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의 국민들이 전력대란, 원자력발전 및 장거리 송전과 관련한 이슈들에 접촉하는 빈도수는 해마다 늘어가고 있다. 대개 부정적인 내용을 담고 있는데 문제들의 중심에는 산업용 전기가 자리잡고 있다. 산업체는 비교적 저가로 전기를 공급받아왔고 그 부담은 그동안 가정용 전기료에 반영되어왔다. 이런 문제들과 관련하여 전문가들이 주로 거론하는 대안은 전기료 정상화(특히 산업용 전기료 인상)와 산업체의 자가발전률 증가, 대안에너지 확충 등이다.
정부는 이에 따라 산업용 전기요금을 대폭 인상해오고 있는데, 최근 3년간 전기요금 누적 인상률은 29.4%나 된다. 가정용 전기요금 인상률의 세배가 넘는 수준이다. 이것은 전력공급 및 수급의 정상화를 위한 바람직한 조치라고 할 수 있겠다.
그러나 이러한 조치로 인해 치명적인 타격을 입은 산업분야가 있으니 바로 열처리 산업이다. 열처리 산업은 전체 생산비용에서 전기료가 차지하는 비중이 상당히 큰 분야이기 때문이다. 열처리 산업에서 전기비용이 차지하는 비율은 25%정도였는데, 최근 산업용 전기료 인상으로 인해 2011년 27.1%이던 전기료 비율이 2013년에는 무려 39.2%로 뛰어올랐다. 특히 원활한 전력수급을 위해 도입한 피크타임 전기요금할증제가 전기료 비율 상승에 큰 영향을 주었다. 열처리는 24시간 지속적으로 열원을 공급해야하는 산업이기 때문이다. 열처리 과정에 필요한 온도는 1,300도에 육박한다. 그런데 생산 과정 중 전원을 끊을 경우 신축 팽창 등의 현상으로 인해 제품에 치명적인 불량이 일어날 수밖에 없다.
▲ 금속열처리 과정 및 제품 종류 예시 금속열처리 산업은 24시간 지속적으로 열원을 공급해야 하는 산업이다. ⓒ (주) 파워인덕션
중소 열처리 업체들은 대부분 대기업의 하청에 의해 생산이 이루어지고 있다. 그런데 전기료 인상으로 인한 제조원가의 상승에도 불구하고 납품단가는 거의 조정이 되지 않고 있다. 제조원가 중 전기료 비율이 최근 3년간 12.1%가 올랐지만 납품단가 인상율은 고작 0.6%밖에 되지 않는다. 더 놀라운 사실은 이 납품단가가 20년 가까이 거의 오르지 않았다는 것이다. 그럼에도 열처리 업체가 지금까지 버텨온 것은 물량증가 때문이었다. 그러나 이제 우리나라도 저성장기에 들어섰고 더 이상의 물량증가를 기대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 월간 메탈넷코리아의 설문조사(2010년)에 의하면 경영상의 어려움을 묻는 질문에 자금부족이 37%, 인력부족이 26%으로 나타났다. ⓒ 월간 메탈넷코리아
열악한 여건은 근로환경에도 악영향을 주었다. 인건비 절감을 위해 공장은 12시간씩 2교대로 운영되고 있으며 임금수준은 노동강도나 노동량에 훨씬 미치지 못하고 있다. 때문에 열처리 분야는 3D업종으로 인식된지 오래다. 인력공급이 어려워 외국인 노동자로 부족한 노동인력을 충원하고 있는데, 숙련공의 맥이 끊어져 한국 열처리 산업의 기반은 서서히 무너져가고 있다.
▲ 연도별 부족인원 및 부족률 열처리 산업은 중노동, 고위험, 저임금으로 인해 3D업종으로 인식되고 있다. 이로 인해 열처리 업계는 고질적인 인력난을 겪고 있다. ⓒ 월간 메탈넷코리아
열처리 산업은 6대뿌리 산업(주물, 금형, 용접, 단조, 도금, 열처리)에 속한다. 정부가 철강산업의 지속적인 발전을 위해서 6대뿌리 산업의 진흥과 첨단화의 필요성을 인정하고 2011년에 뿌리법령 제정 및 지원시스템을 구축하였다는 것은 반길만한 일이다. 그러나 열처리 업계의 고충은 여전히 심화되고 있다. 정부의 보다 더 적극적이고 현실성있는 관심과 대책마련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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