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치 올림픽 이후, 한반도는 안전할까?

소치 올림픽을 둘러싼 국제 관계의 속살과 예측

검토 완료

윤성진(gragory)등록 2014.02.06 21:39
내일이면 드디어 2014년 러시아 소치 올림픽이 개막된다. 테러 위협으로 개막 전부터 홍역을 치렀던 소치 올림픽. 테러 의심 지역에 대한 대대적 소탕을 비롯한 러시아 당국의 노력이 가히 긴급 상황에 버금갔다.

그리고 푸틴 대통령과 러시아 당국은 개막이 임박한 지금 안전을 장담하고 있다. 물론 공식적으론 그렇단 말이다.

이쯤에서 과연 '소치 올림픽은 안전한가?'라는 질문을 해보자. 지금부터는 왜 소치 올림픽 안전 문제가 국제 관계, 좀 더 구체적으론 한반도와 연결되는지를 말할 시점이 되었다.

간단한 이해를 위해 2가지 질문으로 시작한다. 첫째, 올림픽, 소치는 정말 안전할까? 둘째, 올림픽 이후, 푸틴은 안전할까?

첫 질문부터 답해보자. 그럼 러시아의 공식 입장처럼 정말, 정말 현재 소치 올림픽의 안전에 아무런 문제가 없을까? '소치는 정말 안전할까?'

오스트리아 올림픽 위원회 대변인인 Wolfgang Eischer는 2월 6일 CNN과의 인터뷰에서 자국 출전 여성 선수 2명이 위협이 담긴 편지를 받았다고 밝혔다. 위협의 구체적인 내용은 공개되지 않았지만, 독일어(오스트리아는 독일어 국가)로 쓰인 편지에서 두 선수가 실제로 위험할 수 있다는 확실한 정보가 담겨 있었다고 전했다.

테러 위협은 현재 진행형이다. 러시아 당국이 효과적으로 틀어 막을 수 있을지 점점 더 의구심이 커지는 대목이다.

위협은 테러에만 한정되지 않는다. 호주의 로위 연구소는 2008년 베이징 하계 올림픽에서 중국이 70억불을 투자한데 비해, 이번 소치 올림픽은 무려 500억불이 투입되었다고 밝혔다. 더 큰 문제는 이중 260억불 정도가 리베이트나 착복으로 쓰였다는 12월 발표 조사 보고서를 인용했다.

경기 시설의 부실과 인프라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아서 오는 사건 사고가 점쳐지는 대목이다. 더 나아가 올림픽 이후, 러시아에 불어닥칠 후폭풍이 만만치 않으리란 전망을 가능케 한다.

여기서 자연스럽게 두번째 질문으로 넘어간다.

'올림픽 이후, 정작 푸틴은 안전할까?'

막대한 올림픽 투자 비용을 비롯해 비리가 동기가 되어, 러시아의 고질적 문제가 올림픽 이후 한꺼번에 수면 위로 터져 나올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개막 전부터, 논란의 중심이 되고 있는 동성애 차별 문제가 대표적이다. 비-민주적 푸틴의 통치 스타일에 점점 정조준되면서, 일종의 인권과 민주화 운동으로 번질 수도 있다.

야심찬 포부로 가득했던 푸틴의 계획은 어쩌면, 코커서스 테러리스트들의 위협으로 시작해, 스스로 판 무덤으로 때문에 전혀 다른 방향으로 모스크바 정국을 몰고 갈 수 있다. "푸틴은 과연 안전할까?"를 묻는 건 자연스러울 수 있다.

모스크바, 떨고 있나?

떠는게 보인다.

도쿄와 베이징, 소치로 달려가다.

미국이 대통령을 비롯해, 부통령 등 고위급 인사를 개막식에 보내지 않겠다고 이미 발표한 것과는 대조적으로 중국과 일본은 각각 시진핑 주석과 아베 신조 총리가 개막식 참석을 위해 소치로 출발했다.

두사람 모두 소치에서 푸틴과 정상 회담을 계획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서방의 대표적 지도자들의 불참과 대비되는, 아시아의 두 유력 국가 지도자의 행보는 2014년 국제 관계에서 굉장히 많은 상징을 담고 있다.

  1) 러-중이 다극화 국제 질서의 주도권을 모색한다.
  2) 중앙 아시아 지역에서 러-중의 경쟁이 본 궤도에 올랐다.
  3) 일-러는 동아시아에서 중국의 팽창을 분명히 견제하려 한다.
  4) 중국은 자국내 소수 민족 분규를 해결하려 한다.
  5) 일본은 북방 4개 도서 문제를 풀고 싶어한다.

위의 상황 설명은 다음으로 미룬다. 이번엔 "한반도를 둘러싼, 혹은 주변에서 벌어지는 '러시아-중국 -일본'의 외교전이 치열하다. 그리고 자신들에 유리한 질서를 구축하려는 준비가 대단하다"는 증거 정도로 마무리하자.

각도를 달리해, 과연 이런 3국의 행보가 1) 옳은 것인가? 이며, 2) 현실적으로도 효과적인가?라는 질문에 답하는 게 더 중요하다고 본다.

