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정치와 세대교체

구호보다 제도적 보장부터

검토 완료

김혜연(godflash)등록 2014.06.24 17:54

2014년 6월 18일 열린 <청년, 정치를 말하다> ⓒ 새정치민주연합 전국청년위원회




청년정치와 세대교체 - 구호보다 제도적 보장부터
김혜연(경기도의원 비례대표 출마자)

1. "세대교체"는 무엇을 의미하는가?

이번 지방선거 결과를 언론들은 "세대교체"라고 규정한다. 박원순과 안희정, 남경필과 원희룡 등 차기 대선주자들이 부각되었는데, 이들 당선인을 살펴보면 국민들은 보수와 진보가 맞붙는 진영논리보다 공감과 상생을 중요시하는 정치인을 선택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정치권의 오랜 싸움에 국민들은 매우 지쳐 있고 세월호 참사는 그런 국민들에게 깊은 절망감을 안겨주었다. 사전투표제 실시에도 불구하고 투표율(경기는 전국 평균 56.8%보다 낮은 53.3% 기록)이 낮은 이유는 여기서 추측할 수 있다. 증오의 정치가 아닌 소통을 통한 공감의 정치를 해낼 수 있는 새로운 정치인이 요구되는 시점이다. 그러므로 세대교체란 단순히 생물학적인 노인을 청년으로 바꾸는 것을 의미하지 않는다. 정치권 전체의 패러다임, 더 나아가 한국사회와 현 시대의 패러다임을 교체할 시기가 다다랐다는 것을 의미한다.

현재 한국사회는 보수와 진보의 진영논리가 해결할 수 없는 변화에 봉착해 있다. 초고령화, 이민, 세대전쟁, 동북아시아의 새로운 역학관계 등 이제까지의 패러다임으로 해결할 수 없는 사회 문제들이 기다리고 있다. 이러한 변화는 한국사회만이 아니라 인류 전체가 맞이한 문명사적 전환기에서 기인한다. 이제까지 서구 사회들은 청년 세대에 문제를 떠넘기는 것으로 위기를 미루어 왔다. 그러나 이조차도 한계에 다다랐다. 이러할 때일수록 사회는 과거와의 관계가 그나마 적은 청년 세대에게 관심을 기울이기 마련이다. 한국 정치권도 청년 세대의 새로운 시각이 필요한 시점이다.

2. 한국 정치에게 '청년'이란 무엇인가

한국 정치에서 대개 청년 세대는 1980년 이후 출생자로서 탈이념적이고 탈정치적이며 개인주의와 소비 문화에 길들여진 무당층으로 인식되어 왔다. 전통적으로 보수 정당은 청년 세대에게 대체로 무관심한 편이었다. 현재 20대 인구는 60대 이상 인구의 대략 60%에 불과하기 때문에 노년층만 공략해도 선거에 무난히 승리할 수 있기 때문이었다. 2006년 이후 부각된 일베 등 청년층의 보수화도 새누리당에게 유리한 흐름이었다.

이에 비해 이제까지 민주당에서 청년 세대는 일종의 운동권 후배 집단으로 인식되어온 듯하다. 그러나 오늘의 청년 세대는 청소년기와 대학을 거치면서 전교조와 대학 운동권의 경직되고 모순된 문화에 기가 질려왔고, 이들 집단과 행동을 같이해온 야당에도 조용히 등을 돌리고 있었다. 그러나 민주당은 청년 세대의 성장 배경과 문화적 특색을 열린 마음으로 이해하는 대신 보수적인 흐름을 일방적으로 질타함으로써 결과적으로 표심을 상실하고 말았다. '락파티'의 실패는 민주당이 청년 세대가 처한 사회 구조를 전혀 이해하지 못한다는 사실을 여실히 보여주고 말았다. 슈퍼스타K를 비롯한 리얼 서바이벌 쇼 성공의 근본적인 요인은 타인들이 경쟁에 시달리는 모습을 여유있게 '관람'함으로써 얻는 위안이지, 청년들이 경쟁 자체를 좋아해서가 아니었기 때문이다. 락파티의 실패는 청년 세대가 시달리는 경쟁과 그로 인한 개인주의와 소비 문화를 이해하지 못한 결과였다.

