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초뿌리산업 금속열처리업계의 위기

현행 전기요금제도와 대기업 중심의 경제구조로 인한 금속열처리업계의 고충

검토 완료

김봉석(socso)등록 2014.05.07 20:00
우리나라의 국민들이 전력대란, 원자력발전 및 장거리 송전과 관련한 이슈들에 접촉하는 빈도수는 해마다 늘어가고 있다. 대개 부정적인 내용을 담고 있는데 문제들의 중심에는 산업용 전기가 자리잡고 있다. 산업체는 비교적 저가로 전기를 공급받아왔고 그 부담은 그동안 가정용 전기료에 반영되어왔다. 이런 문제들과 관련하여 전문가들이 주로 거론하는 대안은 전기료 정상화(특히 산업용 전기료 인상)와 산업체의 자가발전률 증가, 대안에너지 확충 등이다.

정부는 이에 따라 산업용 전기요금을 대폭 인상해오고 있는데, 최근 3년간 전기요금 누적 인상률은 29.4%나 된다. 가정용 전기요금 인상률의 세배가 넘는 수준이다. 이것은 전력공급 및 수급의 정상화를 위한 바람직한 조치라고 할 수 있겠다.

그러나 이러한 조치로 인해 치명적인 타격을 입은 산업분야가 있으니 바로 열처리 산업이다. 열처리 산업은 전체 생산비용에서 전기료가 차지하는 비중이 상당히 큰 분야이기 때문이다. 

이로 인한 열처리 업계의 위기상황을 알리고자 지난 3월 18일 저녁 7시 한국혁명 넷은 "3D업종 중소기업의 실태(열처리 업종 중소기업)"라는 제목으로 강연회를 열었다. 강연자인 한국열처리협동조합 김범우 전무이사에 의하면 열처리 산업에서 전기비용이 차지하는 비율은 25%정도였다고 한다. 그런데 최근 산업용 전기료 인상으로 인해 "2011년 27.1%이던 전기료 비율이 2013년에는 무려 39.2%로 뛰어올랐다." 특히 원활한 전력수급을 위해 도입한 "피크타임 전기요금할증제가 전기료 비율 상승에 큰 영향을 주었다"고 한다.

열처리 과정에 필요한 온도는 1,300도에 육박한다. 생산 과정 중 전원을 끊을 경우 신축 팽창 등의 현상으로 인해 제품에 치명적인 불량이 일어날 수밖에 없다. 따라서 열처리는 24시간 지속적으로 열원을 공급해야하는 산업이다. 이러한 특성 때문에 전기요금할증제는 열악한 열처리 업계의 재정난을 가중시킬 수밖에 없는 것이다.

중소 열처리 업체들은 대부분 대기업의 하청에 의해 생산이 이루어지고 있다. 그런데 전기료 인상으로 인한 제조원가의 상승에도 불구하고 납품단가는 거의 조정이 되지 않고 있다. 김범우 전무이사의 발표 내용에 의하면 제조원가 중 전기료 비율이 최근 3년간 12.1%가 올랐지만 납품단가 인상률은 고작 0.6%밖에 되지 않는다고 한다. 그는 "납품단가가 20년 가까이 거의 오르지 않아서 열처리 업계가 거의 고사 직전"이라고 말하였다. 대기업의 단가 인하 압력이 얼마나 심각한 수준인지를 보여주는 대목이다.

한국고용정보원은 2013년 11월에『뿌리산업의 인력수요 전망』이라는 보고서를 발간했다. 이 보고서는 "뿌리산업의 대부분을 구성하고 있는 중소기업의 수익성 악화"의 원인으로 "대기업 종속형 공급망 구조" 하에 이루어지는 "대기업의 횡포"를 지적하고 있다. "특히 원천기술 개발에도 불구하고 단가산정 방식(중량단위 등) 등 기업 간 불공정 거래관행이 심각한 수준"이라고 한다.

김범우 전무이사가 보고한 자료에 의하면 열처리 업체가 그나마 지금까지 버텨온 것은 "물량증가" 때문이었다. 그러나 이제 우리나라도 저성장기에 들어섰고 더 이상의 물량증가를 기대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열악한 여건은 근로환경에도 악영향을 주었다. 인건비 절감을 위해 공장은 "12시간씩 2교대로 운영"되고 있으며 임금수준은 노동강도나 노동량에 훨씬 미치지 못하고 있다고 그는 말한다. 통계청 자료에 의하면 열처리공의 일일 급여 평균은 2003년도에 36,897원으로 아주 낮은 수준이었다. 그러던 것이 2007년이 되어서야 5만원을 넘어섰고 가장 최근 통계인 2012년에는 72,535원이 되었다. 계속해서 임금 수준이 오르긴 했지만 월소득은 아직도 고작 200만원을 조금 웃도는 수준인 것이다. 때문에 "열처리 분야는 3D업종"으로 인식된지 오래다. 인력공급이 어려워 "외국인 노동자로 부족한 노동인력을 충원"하고 있는데, 숙련공의 맥이 끊어져 한국 열처리 산업의 기반은 서서히 무너져가고 있는 실정이다.

연도별 열처리공 평균 급여(일급) 열처리공의 일일 급여 평균은 2003년도에 36,897원으로 아주 낮은 수준이었다. 그러던 것이 2007년이 되어서야 5만원을 넘어섰고 가장 최근 통계인 2012년에는 72,535원이 되었다. 계속해서 임금 수준이 오르긴 했지만 월소득은 아직도 고작 200만원을 조금 웃도는 수준인 것이다. ⓒ 통계청


월간 메탈넷코리아의 2010년 자체 설문조사에 의하면 열처리 업계의 경영상 어려움을 묻는 질문에 인력부족이 26%를 자지했다. 37%인 자금부족 다음으로 높은 비중을 차지하는 것이다. 일자리 부족으로 인한 실업난이 중요한 사회문제로 인식되고 있는데, 열처리 업계와 같은 중소업체들은 인력부족을 토로하는 모순된 현상이 일어나고 있는 것이다.

열처리 산업은 6대뿌리 산업(주물, 금형, 용접, 단조, 도금, 열처리)에 속한다. 정부가 철강산업의 지속적인 발전을 위해서 6대뿌리 산업의 진흥과 첨단화의 필요성을 인정하고 2011년에 뿌리법령 제정 및 지원시스템을 구축하였다는 것은 반길만한 일이다. 그러나 열처리 업계의 고충은 여전히 심화되고 있다. 정부의 보다 더 적극적이고 현실성있는 관심과 대책마련이 필요하다.

한국혁명 넷 김봉석 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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