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세기 여행자표 ‘로미오와 줄리엣’

[박소연의 문화공감] 현대판 여자 로미오와 남자 줄리엣의 사랑 이야기

검토 완료

박소연(coffrage)등록 2014.01.29 10:58

감각적인 색감과 간결하게 압축되어 있는 디자인의 미니멀한 포스터가 시선을 사로잡는다. ⓒ 극단 여행자


깍지 낀 두 손 사이로 핏빛의 액체가 실낱같이 흘러내린다. 단지 너무 세게 그러쥔 탓일까. 그러기엔 맞잡은 두 손이 가없이 애잔하다. 그 어떤 힘으로도 풀리지 않을 것 같은 이들의 두 손엔 영원한 사랑을 맹세했던 둘의 심장이 단단히 움켜져 있을 것만 같다.

매끄럽게 뻗은 가느다란 손가락과 굵직한 마디마다 잔주름이 서려있는 두 손에선 사랑만으로는 결코 뛰어넘기 힘든 삶의 간극이 읽힌다. 핑크빛으로 물든 로맨틱한 손의 색감은 잘려진 손목과 대비를 이루며 그들에게 드리워진 시련을 예고하는 듯하다.

그들의 사연이 궁금해질 무렵 포스터 위쪽에 쓰여 있는 '로미오 줄리엣'이라는 글씨가 눈에 들어왔다. '아!'하는 탄성과 함께 '설마?'하는 물음표가 따라붙었다. 셰익스피어의 그 '로미오와 줄리엣'의 수사라기엔 포스터가 극도로 미니멀한 탓이었다.

시선을 사로잡는 감각적인 색감과 간결하게 압축되어 있는 디자인의 아우라는 온몸(?)으로 이것이 여행자표 '로미오와 줄리엣'임을 공고히 함과 동시에 새로운 무대에 대한 기대감을 증폭시킨다. 포스터만으로도 충분히 낚이고픈(?) 외양이다.

아울러 로미오와 줄리엣의 성별이 바뀐다는 설정도 자못 궁금해진다. '로미오'는 사랑에 적극적인 씩씩한 여자로, '줄리엣'은 사색적이고 섬세한 남자로 탈바꿈해 원수지간이 아닌, 집안의 스펙 차 때문에 사랑의 시련을 겪는 현대판 연인으로 그려낸다는 점도 흥미롭다.

연출 양정웅. 출연 이화정‧남윤호‧김진곤‧계지현 등. 2월 14일부터 23일까지 서강대 메리홀 대극장에서. 전석 3만원. 문의 (02)889-3561.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문화공감"에도 게재된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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