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연 정권퇴진만이 답인가?

세월호 참사는 배금주의가 판치는 잘못된 시스템이 낳은 결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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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상진(imsjpark)등록 2014.04.30 12:11
국민감정이 극에 달해 있다. 세월호 참사가 주는 아픔의 크기만큼 박근혜 정부에 대한 분노 또한 상승하고 있다. 위기 대처능력이 없는 대통령과 정부는 필요없다며 이 시간에도 청와대 자유게시판에는 불이 날 정도로 실명 게시글들이 폭주한다. 아이들의 희생에 힘입어 현 정부를 규탄하는 모양새가 어쩌면 볼썽사나울 수도 있지만, 분노한 국민감정은 그런 걸 따질 계제가 아니다. 

문득 이런 생각이 든다. 지금 가해자로 공격받는 저들은 어떤 생각을 하고 있을까? 예기치 않은 참사에 모든 걸 자신들의 탓으로 돌리고 반성할까? 아니면, 이미 오랫동안 관행처럼 굳어져 온 시스템이 초래한 경우의 수에 당첨된 걸 단지 재수없다고만 여겨 '이 또한 지나가리라.' 하는 생각으로 반전의 기회를 노릴까?

세월호에서 단 한 명도 구하지 못한 해경 세월호 참사는 결국 잘못된 시스템들이 용인되는 우리 사회가 낳은 사례이다. ⓒ 박상진


세월호 참사가 일순간에 총체적 사회 부조리를 가시적으로 폭로한 계기가 되었지만, 따지고 보면 잘못된 구조는 이미 오래 전부터 있었다.

안전불감증과 관리소홀이 만연한 산업현장에서 재해로 사망한 노동자들이 얼마나 많았으며, 잘못된 개발정책으로 희생된 사람들은 또 얼마나 많았던가? 입시 지옥을 견디다 못해 자살한 학생들은 얼마나 많았으며, 생활고를 비관해 제대로 정부지원 한 번 못받고 죽은 사람들은 또 얼마나 많았던가? 이번에 드러난 잘못된 안전관리시스템 뿐만 아니라 잘못된 의료시스템, 잘못된 행정시스템, 잘못된 교육시스템, 잘못된 복지시스템, 잘못된 사법시스템, 잘못된 금융시스템 등으로 자살하거나 희생된 사람들은 얼마나 많았던가?

이 모든 잘못된 시스템들이 양산한 희생자 수는 세월호 희생자 수에 비할 바가 아니다. 그리고, 그 배후에는 하나같이 돈과 결탁한 비리가 거미줄처럼 얽혀있다. 본질적으로 세월호 참사는 뿌리깊은 잘못된 시스템들이 용인되는 우리 사회가 낳은 하나의 사례로 봐야 한다.

지금 사람들은 눈에 보이는 세월호를 통해 그 동안 잘못된 것들을 한꺼번에 성토하는 듯하다. 그 대상으로 대통령과 현 정부를 겨냥하지만, 그런 모순고리들은 비단 박근혜 정부에서만 이루어진 게 아니라 이미 돈이 최고라는 배금주의가 팽배하면서부터 생긴, 즉 자본주의 생태구조가 낳은 필연적 결과이다. 생명보다 돈이 더 중요한 사회구조 속에서 사고 후에 보험금 얘기부터 다루는 뉴스 장면은 하등 이상할 게 없다.

흥분한 상태에서는 이성이 비집고 들어설 틈이 없다. 지금 분노에 찬 목소리들은 과연 얼마나 오래 힘을 지속시킬 수 있을까? 사고책임자를 처벌하고 박근혜 대통령이 물러나면 모든 게 바뀔까? 우리회의 뿌리깊은 문제들을 세월호 아이들을 제물 삼아 해결할 수 있을까? 진정으로 모든 사람들이 인격체로 존중받고 소외에서 해방되는 그 날이 올까? 세월호 아이들은 박근혜정권 퇴진이라는 정치구호보다 더 근본적인 문제에 대한 자각을 촉구하는 메시지를 살아남은 우리 모두에게 남긴 건 아닐까?

돈이 최고라는 생각이... 세월호 참사는 배금주의, 상업주의가 팽배하면서부터 생긴 자본주의 생태구조가 낳은 필연적 결과이다. ⓒ 박상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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