88만원 세대 담론과 거기에서 촉발된 청년 운동 등은 극적으로 청년 세대에 사회적 관심을 돌리고, 청년들의 정치적 관심을 촉발시켰다. 2010년 지방선거는 한국 정치와 청년 세대가 '아이스 브레이킹'을 하는 자리였다. 그 '아이스 브레이킹'은 다름아닌 투표 운동이었다. 특정 정당을 지지해 달라고 바로 요구하는 대신 투표라는 정치행위를 일단 시도해 보라는 권유였다. 이러한 권유에는 청년층 투표율이 상승하면 야당에 유리하다는 선거 공학적 계산도 포함되어 있었다. 이러한 선거 공학은 2012년 대선에서 오류임이 입증되었다.

2014 지방선거에서 새정치민주연합 전국청년위원회가 진행한 사전투표 독려운동은 대체적으로 성공적이었다. 각 지역과 캠프에서 신선한 반응을 이끌어냈다. 그러나 선거법상 투표독려운동은 정당/후보와 무관되어 진행되도록 규정되어 있으므로 그 운동은 정당과 무관한 뜻있는 시민들에게 맡기고, 청년위원회의 역량을 선거 승리에 쏟을 필요가 있었다고 사료된다.

투표 운동을 통해 한국 정치와 청년들은 '아이스 브레이킹' 단계를 넘어섰다. 이제 한국 정치와 청년 세대가 보다 가까워질 단계에 들어섰다. 한국 정치는 새로운 세대를 받아들여 거듭나고, 청년 세대는 정치 진입을 통해 소통과 공감의 정치를 실현해야 한다. 이 두 가지가 상호작용을 이룬다면 진정한 의미의 세대교체는 가능하다.

3. 청년 세대의 정치 진입 제도적 보장

이번 지방선거의 후보 출마 및 당선 현황을 살펴보면 광역 및 기초의회 출마자 8,066명 중 629명이, 당선인 3,687명 중 127명이 만39세 이하의 청년에 해당된다. 출마자 중 만 39세 이하 비율은 7.8%이며 당선인 비율은 3.45%에 불과하다. 청년 유권자 수가 전체 유권자 중 약 37%임을 보면 지나치게 낮음을 알 수 있다. 경기도만 하더라도 예로 들면 새정치민주연합은 그 전신이던 당들을 포함하여 역사상 최초로 경기도의회 비례에 여성 청년대표를 7번으로 공천했다. 이에 비해 새누리당은 청년대표에 4번 공천을 주어 당선시켰다.

청년 정치인의 진입 장벽은 여러 가지가 있지만 발제자는 이 자리에서 세 가지를 지적하고자 한다. 첫째로 한국 사회에 팽배한 여러 차별기제 중 아직까지 큰 주목을 받지 못하고 있는 것이 바로 연령 차별적 문화이다. 입시나 취업 등 사회에 첫발을 내딛는 상황에서는 연소자가 유리하지만 일단 사회에 진입하고 나면 연장자가 여러 모로 발언권을 갖게 되는 것이 현실이다. 특히 정치권은 재력과 조직을 가진 5~60대 남성이 과점하고 있다. 또한 공직선거법 제188조와 제190조는 국회의원 선거와 지방의회 선거에서 동표시 연장자 당선을 규정하고 있다. 연령은 성, 인종과 같은 생물학적 특성이기에 정치적 대표성과 직접적인 상관관계가 없는 것이다. (현행 새정치민주연합 당헌당규는 당직 선거와 경선에서 선거 동표시 여성과 연장자 우선 당선 규정) 현실적으로 동표가 나오는 경우는 많지 않지만 법률조항이 갖는 상징적 의미는 결코 무시할 수 없다. 연령차별 문제는 헌법 소원, 혹은 국가인권위 제소 등의 방법으로 초당적 차원의 사회적 이슈를 만들어야 한다.

청년 세대의 정치권 진입을 위해서는 이제까지 여성계가 벌여온 활동을 눈여겨볼 필요가 있다. 여성계는 꾸준히 여성 정치인 양성을 요구하여 법적, 제도적 장치를 만들어 왔고 이제 전체 정치인 중 50% 확보를 목표로 삼고 있다. 국회의원 선거구 기준 여성 후보 1인 이상 공천 의무제는 여성 정치인 양성에 기여하고 있다. 이를 본따 만 39세 이하 청년 후보를 의무적으로 공천하는 등의 제도 신설을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특히 기초 의회부터 청년 정치인이 실력을 기른 후 비로소 국회에 진출하게끔 하는 진입 사다리를 만들어야 한다. 가까운 일본과 중국의 청년 정치인도 기초의회에서부터 실력을 키워 중앙에 진출하는 사례가 적지 않다.

