궁지 몰린 문창극, 여론 반전 노리며 '셀프 청문회'

20분간 억울함 호소... "안중근 존경하는 내가 왜 친일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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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주영(imjuice)등록 2014.06.19 21:22
여권의 사퇴 압박에도 물러서지 않겠다는 의지를 밝힌 문창극 국무총리 후보자가 19일 작심한 듯 그간 친일 논란에 적극 반박하고 나섰다. 그는 자신이 썼던 칼럼 등을 기자들 앞에서 읽어가며 "안중근 의사와 안창호 선생을 존경하는 내게 왜 친일이라고 하는지 모르겠다"고 억울함을 호소했다. 혼자 묻고 혼자 답하는 '셀프 청문회'나 다름없었다.

이날 오후 6시 정부서울청사 창성동 별관 1층 로비에 등장한 문 후보자는 대기 중이던 수십 명의 취재진에게 "하루 종일 청문회 준비를 위해 공부했다"고 말문을 열었다. 이어 손에 들고 있던 갈색 가죽가방의 지퍼를 열어 준비한 자료들을 꺼냈다.

안경을 꺼내 쓴 문 후보자는 "현대사 인물 가운데 제가 가장 존경하는 분은 안중근 의사님과 도산 안창호 선생님"이라면서 "왜 저보고 친일이다 반민족이다 이런 이야기를 하는지…, 정말로 가슴이 아프다"라고 말했다. 그는 "다른 얘기는 다 들어도 저보고 친일·반민족적이라고 말씀을 하면 몸 둘 바를 모르겠다"면서 손에 쥔 투명 파일 속 칼럼 일부를 읽어 내려갔다.

'애국' 증거 내보이며 '친일' 논란 불식 시도

투명파일 맨 앞면에는 2009년 8월 31일 <중앙일보> 대기자 시절에 쓴 칼럼 '코레아 우라'를 인쇄한 A4용지 종이가 꽂혀있었다. 문 후보자가 당시 하얼빈에서 안중근 의사의 흔적을 직접 탐방한 뒤의 소회를 적은 글이었다. 그는 "'코레아 우라'는 코리아 만세라는 뜻의 러시아어 표현"이라고 설명했다.

문 후보자는 칼럼 중 자신의 소회를 남긴 부분을 기자들에게 보여주며 "제가 그때 느낀 감정을 여기에 썼다"라고 여러 차례 말했다. "저는 나라를 사랑하셨던 분, 그 분을 가슴이 시려오도록 닮고 싶다"고도 강조했다.

문 후보자는 세종대에서 '국가와 정체성'이라는 주제로 강의했을 때도 안중근 의사를 향한 마음을 전한 적 있다면서 강의안의 일부 내용을 낭독했다. 취재진을 향해 "세종대 학생들에게 직접 물어봐라, 자유롭게 취재해라"면서도 "한 명만 취재해 왜곡보도 하지 말고 다수의 학생을 취재해라"고도 주문했다.

마지막으로 문 후보자는 자신의 '애국심'을 증명하기 위해 사진 한 장을 꺼내 들었다. 남산 안중근기념관 방문 당시 헌화한 것을 촬영한 사진이다. 그는 "문창극님께서 헌화해 주셨습니다"라 적힌 사진 속 문장을 기자들에게 읽어달라고 요청했다. 아무도 읽지 않자 "한글도 몰라요?"라며 다소 신경질적인 모습을 보였다.

"언론은 사실만 보도하라"며 격양된 모습 보이기도

문 후보자는 왜 자신이 애국 인사를 언급한 내용을 취재하지 않았냐고 기자들에게 반문하면서 "사실이면 사실대로 보도해 달라, 이런 저런 얘기를 소문대로 보도하면 얼마나 나의 명예가 훼손되는가"라고 목에 핏대를 세웠다. 그는 기자들을 한명씩 둘러보며 "저널리즘의 기본은 공정하고 사실대로 쓰는 것"이라며 목소리를 높이며 자리를 떴다. 기자들의 질문은 받지 않았다.

이날 로비에 선 채 20여 분 넘게 반박과 호소를 이어간 문 후보자는 앞으로도 매일 이같은 방식의 설명을 이어가겠다고 시사했다. 그는 "제가 개인적으로 공부를 하면서 '국민들께서 이런 점은 오해하실수도 있겠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며 "그래서 제가 출퇴근을 할때 청문회 준비를 하면서 느낀 소감을 한가지씩만 말씀드리려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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