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아있는 자들의 이야기

세월호 이슈가 피로해지는 사람들을 위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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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슬기(kingka8789)등록 2014.05.18 16:43
사람은 두 번 죽는다고 한다. 숨이 다해서 육체가 죽을 때, 그리고 주변 사람들의 기억에서 사라질 때. 자신의 생을 온전히 살아낸 사람의 죽음에 해당하는 이야기일 뿐이다. 우리는 지금 두 번 죽을 수 없는 아이들이 늘어가는 정글 속에 살고 있다.

작년에 가르치던 중학생 아이들은 꿈이 죽어있었다. 아이들은 해맑았다. 쉬는시간에만. 그리고 죽어있었다. 대부분의 시간동안. 아이들의 눈높이를 맞추기는 생각보다 쉬웠다. 성격도 취향도 다르지만 교실 속 아이들은 그저 상처받아 힘들어 하는 아이들이었으니까.

지금 가르치는 한 고등학생은 표정도 행동도 말도 모두 죽어있다. 수업시간에 아무말도 하지 않는다. 쉬는시간에도 조용히 휴대폰만 들여다 볼 뿐이다. 살아있는 존재이지만 소통할 수 없고, 생각하는 존재일테지만 공유할 수 없다. 어른들의 잘못이라는 것은 누가봐도 알 수 있다. 그러나 그렇게 죽어있는 아이들은 세상과 단절된 채, 이 사회에서 매장당한 채, 사지가 멀쩡하다는 이유로 그렇게 방치되어 있다.

이렇게 아이들이 죽어나간다. 아이들의 자살률이 최고를 기록하는 것도 심각한 일이지만 그것만이 전부가 아니다. 죽지 않고 살아가는 아이들도 어떤 의미에서 죽어있다. 살아있다는 증거가 고통을 느끼는 것이라면 그 아이들은 어떠한 타인의 고통에도 공감하지 못하고 오로지 자신의 순간적인 쾌락에 매몰되어 살아간다. 삶은 쪼그라들고 어른들은 돈으로 그 아이들을 굴린다.

세월호 사건을 통해 새삼 깨닫게 된다. 우리 사회가 얼마나 아이들의 죽음에 대해 무책임했었는가에 대해. 아이들이 처절하게 죽어가는 순간 이 사회의 어른들은 그 고통을 감지해내지 못한다. 이번 사건은 정말 accident인가? 단순히 우연히 벌어진 재앙인가? 어떻게 이렇게 아이들을 완벽하게(?) 죽여낼 수 있는가?

고통은 산 자의 몫이다. 지금 살아있는 자들이 고통을 감내해내야 한다. 그리고 생명은 붙어있지만 우리 주변에서 조금씩 우리가 죽이고 있는 또 다른 아이들의 고통속으로 들어가야 한다. 아이들을 바라보기가 힘들다. 그래도 더 힘들어야 한다. 고통은 산 자의 몫이니까...

하루에도 수백건씩 쏟아지는 세월호 관련 글들을 스치며 불편했다. 그리고 나까지 불편함을 가중시키는 일마저 또 불편하다. 그래도, 나라도 살아보겠다고 떠들어본다. 이야기 된 고통은 고통이 아니라니까...

ps. 살아남은 자의 슬픔 - 브레히트

물론 나는 알고 있다. 오직 운이 좋았던 덕택에 나는 그 많은 친구들보다 오래 살아남았다. 그러나 지난 밤 꿈속에서 이 친구들이 나에 대하여 이야기하는 소리가 들려왔다. "강한 자는 살아남는다." 그러자 나는 자신이 미워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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