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병언과 꿈같은 사랑

부패구조가 낳은 최악의 참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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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지욱(arock)등록 2014.07.26 16:58
꿈 같은 사랑!
이 제목만 생각해도 우리는 한 순간에 저 멀리 아득한 꿈의 나라로 비상한다.
꿈 같은 사랑!
유병언의 옥중 시 모음이란 이 글을 나는 국외에 있는 관계로 읽어보진 못했다.
그런데 일단 제목은 그럴싸 하다.

우리가 젊었을 때 얼마나 허황되든 아니든 "꿈 같은 사랑"을 꿈꾸었던가?
유병언은 갔다.
산촌의 한 메실 밭에서 초라한 노숙자 신세로 "꿈 같은 사랑"을 가슴에 얹고 생전 안 마시던 소주와 막걸리를 혼합해서 마시고 갔다. 그의 인생도 드라마틱하고 유토피아와 생지옥을 오락가락하게 만든다.

그는 1급 범죄 혐의자였다. 그럼에도 한 줄기 측은지심을 느끼게 하는 것은 그가 자신의 글인 "꿈 같은 사랑"을 가슴에 품고 최후를 맞이한 점이다.
그도 젊어 한때는 청운의 뜻을 품고 대구에서 장인 권신찬 목사의 슬하로 들어간 뒤 개혁을 주도해 헤게모니를 잡았다.
그러다 세모를 일으킨 다음 부도를 맞았다. 그리고 바로 법정관리 등을 통해 재기해 일어났을 뿐 아니라 엄청난 속도로 사세를 키웠다. 당연히 이 와중에 유병언의 돈을 뒷 구멍으로 받은 많은 관료, 은행원, 사회지도층 인사가 있었을 것이다.

그런 사람들은 요번에 유병언의 시신이 발견된 후 "휴유…!"하고 가슴을 쓸어 내렸을 것이다.
또 청해진 해운을 일으킨 후에도 당연히 선박불법개조, 과적, 안전수칙 불이행, 비상구조시설 부실 등을 눈감아 주는 대가로 뇌물을 먹은 사람들이 있었을 것이다. 그리고 청해진 건이라면 무조건 잘 봐주라고 지시한 고위 공무원도 있었을 것이다.

이들은 죄질이 유병언보다 더 나쁘지만 유병언의 사망으로 처벌을 면하고 또 다른 유병언의 후임이 등장하면 돈을 받기만을 기다리고 있을 것이다.
한국은 백날 혁신을 부르짖어도 마이동풍인 조직이 있다. 바로 관피아이다. 비단 관 뿐 아니다. 민간조직도 부패 사슬로 엮어진 조직에서 혼자 청렴하면 외톨이가 되고 결국 팽 당한다.

그런 점에서 유병언은 어쩌면 순진한 이용물이었을 뿐이다.
그가 원했던 건 "꿈 같은 사랑"이지만 현실은 "돈 먹는 사람"으로 둘러 싸여 있었다. 그래서 그는 실패하고 죽었다. 또 다른 실패 원인은 그의 과잉 자만이었다. 재기에 성공했으면 그야말로 하느님에게 감사하며 백번 천번 자신을 낮춰 봉사의 길을 갔어야 할 텐데 자만에 빠져, 사진 전시회를 연다, 루브르 박물관에 기증한다 식으로 폼을 잡았고, 그것이 그를 망쪼의 길로 이끌었다.

"세월호 사건"을 교통사고 일 뿐이라고 말하는 장관도 있지만 이건 통계학상, 분류학상 정의는 맞을지언정 본질규명은 아니다.
세월호의 본질은 "부패 구조가 낳을 수 있는 최악의 참사"일 뿐이다. 이것을 무시하면 남은 것은 최후로 "하늘의 가혹한 징벌"이 있을 뿐이다.

오늘 유병언의 장남 유대균이 잡히자 그의 보디가드 역할을 했다는 소위 "신엄마의 딸" 박수경이 눈길을 끌었다. 그 초롱초롱한 눈매, 하늘을 우럴어도 땅을 굽어봐도 당당하다는 듯한 태도…… 유병언이 양심이 있다면 저승에서도 내려다보고 "내가 저런 사람들을 배신하다니…..잘못했구나" 통한의 눈물을 흘릴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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