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침몰사고(1회) : 누구에게 돌을 던져야 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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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건모(gmyang21)등록 2014.05.07 19:10
세월호 침몰사고(1회) : 누구에게 돌을 던져야 하는가

양건모(정의연대 공동대표, 행정학박사)

4월 16일, 제주도로 수학여행을 가던 학생들이 탄 여객선이 침몰했다. 탑승객 476명 중 구조자 174명을 제외한 300여명이 사망하거나 실종되었다. 기사를 접할 때마다 가슴이 미어지고 눈물이 나는데 가족들 심정이야 오죽할까 싶다.

사고 첫날 세월호 선장이 학생들과 승객들은 침몰하는 배에 남겨두고 도망쳤다는 기사를 들었다. '어떻게 저런 일이 있을 수 있나. 선장 맞아'. 자신만 살겠다고 수많은 어린 학생들을 깊은 바다 속으로 빠뜨린 그에게 마구 돌을 던지고 싶었다. 피를 흘릴 정도로.

그런데 다음날 친구가 "그 선장이 계약직, 비정규직이래. 돈도 반밖에 받지 않는...비정규직을 차별하니까 문제가 터지지. 그게 문제야"라고 했다. 나는 조금 화가나서 "선장은 어쨌든 선장이지. 비정규직이라고, 돈을 적게 받는다고, 선장이 배에서 죽어가는 사람들을 놔두고 내려. 그래선 안되지. 이건 비정규직, 정규직의 문제가 아니야"라고 했다.

그런데 계속 비리가 터져 나왔다. 해경의 부실한 초동대처, 수명이 다한 낡은 배의 무리한 증톤 및 개조, 기준보다 3배 많은 화물 적재, 선주인 청해진운수의 각종 비리, 한국선급의 부실한 안전교육과 점검, 해피아라고 불리는 해양수산부와 해양관련 기관들과의 이권밀착, 중앙정부의 재난안전체계의 미작동 등 각종 비리와 부패가 썩은 쓰레기처럼 꼬리를 물고 계속 끌려나온다. 그동안 사고가 나지 않았던 것이 오히려 의심스러울 정도이다.

다음날 세월호의 실질적인 지휘는 정규직인 1급 항해사가 했다는 말이 들렸다. 배가 사고가 났을 때 청해진해운에 처음 전화를 한 것도 항해사였다.

조직설계 이론의 가장 기본적인 것으로 '명령통일(Unity of Command)의 원칙'이 있다. '부하는 한 명의 상관으로부터만 명령을 받는다'는 것으로, 결과적으로 조직의 최고 명령권자는 한 명이어야 한다는 것이다. 전쟁이 일어났는데 한명의 상관은 '진격'을 명령하고, 다른 상관은 '후퇴'를 명령하면 그 부대는 전멸한다. 전쟁이라든가 항해하는 배의 경우에는 특히 예기치 못한 위험이 돌발할 수 있다. 따라서 어디보다 명령통일의 원칙이 준수되어야 하는 곳이다. 그런데 세월호에서 선원들을 관리하는 실질적인 지휘권자는 정규직인 1등 항해사였다. 그렇지만 사고가 나자 항해사나 선장은 청해진 해운 해무담당자들의 명령을 기다렸고 해무 담당자들은 사장의 명령을, 그리고 사장은 유병언 전 회장의 명령을 기다리고 있었던 것이다. 세월호는 바다 속으로 가라앉고 있는데 배안에는 이 상황을 책임질 수 있는 최고 명령권자가 없었던 것이다.

우리나라는 같은 일을 하는데도 비정규직에게 시간당 단가를 정규직의 반만 주는 게 관례화 되어 있다. 임금차별 뿐만 아니라 사람도 차별한다. 이런 차별을 용인해서는 안되는데 말이다. 정규직들은 비정규직인 선장의 말을 듣지 않을 뿐만 아니라 무시한다는 것을, 알 만한 사람들은 다 안다.
이준석 선장이 핫바지 선장이든 형식적인 대타 선장이든, 어쨌든 그는 죽을 만큼 큰 잘못을 저질렀다. 그는 돌을 맞아야 한다. 그런데 그에게만 돌을 던질 수 있을까. 항해사, 업주인 청해진해운, 해경, 해수부, 정부 모든 게 비정상인데.

(세월호 침몰사고를 정의연대 입장에서 9~10회로 정리해 보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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