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는 죽기전에 꼭 가보고 싶은 나라가 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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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성민(minihidden)등록 2014.03.10 10:03
 "엄마는 죽기전에 꼭 가보고 싶은 나라가 있어?"

어려서부터 아버지가 일찍 돌아가시고 덩그런히 혼자 아무것도 모르고 혼자 노는 아이를 보고 어머니는 돈을 벌어야겠다는 생각에 저를 이모들 집에 맞기게 됩니다. 그래서일까요? 어려서부터 사촌 형, 누나, 동생들과 자라다보니 제가 '외아들'이라고 하면 다들 의아해 하며 몰랐다고  합니다. 그러나 유년기때 형성되는 엄마와 아이간의 유대적 관계가 무너져서인지 사실 제가 철이 들기 전까지, 아니 여행을 가지 전까지 어머니와 대화하는 법을 몰랐습니다.

6살 이후로 초등학생 3학년까지 이집 저 집 이모들 손에 크고, 어머니와 같이 살아도 아침에 할머니가 깨워서 밥 먹여 학교 보내면, 어머니는 늦게까지 일하다 들어와 주무시고, 학교와 학원에 갔다 돌아오면 어머니는 왠만해서는 제가 잘 때 돌아오셨습니다. 그러니 대화가 될 일이 없죠. 보통 우리 아버지와 자녀들의 생활 패턴이지 않을까요? 예전 우리 부모님들, 특히 아버지들이 그렇게 힘들게 일하시며 생활했지만 정작 자녀와 대화하지 못하고 훈계로 교육만 하다가 나중에 은퇴후 자녀와 무엇을 하려고, 아니 그때가서 대화하려고 하니 이제는 늦었지요.

대학생이 되어 외지에서 자취를 하며 어머니와 한달에 한 번 전화를 합니다.
"엄마! 뭐하노?"
"왜"
"돈없다. 용돈 보내도"
"알았다"
뚝...................
이게 한달에 한 번 아들과 엄마의 대화의 전부였습니다.

군대에 가서 그나마 가족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해보고 철이 들기 시작하면서 그때부터 끊어진 어머니와의 대화를 다시 시작하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2014년 현재는 일주일에 서너번 이런저런 안부인사와 대화를 수화기 넘어로 서로가 주고 받습니다. 이렇게 된 가장 큰 이유는 어쩌면 여행을 준비하면서부터 시작된것이 아닐까요?

2007년부터 2년간 어떻게 갈 것인지 조금씩 준비하기 시작하였습니다. 어머니는 먼저 자전거를 샀습니다. 그리고 가까운 마트나 주변에 갈때에는 자전거를 타기 시작했죠. 그때의 기억으로는 젊었을 때 타고 20년이상 자전거를 안타봤다고 했던 것 같습니다. 그렇게 우리의 끊어진 대화가 시작되고 삶에 활력이 되살아나기 시작합다. 먼저 자전거를 타는 것 부터.....

"엄마~ 엄마는 죽기전에 꼭 가보고 싶은 나라가 있어?"
"글쎄~"
곰곰히 생각해 보시더니
"있지!"
"어디?"
"엄마는 죽기전에 꼭 이 세 나라들을 여행하고 싶은데 첫째는 인도, 둘째는 티벳, 셋째는 터키"

그냥 제가 한 번 가보았던 서유럽을 중심으로 가보아도 되겠지만 꼭 물어보고 싶었습니다. 엄마가 원하는 곳이 어딘지 말이죠. 어려서는 엄마와 둘만 있는 가족 대신에 친구들과 가는 교회에 정을 붙여서 중 고등학생때는 토,일요일 교회에 간다고 그 흔한 등산한번 어머니와 함께 가지 못해서 그게 지금도 후회로 남아 있습니다. 그리고 지금껏 저를 위해 살아온 어머니를 위해, 엄마가 아들과 함께 가고싶은 곳이 어딘지 알고 싶어졌습니다.
그래도 자전거 여행을 계획중인데 티벳은 너무 높아서 힘들것 같고, 인도는 왠지 제가 안끌렸고, 그래도 2002년 월드컵을 계기로 알려진 형제의 나라 '터키'가 매력적이게 느껴졌습니다. 그래서 세상의 수많은 나라들 중 우리는 터키로 떠나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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터키 여행을 다 마친 지금은 또 함께 긴 여행을 갈 수 있을지 사실 의문입니다. 그러나 어머니가 죽기 전 꼭 나머지 두 나라, 인도와 티벳은 꼭 같이 가서 자전거로는 힘들지 몰라도 함께 보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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