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토부는 '주택건설기준 등에 관한 규정·규칙' 일부 개정안을 마련해 7.24일부터 9.2일까지 입법예고 한다고 밝혔다. 이번 개정안을 통해 국토부가 내세운 것은 크게 4가지로 1) 아파트 내 복리시설 설치기준 완화, 2) 아파트 내 부대시설 설치 기준 완화, 3) 초고층 공동주택 복합건축 완화 4) 다른 법령과 중복·추가 규정된 사항 정비이다. 그중 아파트 내 복리시설 설치기준 완화는 누리꾼들 사이에서 찬반 논란이 거세게 일어나고 있다.아파트 내 복리시설 설치기준 완화는 어린이놀이터, 어린이집, 경로당, 도서관 등 아파트 내 주민공동시설 가운데 일부를 단지 특성에 맞게 지을 수 있게 자율성을 부여하는 것이다. 국토부는 시대에 맞지 않는 불합리한 주택건설규제를 재정비하고 다양한 수요에 맞는 아파트 건설을 유도하기 위해 개정안을 발표한다고 밝히고 있지만 과연 이것이 주민 복지에 기여할 수 있을 것인지에 대해선 의문이 제기된다.현행 제도에는 아파트 규모별로 반드시 설치해야 하는 시설이 정해져 있다. 150가구 이상 아파트에는 경로당, 어린이 놀이터를 의무로 설치해야 하고 500가구 이상의 아파트에는 경로당과 어린이 놀이터, 운동시설, 도서관을 반드시 설치하도록 되어있다. 하지만 개정안이 통과되면 주민 구성과 특성에 따라 이용률이 낮을 것으로 예상되는 시설은 사업주체가 알아서 짓지 않을 수 있도록 하는 것으로, 사업주체의 영향력이 상당히 커지는 것이다. 앞으로 건설 예정인 아파트 뿐만아니라 이미 입주가 이뤄진 아파트도 입주자의 3분의 2 이상이 동의하면 주민공동시설을 용도 변경할 수 있도록 '주택법 시행령'도 함께 개정할 예정이다. 이번 규정안을 찬성하는 사람들 중에는 아파트에 거주하면서 경로당, 어린이 놀이터, 운동시설, 도서관 중 하나도 이용하지 않는 이들이 많다. 사용하지 않으면서도 아파트에서 시설 관리비 명목으로 1가구당 부여되는 관리비가 부당하다는 입장이다. 때문에, 규모별로 반드시 설치해야 하는 시설이 사라지고 자율적으로 선택하게 하면, 입주자 편의에 맞는 도시 건축을 예상할 수 있다는 시선이 많다. 하지만 규제 없이 시행사가 자율적인 설치 계획을 세울 수 있다면 사업주체의 영향력이 너무 커질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만약, 시행사가 입주자 모집 공고 때 주민공동시설의 구체적인 설치 계획을 공고한 뒤, 그것을 입주자가 확인하고 입주 결정을 할 수 있다면 선택의 폭과 복지의 영역이 넓어진다고 볼 수 있다. 하지만 아파트 시행사 마다 복지 혜택을 다르게 적용하면 아파트 질적 차이와 문화 수준도 극명하게 차이가 날 우려가 있다. 입주자의 3분의 2 이상이 동의하면 주민공동시설 용도를 변경할 수는 있다고 하지만, 그렇게 된다면 3분의 1의 소수 의견은 묵살당하는 결과를 초래할 수도 있다. 물론, 민주주의 사회에서 더 많은 사람의 의견을 듣는 것이 익숙하지만, 과반수에 속하지 않은 사람들의 의견과 생각이 차단된 사회적 구조는 문제다. 현행 제도에서 의무적으로 설치하도록 한 경로당, 어린이 놀이터와 추가적으로 가구 수가 많은 아파트 단지 내에 설치가 의무화 된 운동시설, 어린이집, 도서관 등은 아동부터 노년층까지 다양한 인구 구성에 필요한 시설들이다. 입주자들이 관리비를 내는 것은 우리 돈을 같이 나눠 쓰기 위해 지불하는 것이다. 그러니 자신이 낸 관리비에 대해 자신의 돈이라고 생각하고 아파트 내 시설을 적극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 방안을 생각하는 것이 좋다. 사용하지 않기 때문에 없애거나 바꾸거나 줄이는 것이 아니라, 지금 이용하는 시설물들을 입주자들이 잘 활용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먼저일 것이다. 어떠한 공공의 시설물이 들어오더라도 사용하지 않는 입주자와 사용하는 입주자로 나뉜다. 결국에는 '더 나은 가치가 있는 장소로 만들어야 한다'는 사고가 사람들 사이에 나와 이러한 정책도 제안이 되는 것이겠지만 결국엔 경로당이 있어야 하는 곳에 다른 시설에 들어온다고 하더라도 그 기호를 가진 사람이 독점하는 공간이 될 것이라는 것이다. 그러니 어떤 시설물이든 적극적으로 입주자들이 활용할 수 있도록 방안을 마련하고, 홍보하는 것이 제도를 완화는 것보다 먼저 시행되어야 한다.