중국은 이번 소치 올림픽을 통해 다극화 질서에 대비해 '러-중'이라는 미국에 대항할 유일한 실체를 상징적으로 보여주고 싶어 한다. 반면, 일본은 자체적으로도 미국의 후원없이 중국을 견제할 능력이 있는지 실험한다.

문제는 바로 여기서 출발한다. 이들이 염두에 두고 있는 핵심에 '미국 주도의 질서'라는 개념이 공통적으로 자리 잡고 있다는 점이다. 하지만, 미국 주도 질서보다 이들의 관계는 훨씬 더 모순적이다. 성공해 결실을 거두기도 어렵다.

첫째, 러-중은 이미 중앙아시아에서 경쟁 관계에 돌입했다. 심지어 러시아는 일본과 함께 중국을 동북아에서 견제하려 하고 있다. 러-중 동맹으로 다극화를 선도할 실체가 되기엔 풀어야 할 숙제가 너무 많다.

둘째, 일본 또한 러시아를 활용해 중국을 효과적으로 봉쇄하고 싶어한다. 미국에 대한 의존을 줄이고, 독자적인 판단을 하려는 의도가 깔려 있다. 하지만 역시, 러시아를 중국 견제에 활용하고 싶은 건 미국도 마찬가지다. 일본의 의도와 미국의 생각이 충돌할 수 있다.

세째, '옳은 방향'이냐는 거다. 중국은 신장 위구르와 러시아의 코커서스 지역을 동일한 성격의 사안으로 보고 있다. 중앙 정부 입장에서 소위 '분리주의' 세력을 효과적으로 척결하고 싶어 한다. 일본은 러시아의 필요와 북방 도서 문제를 연결하려 한다.

바로 이점이다. 중국과 러시아는 소수 민족을 포용하는게 아니라, 보다 더 폭압적으로 탄압할 용의가 있어 보인다. 일본 또한 북방 도서의 반환으로 전후 구조를 종결하고 싶어한다. 현재 일본내 우경화가 보여주듯, 과거 제국주의 성향을 강화하는 과정으로 이해될 수 있다.

잘못되었다는 거다. 2차세계대전 이후, 수 많은 희생을 댓가로 겨우 식민지배와 제국주의 잔재에 대한 청산을 했다고 보았지만, 중국과 일본 지도자들이 이걸 꺼꾸로 돌리고 있는 셈이다.

이들이 추구하는 탈-미국 행보는 오히려 좁게는 동북아에, 심지어 아시아-태평양 전 지역에 긴장을 매우 높일 가능성이 있다. 특히, 미국의 맹방처럼 행동하는 일본이 2차 세계 대전 때처럼, 갑자기 미국을 향해 칼을 겨누는 돌변 상황도 환경적으로 조성된다는 점이다.

이 지점에서 한국의 역할과 통일의 의미가 굉장히 중요해진다.

한국은 분명 선택의 문제 앞에 여러번 놓일 수 밖에 없다. 그러나 의외로 선택지는 간단할 수 있다. 이유는 1) 옳지 않고 2) 효과적지도 않은 중국과 일본의 '러시아 지렛대 외교'의 잔기술을 압도할 과감하고 선 굵은 수단은 얼마든지 있기 때문이다.

짧게 대안을 제시한다 (추후 더 자세히 포스팅할 계획이다).

  1) 러시아는 동북아에서 한국을 가장 선호할 수 밖에 없다. 기다릴 필요가 있다.
  2) 호주와 인도 그리고 필리핀 등과 대폭 진전된 군사-안보 실체를 만들어야 한다.
  3) 미국과의 협력을 강화하되, 신속히 전작권을 돌려 받아야 한다.

위의 제한적으로(지면상 아주 많이 줄였다) 제시한 대안의 핵심은 한국의 군사-안보 전략이 "위협은 하지 않지만, 견제력은 유지한다"는 쪽으로 가야 한다는 뜻이다.

이번 소치 올림픽에서 중국과 일본의 정상은 약싹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그러나 결코 현명한 행보로 보이지는 않는다. 서방은 이들의 움직임을 벌써 탐욕스럽게 바라보고 있다. 사실이기도 하다.

그리고 가장 큰 실수는 올림픽 이후, 푸틴이 과연 권력을 이전처럼 행사할 수 있겠느냐는 점에 있다. 앞에서도 다뤘듯, 전혀 예상치 못한 격변이 일어날 가능성을 예측해 본다면, 일본과 중국 정상은 헛일을 한 셈이 될 것이다.

마지막으로 민주주의와 인권의 퇴보에 역할을 했다는 오명까지 뒤집어 쓸지도 모른다.

여하튼, 도쿄와 베이징은 소치로 달려갔다.

지켜볼 필요는 남아 있다.

주목하라, 소치 이후의 러시아.

앞에서 살펴본 소치 올림픽과 그 맥락을 통해 대략 다음과 같은 '소치 이후'의 시나리오를 만들 수 있다.

