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질라> 마스터피스의 부활 하지만 결국 지뢰작이 되어버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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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건우(poeta)등록 2014.05.24 13:31
1.
고질라, 그러니까 고지라의 탄생은 2차 세계대전이후 일본의 열등감에서 시작합니다. 미국의 <킹콩>을 이기기 위해 일본 토호(東宝)영화사는 킹콩보다 더 큰 놈을 만들어내야겠다는 의도로 고릴라에 고래(구지라)의 합성어인 고지라를 만들어냅니다.
그 조약한 시작은 일제 특유의 장점으로 엄청난 결과를 만들어냅니다. 스톱모션의 <킹콩>과는 달리 <고지라는>는 사람이 괴수 슈트를 입고 배경을 미니어처로 표현한 특촬물이었는데 이 영화가 미국인들에게 엄청난 충격을 안겨줍니다. 분명 시작은 베끼기였는데 원작을 뛰어넘는 작품이 나와 버린 거죠. 이후 일본은 물론 태평양 건너 미국 출신 감독들도 훗날 <고지라>를 자신의 작품에 오마주로 삼았습니다.
때문에 이번 <고질라>는 원작 <고지라>의 복원입니다. <퍼시픽 림>처럼 어릴 적 괴수영화를 보고 자란 세대들에게 고지라의 헐리웃 침략은 '꿈의 실현'이었습니다. 물론 롤랜드 에머리히의 '고지라 뉴욕 상륙작전'이 98년도에 있었지만 이름만 고질라였을 뿐 원작과 동떨어진 작품으로 엄청난 상처만 남겼던 작품이었습니다. 때문에 이번 <고질라>는 그 존재만으로도 충분히 기념비적인 작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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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그런데 여기서 문제는 여기가 한국이라는 점과 그 때문에 배급사가 거의 사기를 쳐놨다는 점입니다. 98년이 되어서야 일본 대중문화 개방을 한 우리 입장에서는 괴수영화라고 해봤자 국산 괴수인 심형래 감독의 <용가리>나 <디워>가 전부였습니다. 즉 괴수물에 대한 이해가 전혀 없는 이 땅에 <고지라>를 옮겨심기란 불가능에 가깝고 이 때문에 영화 홍보과정에서 제대로 큰일을 저질러놨습니다.
[고질라, 쓰나미, 전세계초토화] 라고 해놨지만 고질라보다 또 다른 괴수인 무토가 더 많은 분량을 차지하고, 쓰나미는 영화에 아무런 영향도 미치지 않을 만큼 미미하며, 전세계초토화라기엔 일본과 미국만 배경으로 파괴행위를 일삼습니다. 장르 역시 액션이라 해놨지만 재난영화에 가깝습니다. 결국 괴수물를 모르는 관객들 입장에선 마이클 베이의 <트랜스포머>를, 마지노선으로 심형래 감독의 <디워>를 기대하고 들어갔다가 멘탈이 깨지고 나온 지뢰작으로 만들어버렸습니다.
방사능성애자인 무토라는 괴수가 활개치고 지구의 자정작용으로 천적인 고질라가 세상 밖으로 나왔다는 설정까지는 끄덕일 수 있지만 그저 괴수인 고질라가 왜 인류애를 가지고 있는지는 영화 내부에선 찾을 수가 없습니다. 사실상 '내셔널 지오그래픽의 호랑이 vs 사자'인데 총, 미사일, 폭탄 다 맞은 고질라가 인간을 지키고 있다니 황당할 따름이죠. 뿐만 아니라 이미 98년도에 그렇게 당해놓고도 전혀 배운 게 없는지, 등장인물들의 행위는 전형적인 재난영화의 고전작법을 그대로 따르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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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고질라>는 당연해서 당연한 작품입니다. 이는 '원작의 복원'이라는 부분에서 장인정신의 가깝다는 생각도 듭니다. 크리쳐 디자인이나 카메라 앵글 같은 시각적인 부분뿐만 아니라 내러티브 역시 원작을 고스란히 재연해냅니다. 배경지식이 있는 관객들에겐 정말 환호할만한 작품입니다. 하지만 그 장점이 단점이 되는 영화입니다.
이 영화는 괴수물에 대한 배경지식이 없는 관객들에겐 재미조자 느끼지 못하도록 차단시켜버린 영화입니다. 심지어 배급사는 관객들을 기만하기까지 했습니다. 영화를 본다는 것은, 단순히 감독이 전달하고자 하는 세계관을 영화로 표현하고 관객은 그것을 보는 일방적인 방향이 아닙니다. 그 영화를 관객이 관객 자신의 배경지식을 더해서 새롭게 만들어낸 영화(혹은 이야기)를 보는 것입니다. 분명 <고질라> 의도한 바가 명확한 잘 만든 영화입니다. 하지만 좋은 영화라고 말할 수도 없는 영화입니다. 과연 영화를 보기 위해 관객은 예습을 해야만 할까요?
묵직하게 밀고 나가는 영화입니다. 그리고 영화 나름대로 원작의 설정을 조금씩 손대어 현대인들 입맛에 맞추려고 했단 흔적도 보입니다. 물론 거시적으로 보면 특히 북미나 일본에서 본다면 흠잡을 데 없는 영화입니다. 하지만 괴수물에 대한 이해가 전무한 한국의 경우만 놓고 보면 더욱 더 많은 타협이 요구되는 작품이라 생각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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