두 번째 문제는 경제적 문제이다. 청년 세대의 가장 큰 고통은 경제이며 청년 정치인도 비슷한 사정을 겪고 있다. 지방선거 시 지역별로 각각 다른 심사비, 특별당비, 선거비용 등 자금 문제도 진입장벽으로 작용한다. 이에 비해 소규모 진보정당 후보들은 정당에서 선거자금을 지원받고 있다. 15여 년에 걸쳐 뿌리내린 진성당원제와 공천 제도의 결실이다. 청년 세대의 정치 진입 장벽을 낮추기 위해 진보정당의 성과를 살펴볼 필요가 있다. 세 번째로 청년들의 경우 사회적 경력이 부족하여 출마를 하더라도 주목을 끌지 못한다. 보좌관과 인턴 등 도제식 정치수업보다는 독자적인 주체로서 정치적 첫발을 내딛을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당내의 체계적인 정치인 양성 과정을 만들어 지역별 민원 상담 등의 실무와 인맥을 확장할 통로를 보장하는 것을 생각해볼 수 있다.

4. 청년/청년위원회는 무엇을 준비해야 하는가

각 정당의 청년위원회, 대학생위원회 혹은 학생위원회는 젋은 유권자와의 친밀감을 높이고 당에 새로운 인재를 양성, 공급하는 구실을 한다. 새정치민주연합 전국청년위원회의 역할도 크게 다르지 않을 것이다. 구체적으로 보탠다면 개별적인 경쟁에 길들여진 청년 세대들이 청년위 활동을 통해 협동과 협력의 노하우를 터득할 수 있어야 할 것이다. 동시에 조직력과 리더십을 학습하고 노동, 법률, 문화, 국제 등 당내 위원회에서 활동하며 전문성을 길러야 한다. 이슈에 따라 청년 세대를 대표하는 집단적 정치력을 발휘하는 것은 물론이다.

청년위원회는 청년 세대를 대표하기에 청년 정치 신인을 조직적으로 지원할 힘을 길러야 한다. 복잡하고 어려운 입후보 준비와 법률 자문, 경선 준비, 트렌드를 반영하는 선거운동 등 청년 정치 신인을 백업하는 팀을 양성해야 한다. 이러한 팀을 통해 정책 연구는 물론 조직 관리, 선거 전략, 홍보, 지역 연구 등 정치권이 필요로 하는 인력을 길러낼 수 있다.

궁극적으로 정치의 세대교체가 요구하는 청년 정치인은 미래를 책임질 준비를 해야 한다. 청년 정치인이 청년세대의 문제만을 해결하고자 한다면 환영받기 힘들다. 만약 그렇다면 청년이라는 또 하나의 이익집단이 탄생할 뿐이며, 사회 갈등만 덧붙여질 뿐이기 때문이다. 청년 세대가 여성, 노동, 이민 등 사회에 산재한 문제에 새로운 가치관, 대안과 전문적인 식견 등을 갖춰나가야 한다.

(별첨)

2014년 제6회 전국동시지방선거 만39세 이하 후보 현황

광역의회


만 39세 이하
합계(성별)
지역
198
1,521
214
1,719
비례
161
67
25
228

기초의회


만 39세 이하
합계(성별)
지역
757
4,620
322
5,377
비례
668
74
68
742

2014년 제6회 전국동시지방선거 만39세 이하 당선인 현황

광역의회


만 39세 이하
합계
지역
58
647
17
705
비례
55
29
3
84

기초의회


만 39세 이하
합계
지역
369
2,150
88
2,519
비례
363
16
19
379

* 전체 출마자 중 만 39세 이하 출마자 : 8,066명 중 629명(7.8%)
전체 당선인 중 만 39세 이하 당선인 : 3,687명 중 127명(3.45%)

전체 유권자 중 만 39세 이하 유권자 : 4,130만 명 중 1,524만 명(대략 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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