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내의 빈 말 채우기

검토 완료

이안수(motif1)등록 2014.01.29 15:32

막내 아들을 안고 있는, 미소가 고왔던 20년전의 아내 ⓒ 이안수


#1

저는 연애시절부터 아내를 '미소'라는 애칭으로 부르고 있습니다. 처음에는 머슬머슬했던 그 호칭도 30년 이상 입에 익으니 이골이 났습니다.

서울로 일을 나가기위해서는 새벽에 일찍 눈을 떠야하는 아내의 잠을 깨워줄 요량으로 저는 몇 해 전부터 입에 발린 말을 하기 시작했습니다.  

"미소야, 사랑해!" 

'I love you, Honey!'를 입에 달고 닭살스럽게 사는 서양 사람들에게 배운 이 한마디는 잠이 들깬 아내의 정신을 들게 하는데 효험이 좋았습니다. 이 말 한마디에 이불을 박차고 일어나 어둑한 새벽길을 나서서 다시 서울의 노동현장으로 갑니다.

#2

오늘 새벽에도 핸드폰의 기상 알람 소리를 듣고도 잠자리에서 미루적거리는 아내를 벌떡 일어나게 할 필요가 있었습니다. 알람이 울리고 나서의 이불속 2~3분 게으름은 나이 들어서도 더 없이 달콤한 유혹입니다. 문제는 그 짧은 게으름을 즐기다가 다시 잠이 들어버리면 곧 지각으로 연결될 수 있어서 낭패입니다. 더구나 지각을 면하기 위해 40km가 넘는 출근거리를 과속하게 되는 것도 문제였습니다.

저는 다시 잠을 깨울 요량으로 평소대로 아내의 애칭을 불렀습니다. 

"미소야, ....."

그리고 이어지는 말을 공백으로 두었습니다. 예상대로 아내가 물었습니다. 

"아니 이름을 불러놓고 아무 말도 안 해요?"

그 이유를 설명했습니다.

"응. 뒷말은 그동안 내가 많이 학습을 시켜주었으니 스스로 채워보라고……."

그러자 금방 아내가 뒷 말을 채워넣었습니다.

" , 당신 카드값 내가 내줄게!"

덧붙이는 글 모티프원의 블로그 www.motif.kr 에도 함께 포스팅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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