규제가 완화되면 가정이 책임지는 부피는 커질 수밖에 없다. 놀이터가 사라진 아이들을 돌보기 위해 맞벌이 부부 중 한 사람은 집에 머물러야 하거나 아이를 보살필 누군가를 고용하거나 남는 시간이 불안해 학원 하나를 더 보내게 되면 결국 가계부담금 증가와 사교육 문제로 야기될 가능성이 있다.최근, 50-60대 취업자 수가 20-30대를 초월했다는 결과가 발표되었다. 100세 시대가 되면서 정년퇴임을 한 노년층이 취업전선에 뛰어 들어 20-30대가 겪고 있던 취업 문제가 전 세대로 확장된 셈이다. 노년층의 문제는 어제 오늘 일이 아니다. 하지만 사회 구조와 문화는 노인 세대가 아닌 젊은 세대 위주로 움직이기 때문에 사회 내 노인을 위한 센터나 활동은 찾아보기 힘들다. 아파트 내 단지와 가정에서 책임지지 않는 노인문제와 아동문제는 결국 부양 포기나 저출산, 결혼 포기 등 더 심각한 사회문제로 이어질 수 있다. 500가구 이상이 거주하는 아파트 단지 내 도서관을 설치하지 않으면 현재 우리 사회의 문제로 떠오르는 '독서실 까페' 문제가 훨씬 더 심각해 질 것이다. 까페를 독서실처럼 이용하면서 이용자가 증가하면 상권이 활발히 살아날 것 같지만 회전율이 생명인 까페에서 독서실처럼 이용하는 손님이 있다면 결국 상권은 무너지게 된다. 만약, 까페에서 '공부하는 사람'들을 문제 삼아 금지령을 내린다면 결국 단순히 공부를 하기 위해 학원을 등록해야 하는 악순환 구조가 반복되거나 집 안에서 누군가가 성인이 된 자녀를 돌봐야 하는 상황에 직면하는 새로운 사회적 문제가 생겨날 수 있다.물론, 현 정책이 아파트 내 시설을 사용하지 않는 사람들에겐 불편하고 부담스러울 수 있다. 이웃나라 일본처럼 우리나라도 1인 가구가 증가하는 추세이고 대가족에서 핵가족 체계로 바뀐 지 오래지만, 여전히 우리나라가 안고 있는 노인문제와 아동문제의 부담을 완화시키기 위해선 아파트의 이점을 최대한 살려서 정부가 규제 및 정책 보호를 할 필요가 있다. 1인 가구가 짊어져야 하는 부담을 아파트에 몇 백 세대가 함께 지불하면 실제 각 가정에 청구되는 금액은 굉장히 적다.국토부에서 현 정책을 완화하는 새로운 정책을 제안한 것은 시대에 맞는 소비자들의 수요를 수용하기 위해서다. 하지만 주거지 보안과 치안유지 명목으로 아파트 구조 자체를 외부와 차단시키게 설계하고 내부와 외부가 연결되는 길목을 없게 만들고 경호업체 경호원들이 아파트 정문부터 사각지대가 없도록 순찰하고, 24시간 CCTV로 촬영하는 것만이 사회를 안전하게 하는 방법은 아닐 수 있다.우리는 너무 1인 체제와 이웃집에 누가 사는지도 모르는 개인주의 사회로 되어가고 있다. 산업이 발전되고 사회가 살기 풍족해졌다고 하지만 범죄는 과거보다 훨씬 더 방대해졌기 때문에 우리는 스스로의 안전을 과거보다 더 많은 돈과 시간을 들여 지켜야 한다. 이는 현대사회의 시민으로서 당연한 의무이자 부담일까. 옆집에 누가 사는지도 모르는 구조에 익숙해지고, 골목길이 없어진 삭막한 아파트 구조에 안전함을 느끼는 사회는 분명 문제가 있다. 이제 놀이터까지 사라지게 되면 아이들은 친구를 어디서 만날 수 있을까? '학원 친구'가 더 익숙해져 버린 아이들에게 '동네 친구' 라는 말은 결국 영원히 사라질지도 모른다. 정부는 정책을 만들 때, 그리고 시민사회는 더 안전한 사회를 영유하기 위해서 유기적이고 복합적으로 묶여 있는 많은 문제와 사항들을 심도 깊게 관찰할 필요가 있다. 정책을 완화하면서 생길 수 있는 이점과 규제를 통해 피해를 보는 사항에 대해 정확하게 인지하고 소신껏 자신의 의견을 발언하는 것이 정단한 현대사회의 시민으로서의 권리이자 의무일 것이다.이번 국토부의 개정안에 대해서는 관계기관 협의, 법제처 심사 등 입법 후속절차를 거칠 예정으로, 개정안에 대해 의견이 있는 경우 2014년 9월 2일까지 우편, 팩스 또는 국토교통부 홈페이지(http://www.molit.go.kr) 법령정보/입법예고란을 통해 의견을 제출할 수 있다. * 의견제출처: 339-012 세종특별자치시 도움6로 11 국토교통부 주택건설공급과 (전화: 044-201-3369~3370, 팩스 044-201-5684) #국토교통부 #정책 #아파트 #건설 #주택 이 기사는 생나무글입니다 생나무글이란 시민기자가 송고한 글 중에서 정식기사로 채택되지 않은 글입니다. 생나무글에 대한 모든 책임은 글쓴이에게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