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1절을 바라보는 다른 시선

일본의 심판은 길게 보고 지금은 일본을 용서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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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규(solisoye)등록 2014.03.02 10:33
3.1절 박근혜 대통령의 기념사에는 일본의 우경화에 대해 강도 높은 비판을 했다. 
대한민국의 지도자로서 민족의 자긍심을 일깨워야 할 3.1절에 당연한 말을 했다. 더 심하게 해도 좋았으리라. 그런데 한가지 생각할 점은 일본의 정치인들은 어떻게 받아 드렸을까? 참회의 눈물이라도 흘렸다는 일본발 기사가 뜬다면 통쾌하리라. 또한 일본이 우경화를 멈추고, 과거사를 반성하고, 위안부 할머니에게 무릎을 꿇고 참회의 눈물을 흘리고, 독도 문제도 포기한다면 아마 우리 민족은 정말로 일본을 형제 국가로 미래 동반자 국가로 긴밀하게 공조하고 동아시아 시대를 같이 열어갈 것이다. 그러나 현실은 그렇지 않다. 외교를 단절하고 일본의 우경화를 비판해도 연일 망언이 계속되고 있다. 역사적 자료가 있고 피해자들이 살아있음에도 멈추지 않고 막 나가고 있다. 해볼테면 해보라는 식으로 말이다.
지금의 강경한 대응으로는 실익이 없다. 실익도 챙기면서 일본을 변화시킬 수 있는 방법이 있다면 그건 치밀한 계획 속에 길게 보는 것이라 생각한다. 즉 일본을 용서하는 것으로 용서는 피해자만 가질 수 있는 특권이기 때문이다. 가해자의 노력으로는 죽었다 깨어나도 피해자가 용서해줄 마음이 없으면 절대 용서를 받을 수 없다. 이런 이치가 연일 막말을 일삼는 일본의 우익 정치인들에게 씨알도 먹히지 않겠지만 우리의 용서는 우익 정치인들이 아닌 일본 국민들에게 향해야 한다는 것이다.

2000년부터 일본인들은 한국을 바라보는 시각이 3번 바뀌었다.
필자는 2000년부터 2011년까지 약 11년간을 일본에서 살았다. 이전의 세대와는 다른 대우를 일본인에게 받았다. 이전세대는 일제시대부터 살았던 세대와 후손인 자이니치들로 한국인의 정체성을 숨겨야만 일본에서 일본인과 동등한 대우를 받았다. 그들이 한국인으로 정체성이 있느냐 없느냐의 문제에 대해서는 부모세대에서 결정된 일본에서의 삶을 자식으로써 받아 들일 수 밖에 없었기에 이루어진 문제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내가 30살의 나이에 일본에 가서 11년간을 살면서 체험한 바로는 일본인들이 한국을 보는 시각이 크게 세 번의 변화가 있었다. 이 세 번의 변화를 기준으로 왜 우리가 3.1절을 기념하면서 일본인 즉 일본 국민을 용서했을 때 많은 것을 바꿀 수 있는지에 대해서 쓰려고 한다.

