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죽은자가 산 자들에게 고함!

해경해체 --소 잃고 외양간 부숴버리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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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지욱(arock)등록 2014.05.19 11:53
나는 이미 죽은 사람이다.
사고가 난 4월 16일 그날 아침, 세월호 식당에서 일하던 나는 넘어진 대형 냉장고에 발목이 깔려 "살려달라" 외치고 있었다. 저 쪽에서 도망치던 동료들은 나를 흘깃 바라봤을 뿐 후다닥 위로 올라가 버렸다.
장정 서넛이면 충분히 냉장고 한 끝을 들어 나를 살릴 수 있는 상황이었다. 내가 악을 쓰는 사이 여학생 몇이 달려와 냉장고를 들어올리려 애썼지만 그들 힘으로는 역부족이었다.
곧 물이 차 올랐고 나는 "야 이 나쁜 XX들아!........"를 외치며 죽었고 여학생들은 "어머니이!" "아버지이!"를 외치며 죽었다. 불과 한 시간 전만해도 창가에 모여 "산타루치아"를 부르던 그들이……
당신들 산 자들은 우리 세계를 볼 수 없다. 그러나 우리는 당신들 세계를 훤히 꿰뚫어 볼 수 있다. 그래서 나는 비정한 세월호에 대해 말한다.
무데뽀 정신;
물리적으로 말하면 이번 사건은 19년전 삼풍백화점 붕괴사건과 판박이 이다. 건축물의 안전에 제일 중요한 것이 구조계산이다. 이것을 다 계산하여 중력을 받도록 지은 건물에 무리하고 무식한 확장으로 얹고 또 얹어 마침내 견디지 못하고 붕괴한 것이다. 
배에서 안전에 중요한 것은 복원력이다. 우리나라가 "세계 제 1의 조선국"이라고?
천만의 말씀이다. 배의 설계기술은 일본에 비해 햇병아리 수준도 안 된다. 일본은 1922년에 항공모함을 설계,제작했지만 우리는 아직 항공모함을 설계할 능력이 없다. 일본도 인구가 밀집한 나라다. 여객선 겸, 화물선을 설계했을 때에는 복원력이 허용하는 한, 공간을 최대한 활용할 수 있도록 설계했을 것이다. 이것을 무시하고 무리하게 개조를 해서 화물을 더 실을 수 있도록 마구 뜯어 증축한 덕분에 복원력을 상실한 것이다. 그것도 고물배를……
삼풍백화점 사건 때 혹자는 "압축성장의 부산물"이라며 싸잡아 비난했다. 무데뽀정신이 경제성장에는 기여했지만 졸속도 낳았다고…. 그러나 정주영이나 이건희 식 무데뽀는 유병언 식이나 삼풍 식과는 전혀 다르다.
정주영이 "하면 된다"는 기치 아래 고속도로 건설을 돌관작업으로 밀어붙이고, 이건희가 품질 미확인의, 수십억 원어치 제품을 불도저로 깔아 뭉갠 것은 상위 목표를 위해 하위 목표를 희생한 것이고, 치밀한 계산에 의한 것이었다. 유병언 식은 돈 때문에 귀중한 인명을 희생한 것이고 상위 목표도 치밀한 계산도 없었다. "하면 된다"가 아니라 "해서는 안 되는 일도 있다"를 "돈이라면 뭣을 해도 된다"로 바꾼 것이다. 무식하면 용감하다는 말을 세월호가 실천했다.
관()도 유착, 민()도 유착;
건물의 구조에 영향을 주는 내력벽을 증 개축할 때는 관계관청의 허가를 받아야 한다. 여객선의 증,개축도 마찬가지로 한국선급과 KST에서 복원력 검사를 받아야 한다. 그런데 허가 관청이나 검사기관이 눈감고 봐준 것은 선사, 건설사와 검은 유착의 고리가 있기 때문이다. 관()만 부패의 고리가 형성된 것은 아니다. 민()도 마찬 가지다. 실명제 금융제도 하에서 유병언이 한 두 명도 아닌 수백명의 명의를 동원해 대출을 받아 제멋대로 쓴 것은 대출기관의 비호가 아니면 불가능한 일이다. 그리고 그들이 "검은 유착"관계가 아니면 이런 일을 하지는 못한다.
어디 대출기관 뿐이랴? 대한민국 하도업체 중에 발주업체에 금품을 상납하지 않는 업체가 몇 %나 될 것인가?
정의는 2순위, 돈은 1순위;
어느 탈북 시인의 "내 딸을 100원에 팝니다"라는 책을 우리는 제목만 보고도 치를 떨었다. 그런데 이번에 우리는 돈 때문에 아들,딸 300 명을 한꺼번에 팔아 치웠다. 운임 수입을 위해 사람의 생명과 바꾸어 버린 것이다.
"돈 벌이"를 위해서라면 명백한 제제 수단으로 제동을 걸지 않는 한 탈법, 불법이 자행된다. 명예도 이젠 돈보다 후 순위 이다. 가히 "돈의, 돈에 의한, 돈을 위한"사회다.
대마(大馬)는 건드리지 않는다;
대마불사의 신화는 IMF사태를 전후해 많이 없어졌다.
