징병제, 제발 우리 세대에서 끝을 내자.

GOP, 그 우울했던 기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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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병진(everleft)등록 2014.06.26 11:29
98년 5월, 4년간의 학생운동을 뒤로하고 군에 입대하였다. 고된 훈련에 몸이 점점 익숙해 질 무렵 어떤 병사 하나가 조용히 나를 불렀다. 힘들지 않냐는 위로의 말과 함께 군에서는 이미 나의 경력을 파악하고 있으니 부디 몸조심 하라는 당부였다. 그도 짧게나마 학생회 활동의 경력이 있는지라 내가 걱정이 되어 미리 귀뜸해 주는 것이었다. 그렇게 나는 시작부터 '관심사병'이 되었다. 제대할때까지 소대장은 한달에 한번씩 내가 읽은 책을 기무사에 보고 하였고 덕분에 나는 몇몇 책을 철책너머 지뢰밭으로 던져야만 했다. 

그러나 국방부가 내가 '통일운동'보다 '노동운동'에 주력했던 사실까지 파악했던지 나는 'GOP'에 자대배치를 받았다. 처음 마주하는 휴전선 155마일과 철책은 스물두살의 내가 이해하기에는 너무나도 비현실적이었다. 낮과 밤이 바뀌는 근무시간, 평등한 인간이 아닌 계급으로 대우받는 공간, 정리하지 못한 지난 4년간의 상념들... 자살충동은 그렇게 나에게도 문득 문득 다가왔다. 죽는것이 인간으로서의 존엄을 지키는게 아닐까 라는 생각들과 싸우며 미친듯이 편지를 썼고 하루하루를 버텨냈다. 오래 되지 않아 다행히 적응을 하긴 했지만 나는 아직도 그 섬짓했던 순간들을 선명하게 기억하고 있다. 우리는 근무중 항상 수류탄 두발과 실탄 75발을 가지고 다닌다.

또 GOP에서 사고가 났다. 그곳에 있는 병사들의 대부분의 목표는 무사히 건강하게 제대하는 것이다. 알게 모르게 얼마나 많은 사고가 나는지 밖에서는 상상하기 힘들다. 당분간은 언론에서 원인과 대책이 무엇인지 시끄러울 것이다. 하지만 제발 한가지는 분명히 알아주었으면 좋겠다. 이 빌어먹을 징병제를 폐지하지 않는 한 우리의 소중한 청년들은 계속 그렇게 죽어갈 것이다.

제발 우리 세대에서 끝을 내자.
덧붙이는 글 제 페이스북에도 올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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