2000년도의 일본인은 한국을 바라보는 시각이 우월감에서 호기심으로 바뀌고 있음을 느꼈다. 그것은 한국의 IT 진흥 정책으로 인한 인터넷 붐이 일본의 IT분야 기업가들과 젊은 세대의 호기심을 불러 일으킨 것이다. 우리나라가 56Kbps 모뎀을 불안정하게 쓰고 있을 때 일본은 ISDN(전화와 데이터 64KBPS)의 보급율이 세계 최고 수준이었지만 하나로 통신이 ADSL 1Mbps을 가정에 공급하면서 인터넷 분야가 비약적으로 발전했기 때문이다. 일본인을 만나면 PC방에 대해서 물어보고 어떻게 그렇게 급속도로 인터넷 분야가 발전할 수 있었는지 궁금해 했다. 단지 인터넷이라는 한 분야였지만 IT분야에서 근무하고 있다는 이유로 나는 일본인 보다 우월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것은 일본인들이 한국을 바라보는 작은 변화의 시작이었다고 생각한다.
2003년 4월 일본에 겨울연가가 방영되면서 일본인들이 변화하기 시작했다. 초기에는 일시적이라 생각했지만 계속되는 드라마 수출과 보아와 동방신기를 통해서 음악분야까지 문화의 총채적인 한류가 등장하였다. 이 한류는 일본에 사는 한인 사회도 변화시켰다. 대표적인 한인 거리인 신주쿠의 쇼쿠안도리와 오오쿠보도리의 한국 상점 밀집 지역이 기존 보다 몇 배로 상권이 커지고 거리가 깨끗해지자 급기야 지방에 있는 일본인들까지 관광버스를 대절해서 이 지역으로 몰려들며 한류를 만끽하게 되었다.
2010년도 일본의 NHK에서 방영한 '니혼노 코레카라'라는 프로그램에서 한국인 1000명, 일본인 1000에게 물어봐서 만든 자료를 보면 한류의 결과가 그대로 반영되었다. 일본인은 62%가 한국이 좋다고 한 반면 25%가 한국이 싫다고 하였다. 반면 한국인은 21%가 일본이 좋다고 한 반면 75%가 일본이 싫다고 답하였다. 일본의 우익은 한류가 지속되자 혐한 기류를 조성하기 위해서 엄청 노력했겠지만 자국에서는 실패했고 한국에서는 성공했다고 봐도 좋을 것이다.
2012년도는 10년간 쌓아온 한류를 혐한으로 바꾸는 결정적인 사건이 터졌다. 많은 사람들은 이명박 대통령이 독도를 방문했기 때문이라고 하지만 그것보다는 한국 방문을 조건으로 일본 천왕의 사과를 요청한 것이 일본인들에게는 큰 충격으로 받아들여졌다고 한다. 이후 일본 내각부의 여론조사에 의하면 한국인에 대한 호감도는 2010년 62%에서 2012년 39%까지 추락했다. 일본 우익은 혐한 분위기 조성을 독도로 초점을 맞추고 역사문제, 야스쿠니 신사참배, 고노담화 재검토 등 극우 정권이 일본 정치를 지배하게 되었다. 그리고 일본의 도발은 아베 정권이 끝나는 2016년까지 이어갈 것이다.

일본의 정치를 바꿀 수 있는 방법은 한류를 통한 문화 지배로 가야 한다.
우리의 대응은 바둑에 빗대어 보면 선수를 뺏기는 형국이다. 일본은 꾸준히 도발하고우리는 그때마다 대응한다. 이래서는 일본에 끌려가지 않을 수 없다. 그렇다고 외교채널을 막는다고 해결 될 것 같지도 않다. 정치는 대중의 힘을 지지기반으로 하는데 일본인들은 현 정부를 지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것을 변화시킬 정치적인 방법이 딱히 떠오르는 것이 없다. 만약에 한류의 최고점인 2009년의 한일 관계라면 아베 같은 지도자가 지금 같은 도발을 지속적으로 할 수 있을까? 라는 물음을 해본다.

우리는 일본의 우익이 아닌 일본인을 대상으로 피해자가 가해자를 용서하는 마음을 가슴에 품어야 한다. 정부와 대통령은 정기적으로 3.1절과 광복절에 독도가 대한민국 영토임을 선포하고 일본의 역사인식과 우경화를 비판하는 것이 필요하다. 정치는 관계개선을 해야 한류의 불씨를 다시 살릴 수 있다. 그 불씨는 불이 되어서 우익의 논리가 통하지 않는 그런 일본을 일본인이 만들어야 한다. 지금의 정치적인 대립으로 한류의 불씨가 꺼진다면 1,400년 전 백제에 의한 일본문화의 지배를 다시 재현할 천재일우(千載一偶)의 죄를 후손들에게 짓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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