그런데 어느새 복원되었다. "구원파"는 정통 개신교로부터 "이단"으로 취급된 말하자면 유사종교다. 그러나 유사종교 집단이라도 어느 정도 규모가 되면 누가 건드리지 않는다. 경찰도, 검찰도, 세무서도……  왜냐? 돈으로 감싸고 있고, 돈으로 쳐 바르면 권력도 따라오기 때문이다.
장수(將帥)가 먼저 도망친다;
세월호 선장 이준석! 당신은 선장도 아니지만 인간도 아니다. 인간이라면 어찌 어린 목숨들을 내팽개치고 도망갈 수 있나? 어려운 "선장의 의무,본분" 이런걸 따지고 싶지도 않다. 심지어 정규직도 아닌 알바생도 세살 어린 동생뻘되는 학생들을 돌보다 죽었다. 당신은 살만큼 살은 나이가 아니던가?
그렇다. 당신 뿐 아니다. 우리 사회는 우두머리 일수록 난리가 나면, 도망치기 바쁘고 제 살기 바쁘다. 임진왜란 때도 선조는 먼저도망 가고 민초인 백기사들이 의병을 모아 싸웠다. 조선 말에도 민초들은 곳곳에서 의거를 일으켰지만 수구 대신들은 감투를 유지하려고 일본에 빌붙어 나라를 팔아 치웠다.
정실주의(情實主義)가 찬란히 꽃피는 사회;
해양경찰청 경무관급 이상 인원의 절반이 배를 장기간 타본 경험이 없다고 했다.
청해진 해운 근무자의 8할이 구원파라 한다. 어디 가나 이제는 요직을 차지 하려면 실력은 2순위, 연고가 1순위이다. 공기업 낙하산은 상식이 되었다. 상식이 아니라 전에는 "수장"만 바꾸더니 요즘은 정권이 바뀌면 수장뿐 아니라 사외이사까지 바꾸는-완전히 공직이 "대권의 전리품"으로 바뀌었다. 심지어 이명박 씨는 물러나기 전에 임기가 얼마 안 남은 공기업 사장직을 싸그리 임명해 버렸다.
"내 밥그릇 내가 챙기는데 누가 왜?" 식이다. 오히려 "독재정권"시절에는 "실력"이 판단 1순위였다. 민주주의가 도래하니 도로 "정실주의", "엽관주의"가 횡행하게 되었다. 공기업, 공직이 이러하니 민간기업도 따라 간다. "인턴사원제도"인지 뭔지 이상한 제도가 생긴 후 실력은 뒷전, 아첨 잘 하는 사람들이 출세하는 시대가 되어 버렸다.
위기상황에서도 전문가가 현장을 통솔하는 게 아니라, 끝발 있는 사람의 입에서 떨어지는 말을 기다려 행동에 옮기다 보니 구조가 늦어지는 것이다.
"바로 세우기"보다 이익에 이용하기;
비극이 일어나자 아니다 다를까 일부에서 '정권퇴진'운동까지 일어나고 있다. 나같은 사람이야 속이 후련할 지 모른다. 그런데 비극 상황에서는 수습이 우선이다. 종기가 덧나 곧 죽게 된 사람을 앞에 두고 의사는 이 수술로 얼마나 수술비를 화끈하게 받을 수 있을까? 궁리하고 유가족은 이 사람이 지금 죽는 게 유산상속에 유리하나, 천천히 죽는 게 유리하나? 생각하고, 친구는 "죽으면 부조를 해야 하나 말아야 하나를 고민한다면 인간의 도리가 아니다. 비극이나 죽음을 이용해 돈이나 또는 권력쟁취 수단으로 생각하는 만큼 비열한 짓은 없다. 나와 학생들이 창문을 두드리며 "살려달라" 아우성 쳤을 때, 밖에서 멍청히 바라보고만 있던 해경들이 일부의 주장처럼 민간기업의 밥그릇 챙기기에 바빠 위에서 지시한대로 민간구조업체가 도착할 때까지 기다리라는 명령 때문이었다면 그 명령을 내린 간부는 천벌을 받을 것이다.
임진왜란 때도 그랬다. 미증유의 전쟁이 다가오는데도 일본에 가 도요토미를 만난 동인과 서인의 대표들은 자파의 이익 때문에 왕에게 서로 다른 보고를 했다.
일부는 또 아예 "해경"을 없애자고도 한다. 이것도 염불보다 잿밥에 눈이 어두워 하는 주장이다. 수사권을 뺏아 가려고…. 해경을 없애버리면 불법어로를 하러 밀려드는 중국어선은 누가 막나?
또 되풀이 될 참사!;
선진국과 비선진국의 차이는 선진국은 비극이 일어나면 그 원인을 고쳐 재탕,삼탕이 발생 않는데 비해 비선진국은 비극이 재탕, 삼탕 되풀이 된다는 것이다. 선진국은 잘못된 부분을 찾아 부분적으로 고치면 되지만 비선진국은 광범하게, 전체적으로 고쳐야 하기 때문에 미봉책으로 끝나, 종기가 재발하는 것이다.
초파일에 해인사의 어느 스님은 말했다. "천하의 나쁜 놈들이란 세월호 선원들, 그들이 곧 대한민국"이라고…… 맞다! 세월호는 대한민국의 축소판이다! 지금 이 순간에도 유병언은 중얼거릴 것이다-- "재수 없이 걸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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