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리포트] 친구를 잃은 예비역병장의 외침

새삼 다시 쓰는 다단계의 실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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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태민(mydks123)등록 2014.07.27 10:01
남부터미널 인근 친한 두 친구가 만났다, 7월 22일 오후 2시였다. 친구 A씨는 한 다단계 회사의 이야기를 꺼냈다. 남부터미널 인근 그 회사가 있다며 어제 전역한 B씨에게 같이 가보자고 제안했다.

오후 3시 쯤 B씨가 찾아간 그 회사는 남부터미널에서 1km 근방에 위치한 지하 2층, 지상 6층 건물이었다.

A씨는 현관의 엘리베이터로 안내했다. B씨가 도착한 곳은 3층이었다. 사무실 칸막이로 여러 개의 방이 있었고, 그 곳엔 20대 초반의 남,여가 앉아서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두 사람은 그 중 빈자리에 앉았다. 두 사람이 들어온 시간에도 20대 초반의 남,녀가 짝을 지어 들어왔다. 자리에 앉은 뒤로 B씨는 '네트워크마케팅'에 대해 설명을 들었다. 오후 3시부터 오후 10시까지 7시간여동안 설명을 들었다.

설명을 해주는 사람이 바뀌어가며, 빠른 말과 준수한 언변으로 혼을 빼놓기 시작했다. B씨에게 사람을 바꿔가며 설명을 할 때마다, 설명해줄 사람의 이름을 크게 썼다. 상위직급자에게 예의를 지키라는 말도 빼놓지 않았다. B씨에게 그 들은 이런 '설명'을 했다.

「네트워크 마케팅은 외국에서 보편적인 소비형태이다. 다단계라고 하는데, 우리는 합법 다단계회사이며 특수판매공제조합에도 가입된 합법적인 회사이다. ABC시스템에 의해 하위직급자가 돈을 벌여야 상위직급자도 번다.」

이런 식의 설명이었다. 설명을 하는 중에도 네트워크 마케팅에 대한 책과, 2010년과 2011년 발간된 회사이름이 쓰여있는 잡지 등을 보여주며 '객관성'을 강조했다. 종이가 바랜 책과 잡지에는 견출지로 '3층'이라고 붙어있었다.

B씨는 5시간동안 '설명'을 들었고, 본론이 나왔다. 물건을 사서 포인트를 모으면 상위직급자로 시작할 수 있다는 이야기였다. 그때부터 그들은 장난어린 욕설을 뱉으며 분위기를 조성했다. 분위기를 그렇게 만든 이유는 600만원을 대출받으라는 것이었다.

7시간 째, 거부를 하다가 상황을 모면하기 위해 B씨는 무료회원가입서와 납세자등록서 물품구매의향서 등 3부를 작성할 수 밖에 없었다. 물론, 내일 와서 대출을 받겠다는 약속도 했다.
그들의 대출방식은 중개업자를 통해 대출할 곳을 소개받고, 계약금처럼 선 입금을 하고나서 제 2금융권에 대출을 받는 방식이었다. 다행인 것은 시간이 늦어 대출을 받지 않은 것이다.

B씨는 7시간만에 그곳에서 풀려났다. 두 사람은 술을 한 잔 마시기로 했다. B씨는 A씨가 회사에 들어간 계기를 물었다. 이유는 간단했다. 돈에 대한 욕심과 부모에 대한 효도 등 우리사회 20대 초반 청년들이면 누구나 고민할 이유였다. 이해할 수 있는 이유였다. 두 사람은 그 후 찜질방에서 하루를 묵었다. 인근 찜질방에서 하루를 묵은 것은 다음날 회사로 유도하기 위해서 였다.

B씨는 A씨보다 먼저 일어나, A씨에게 먼저 가겠다며 도망치듯 찜질방을 빠져나왔다. 집으로 돌아온 B씨는 A씨의 부모에게 A씨가 다단계에 빠져있다고 이야기했다. A씨가 진정한 친구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다단계의 절규 A씨 부모에게 알린 뒤 온 문자다. ⓒ 안태민


그 후로 B씨는 A씨에게 주변사람에게 사실을 말했다는 이유로 욕설이 섞인 문자 2통을 받는 것을 끝으로 A씨와 연락을 끊었다. 두 사람은 아주 친한 사이였다. 그런 친구가 다단계에 빠져 600만원의 빚을 지게됐다. 600만원이라는 액수도 신용등급 5등급의 사람이 받을 수 있는 최대액수였다. 이렇게 미리 계산 된 이 판에 A씨가 뛰어든 것은 어쩌면 주변사람의 탓이다.

A씨는 술자리에서 B씨에게 이런 이야기를 한다. 이것(다단계)으로 돈을 벌면 효도도 할거고, 좋은 외제차를 타며 잘 살거라고 말이다. 그런데, 피땀흘려 일해서 나와 '수준'을 맞출 수 있겠냐며 따져물었다.

우리네 부모님들처럼 피땀흘려 일해 외제차를 타고 강남에 좋은 집을 얻기 쉽지않다. 당연한 이야기이다. 하지만, 600만원을 넣고 월 17만원의 이자를 물면서 이런 식으로 피해자를 2~3년동안 계속 만들어 최고 직급이 되면 월 3천만원의 수당을 보장해준다 것도 어불성설이다. 어떤 곳에도 이런 고수익을 보장해주는 직업은 없다. 합법 다단계업체가 있다는 것도 인정한다. 그러나, 600만원을 대출받으라고 조장하는 것은 방문판매법에 의해 엄연히 불법이다.  

이 글은 인터넷에 떠도는 다단계 피해사례들 중 하나가 될 것이다. 옆에 있는 친구나 가족의 이야기가 될지도 모른다. 갑자기 A씨가 정직한 피와 땀의 가치를 알아서 돌아오길 기대하지도 않는다.

이 글에서 기억할 것은 주변사람들에게 너무 무관심했다는 것이다. B씨는 아직도 A씨가 다시 돌아오길 바라고 있다. 이 글을 읽는다면 주변사람에게 전화라도 한통 해보길 바란다. 당신의 가족과 지인들은 안녕한가?
첨부파일 증거사진.jp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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