  1) 푸틴의 권력이 보다 더 견고해진다.
  2) 테러 등 올림픽에 문제가 벌어질 경, 책임론이 번진다.
  3) 코카서스와 중앙 아시아의 민족주의와 이슬람 근본주의가 폭발한다.
  4) 러시아-일본이 '중국'과 대결 구도를 구축에 성공한다.
  5) 러시아가 일본과 중국 사이 줄타기 외교를 지속한다.
  6) 푸틴 실각 이후, 친미 정권이 들어선다.
  7) 러시아-중국이 반미 노선을 구축한다.

이들 시나리오에 대해서도 역시 할 말들이 많다. 이번엔 한반도 관련해서만 살펴보자. 일단 위의 시나리오 모두 한반도, 특히 통일과 관련해 어는 하나 무시할 수 없는 상황이 될 것이다. 외교 당국이 세심하게 준비하고 있는지는 잘 모르겠다. 의심이 드는 걸 숨길 순 없겠다.

러시아 현지 시각으로 2월 7일 금요일, 한국은 8일로 넘어오는 새벽, 2014년 러시아 소치 동계 올림픽이 드디어 개막한다. 오늘자(미국 시각으론 5일) 워싱턴 포스트는 "올림픽 준비 덜 된 러시아, 15가지 조짐들"이란 제목의 사진 중심의 기사를 내놓았다. 사진들은 아직도 공사와 단장에 한창인 도로와 기타 시설, 도로에 뻥뚫린 하수구 등 준비 부족의 징후를 꼬집었다.

유럽 자유라디오 방송(RFE-RL)도 "마지막 몇 분까지 올림픽 (준비) 향해 달리다"란 제목의 기사를 통해, 개막 당일까지 결국 준비조차 마무리 하기 어려운 상황이란 현실을 고발했다.

서방 언론을 통해 드러난 준비 과정에서 '푸틴 러시아 정부의 무능과 부패'는 이미 러시아 내부로 알려졌다. 올림픽이란 국제 행사에서 해외 언론을 통제할 수도 없어, 서방 언론은 이번 대회 동안 올림픽 경기보다는 러시아의 치부를 비록 소치라는 공간적 한계 속에서도 들추려 할 것이다. 푸틴이 가장 곤혹스러워하는 부분이다.

여기에 테러까지 발생하면 그야말로 러시아, 아니 푸틴의 입지는 국제적으론 물론이고 무엇보다 국내에서 상당한 어려움에 직면할 수 밖에 없다.

'2014년 소치 동계 올림픽은 어쩌면, 러시아를 이 대회 이전과 이후로 나누게 될지 모른다. '푸틴의 러시아'와 '푸틴이 사라진 러시아'로 말이다.

그렇다면, 러시아 외교는 분명 변화를 모색할 것이고, 여기엔 극동 러시아가 속한 동아시아 정세에 분명 어떤 모양으로든 적지 않은 파장을 몰고 올 수 밖에 없다. 특히 중국과 일본이 서로 자기 쪽으로 구도로 러시아를 끌어 넣으려는 시도가 노골적인 시점에서, 미국 또한 동북아 문제에 러시아를 개입시키고 싶어할 것이다.

미국은 시리아와 이란 문제가 겹친 러시아와 북한 핵과 관련해, 또는 한반도 통일과 관련해, 여러가지 딜을 시도할 가능성도 있다. 푸틴 통치의 러시아와 껄끄러웠던 미국이, 소치 이후 푸틴 실각을 강력하게 열망하며 염두에 두고 있을 가능성이 높다.

반면, 모든 문제를 극복하고 푸틴이 권좌를 유지할 경우다. 국내적으로 전제 통치가 더 강화될 여지가 있다. 반대로 올림픽 이후, 대외 유화책을 표면적으로나마 쓸 가능성도 없지 않다. 어떻게 되었든, 소치 올림픽 이후 러시아는 한반도에 그 파장을 적지 않게 전달할 예정이다.

올림픽 기간 안전도 중요하지만, 정작 중요한 건, 테러가 발생하든 안 하든 그 이후의 러시아가 무척 중요하다. 러시아는 냉전 이후 동아시아를 포함한 국제 질서를 새롭게 짜려는 패권국들이 눈똑을 자주 들이는 나라가 되었다. 러시아의 '민주화'는 그래서 더 중요하다. 올림픽이 푸틴 업적 홍보에 들러리로, 여러 참가국 정치의 치부를 가리는 수단으로 쓰이는 것에 혐오를 느끼는 이유이기도 하다.

다시 한번 묻고 싶다.

2014년 러시아 소치 동계 올림픽, 안전한가?

그리고 이렇게 주문하고 싶다.

소치 이후, 러시아의 변화와 한반도에 몰아칠 영향에 주목하라.

주목하라, 소치 이후의 러시아!

그래서 든 생각이다. 지금 소치의 안전보다도, 올림픽 이후 한반도의 안전을 걱정해야 하는 거 아닌가 말이다.

소치 올림픽 이후, 한반도는 안전할까?

덧붙이는 글 이 글은 본인의 블로그 http://krakory.blog.me 에도 게재 되었음을 밝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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