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참사 100일, 민주노총 신승철 위원장 호소문

두렵고 잔인한 시간, 더 이상 고통은 없어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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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성식(bullet1917)등록 2014.07.23 17:35
내일(24일)이면 세월호 참사 100일째입니다. 매우 특별한 날입니다. 세월호 가족들이 수사권 등이 보장된 특별법 제정 시한으로 제시한 날이기 때문입니다. 100일째까지도 국회가 특별법 요청을 수용하지 않는다면 가족들은 특단의 행위를 할 수 밖에 없다고 하십니다. 자꾸만 고통의 수렁으로 빠져드는 이 상황이 너무도 두렵습니다.

행여나 무슨 일이 생기진 않을까 걱정되고 불안한 잔인한 기다림의 시간들이 흘려가고 있습니다. 가족들은 너무도 절박한 나머지 생업까지 팽개친 채 돌바닥에서 12일째 농성중이고, 10일째 단식을 하고 있습니다. 누구보다 고통스럽고 분노 또한 어느 누구와 비할 순 없지만, 자제와 인내로서 특별법 제정을 기다리고 단식으로 분노를 삭입니다.

새누리당과 대통령은 가족들에게 어떤 고통을 더 강요할 작정입니까. 가족들의 가슴에는 더 이상 못이 박힐 자리조차 없는데, 기어이 등에 비수까지 꽂을 작정이란 말입니까. 진상규명을 약속한 대통령이 결단해야 하고, 새누리당은 특별법을 수용해야 합니다.

그러나 상황은 기대하기 어려운 절망 속으로 침몰하고 있습니다. 일부 보수세력은 없는 말을 퍼뜨리며 가족을 이기적 집단으로 모함합니다. "수학여행 보낸 당신들 잘못이야!", "누가 죽으라고 했냐!"며 극언을 일삼고, 어제는 가족 서명대까지 뒤엎었습니다. 새누리당 국정조사특위원장이라는 사람은 그들의 망언을 그대로 옮기고 있습니다. 사람이 사람에게, 정치가 국민에게 이럴 순 없는 것입니다.

세월호 가족들은 즉은 아이들처럼 간절히 구조의 손길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희망은 왜 이리 더디 온단 말입니까. 아직 시신조차 수습되지 못한 희생자들이 10명이고, 돌아 온 희생자들의 가족들 또한 영혼을 고이 떠나보내지 못하고 있습니다. 대한민국은 왜 이토록 약자들에게 냉담하단 말입니까.

100일을 하루 앞둔 오늘, 두려움을 떨치며 국민들께 간곡히 호소 드립니다. 24일 시청광장으로 모여 주십시오. "내가 간다고 설마 달라질까?" 아닙니다. 국민 여러분 한 분 한 분이 바로 희망입니다. 가족과 함께 천만 서명, 10만 촛불을 기다리는 이들에게 국가는 국민입니다. 국가의 힘을 보여주십시오. 국민의 명령을 외쳐주십시오.

10만 촛불, 물론 쉬운 일은 아닙니다. 그러나 세월호의 진실을 밝히고, 달라진 대한민국에서 살고 싶은 간절함을 포기할 순 없습니다. 24일 광장에 모인 우리는 서로에게 희망이 될 것이며, 언젠가는 여러분을 위해서도 밝혀질 다짐이기도 합니다.

가족들 곁에서 함께 단식을 할 뿐인 저의 미력함이 죄송스러울 따름입니다. 국민 여러분, 24일 진실의 힘이 돼주십시오. "내가 살면 이 영상 방송에 알릴거야!"라고 했던 아이들의 한을 위로하는 발걸음으로 와 주십시오. 그리고 … 부디 하늘도 맑았으면 좋겠습니다. 감사합니다.

2014. 7. 23.
광화문 단식농성장에서 신승철 민주노총 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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