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리양보 안 하면 '버릇없는' 젊은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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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소연(sandy7217)등록 2014.04.15 11:15
공공장소에서의 자리양보는 '동방예의지국'이 갖춰야 할 필수품이 되었다. 특히 상대적으로 젊은 2,30대는 대중교통에서 자리 양보를 하지 않으면 비난받을 위험(?)에 노출된다. '노인(또는 어른)에게 자리를 양보해야 한다'는 도덕적 규범 때문이다. 자리양보를 공공연하게 요구받았다거나, 일어나지 않은 상태에서 호통을 들었다는 이들의 에피소드가 종종 들려온다. 양보를 모르는 '요즘 젊은이들'에게 예의가 무엇인지 알려주기 위해 앉은사람의 다리 쪽에 일부러 짐을 밀어놓거나 대뜸 욕을 하는 '어른들'도 있다. 꿋꿋이 앉아있다 해도 따가운 눈총을 피하기는 어렵다. 젊은 사람들은 종종 자는 척과 실제 자는 모습까지도 인증당한다. 지하철·버스에 앉아서 졸고있는 젊은이들의 이미지는 사회적인 조롱의 대상으로 대중에게 깊게 각인되어 있다.

노인이 다가오면 자동으로 일어서야 한다는 규범은 때때로, 한국사회가 어른공경에 책잡힌듯한 모양새로 보인다. 양보는 곧 개인의 품성을 판가름 할 수 있는 척도로 인식된다. 온라인에도 자리양보로 말미암아 벌어진 각종 '패륜 괴담'이 돌아다니고, "요즘 젊은 사람들은 어른을 봐도 일어나지 않는다", "노인을 본체만체 무시하는 행동은 이기적"이라는 비판이 나온다. 이러한 반응은 '평균적 예의'에 도달하지 못한 젊은 세대에 대한 기성세대의 두려움으로 읽힌다.

"젊으니까 양보하라"는 규범의 오류

젊다는 것이 '입석표'가 아니듯, 높은 연령이 곧 '좌석표'는 아니다. 노인에게 자리양보는 필수라는 규범이 위험한 이유는 이 양보가 한국사회 '우대'의 절대다수 기준인 나이에 의한 판가름이기 때문이다. 나이주의에 의거해 노인은 언제든 자리의 주인공이 된다. 이에 비해  상대적으로 어린 사람은 공공장소에서 불편함을 감수해야 한다는 고정관념이 녹아있는 셈이다.

노약자석 역시 '약자'를 포괄하는 범주임에도 실제로 교통약자인 이들이 이용할 분위기가 조성되지 않는다. 임산부나 어린이, 혹은 보이지 않는 신체부위에 상해를 입었거나 말하기 힘든 불편함을 가진 이들의 경우, 일반석이 아닌 노약자석에 앉았다는 이유로도 비난 받는 상황이 종종 벌어진다. 일반석에 앉은 젊은이들이 암묵적으로 양보를 강요받는 현실을 떠올리면 당연한 전개다. 현재의 노약자석은 교통약자들에게 '그림의 떡'과 같다. 거꾸로 노인은 개인의 건강상황과 상관없이 무조건 자리양보를 받아야하는 무기력한 존재라는 편견을 낳기도 한다.

양보의 반대말은 무례인가?

자리양보가 어떠한 방식으로 이루어지는지에 대한 근거는 없다. 또 양보하지 않는 젊은이들이 예의가 없다는 주장 역시 입증이 불가능하다. 그럼에도 이런 '세태'에 대하여 섭섭하다는 반응도 나온다. "부모 혹은 조부모 뻘 되는 어른에게 그 정도의 예의는 당연하지 않느냐"는 뜻이다. 그러나 배려는 의무가 아니다. 자리양보의 근거로 가족주의나 나이주의를 거론하는 것은 더욱 수용하기 힘들다. 양보는 미덕 일 수 있지만 강요될 수는 없다. 노인공경이 전통문화이기 때문에 '글로벌 에티켓'으로 발전시켜야 한다는 의견 역시 상대적으로 어린 사람이 자리를 양보해야 한다는 인식의 발로다. 양보를 당연하게 여기는 분위기는 수정되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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