위선"을 털지 못하는 사이, 미국 안보는 더 위험해졌고, 더불어 세계는 더 혼란스럽고 불안해지고 있다. 할 말이 없다. 다만 오프라 윈프리의 멘트가 떠오른다."진실이 드러나자, 고통이 밀려온다."미국 외교의 총제적 위선과 실패.리비아 한국인 납치와 미국 벵가지 보고서"외교부 당국자는 "치안 불안 지역의 공관과 교민 안전대책을 재점검해 미진한 부분을 적극 보완할 것"이라며 "공관과 교민 안전대책을 총점검하는 기회가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연합, 2014년 1월 23일)23일 목요일 오늘, 다행히 리비아에서 납치되었던 코트라 직원 "한석우"씨가 석방되었다는 소식이 들려왔다. 참으로 기쁘고 다행스러운 일이다. 하지만, 오늘자 연합 뉴스가 보도한 외교부 당국자의 발언은 마치 미국 상원이 내놓은 보고서를 읽는 기시감을 제공했다."공관과 교민 안전을 다시 점검하고 대책을 총점검하는 기회가 될 것"이란 요지의 발언이, 미 상원 보고서가 밝힌 "예방할 수 있었던 사건"이라는 조금은 우스울 정도로 상식적이고 부실한 결론으로 느껴지지 않나?공화-민주 양당이 정치적으로 타협해, 정작 미국 안보-외교 정책의 위선과 실패를 다 덮고 어떤 해결책도 제시하지 못하고는 지협적인 권고만으로 그친 미국의 상원 보고서.2007년, 2009년, 2010년, 여기에 2011년 아덴만에서 한국 국적 선박이 피랍, 그리고 이번 2014년 1월 납치까지 한국이 겪고 있는 해외에서의 테러와 납치의 근본적 대안이 고작 '안전 대책'일까?사실 그 안전 대책이란 것도 제대로 된 안보-외교 전략이 구축되지 않는한 절대 마련될 수 없다.한국의 리비아 진출은 사실 냉전 시대, 북한과의 외교전 성격이 강했던 측면이 있다. 그러다가 성공적인 정경 유착을 통해 리비아내 대규모 건설 공사를 수주하는 결실을 거두며 신화는 이어진다.지난 이명박 정부 들어서는 미국 등 반-서방 성향의 카다피 정부에 스파이 혐의로 한국인이 억류된 사건도 벌어졌다. 외교와 자원이라는 엊박자가 연출한 촌극이 아닐 수 없었다. 전략은 서지 않고, 외교 라인, 자원 라인이 각개 진출로 벌어진 혼란상의 단면이었다.이런 전례가 있던 리비아에 한국은 코크라 직원과 적지 않은 건설 노동자를 보내 놓고 있다. 더 심각한 건, 2012년 9월 미국 영사관이 공격 당하는 대담하고 혼란스런 리비아에 이들을 보내 놓고 정부와 외교 당국자들은 도대체 뭘했냐는 거다.정부는 해외 건설 수주를 아직도 홍보의 일환으로 여기는 듯하다. '비즈니스 프랜들리'는 이미 대통령이 갖추어야 할 덕목으로 우뚝 선지 오래다. 솔직히 정부 내에서 교민의 안전이 안중에 있을까? "경제 프레임"에 갖힌 국민과 정부는 안전을 말한 적이 없다."알카에다 프레임"에 갖힌 공화-민주당과 미국 여론은 솔직히 미국 외교의 위선과 실패를 정면으로 대면한 적이 없다.안보를 전적으로 미국에게 의존해 온 한국은 독자적인 준비를 하고 있지 않아 보인다. 독자적 준비가 곧 반미로 가는게 아님에도 불구하고 말이다. 여기서 한국 외교-안보의 위선이 노출된다. 경제적 이익과 미국의 외교 사안이 충돌할 때 겪는 갈등이다.반대로 미국의 동맹국이란 이유로 미국인 못지 않은 위험에 노출되는 게 또한 한국인이다. 외교-안보에서 전략적으로 독자적 입지를 구축하지 못한 탓이다.상원 보고서를 놓고 공화당과 보수 진영이 민주당과 오바마 행정부를 공격하는데 이용하는 "알카에다" 프레임이 이념처럼 작용하고 있다. 한국도 어떤 외교-안보 상황이 돌출되어도, "북한" 프레임이 등장하면 모두 잡아 먹는다.한국의 극우도 "북한"을 미워하는지, 사랑하는지 헷갈린다.핵심과 본질을 비껴간 이런 혼란상과 위선 그리고 실패 속에서 미국도 한국도 소중한 생명이 끝도 없이 납치되고 위협 받으며 심지어 죽음을 당한다.미국은 그래도 살아있는 언론이 있어 이 부분을 아프게 건드린다. 희망은 있는 거다. 하지만 한국은?어떤가?리비아 한국인 납치와 미국 벵가지 보고서가 어떤 관련이 있다고 느껴지지 않나?벵가지 보고서는 현재 진행형이다. 시리아 문제가 남아 있다. 리비아 해법을 놓고 벌이는 논쟁의 프레임이 그대로 시리아 사안으로 옮겨왔다. 그리고 이란을 거쳐 북한 문제를 다룰 때 또 등장할 거다. '알카에다'가 '핵'으로 바뀌어서 말이다.중국을 다루는 '아시안 피벗' 정책에도 '알카에다'는 '중국 위협론'으로 바뀌어 존재감을 들어낸다.리비아 한국인 납치는 한국의 독자적 외교-안보 능력 준비라는 숙제를 남긴 사건이다. 이게 본질이다.리비아 한국인 납치, 미국 벵가지 보고서와 이렇게 연결된다. 덧붙이는 글 이 글은 본인의 블로그 (http://krakory.blog.me)에도 게재된 글입니다. #리비아 #피랍 #안보 #외교 #통일 이 기사는 생나무글입니다 생나무글이란 시민기자가 송고한 글 중에서 정식기사로 채택되지 않은 글입니다. 생나무글에 대한 모든 책임은 글쓴이에게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