혁신의 아이콘 스티브 잡스의 후계자는 누가 될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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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옥(sanny0314)등록 2014.09.26 12:13

스티브 잡스 2011년 10월 5일 타계 ⓒ 이상옥


지난 9월 10일 새벽 2시(한국시간) 애플은 자사 홈페이지를 통해 아이폰6와 아이폰6플러스의 출시를 공식 발표하였다. 기존에 잡스가 고수하던 손안의 휴대전화란 개념을 버리고 화면의 대형화를 표방한 것이다. 세상에 없던 제품, 최고의 제품, 혁신을 강조한 스티브 잡스가 살아있었다면 과연 이런 제품이 나올 수 있었을까? 삼성의 갤럭시 노트를 모방함으로써 시장을 선도하던 이미지도 버렸다. 잡스를 여전히 추종하는 사람들에게는 안타까운 일이며 경쟁사인 삼성으로는 또 다른 위기이기도 하다.

잡스는 내달 5일로 3주년을 맞이하는 고인(故人)이지만 여전히 실리콘밸리에서 존재감을 갖고 있다. 잡스는 괴짜 같으면서도 독창적인 스타일과 행동 그리고 세상을 바꾸는 도전 정신으로 수많은 사람들과 기업가들에 많은 영감을 줬다. 그들에게는 그날처럼 잡스가 그리운 날도 없을 것이다.

외신에서는 잡스와 견줄만한 인물이 아직까지 없으나, 과연 누가 그의 자리를 이을 지에 대해 관심이 높다. 제프 베조스 아마존 최고경영자(CEO)와 엘론 머스크 테슬라모터스 CEO, 손정의 소프트뱅크 회장 등이 많이 거론되고 있다.

◇ 우주와 스마트홈 시장에 뛰어든 제프 베조스

제프 베조스 아마존 CEO ⓒ 이상옥

잡스에 가장 근접한 인물로 떠오르는 기업인은 아마존닷컴의 CEO 제프 베조스다. 베조스는 지난 1994년 인터넷으로 책을 파는 아마존을 연 이후 현재 아마존을 기저귀에서 디지털 기기에 이르기까지 온갖 상품을 구비한 종합 쇼핑몰로 성장시켰다. 아마존은 미국 전역에 창고 유통망을 갖추고 소비자가 컴퓨터 마우스로 클릭해 주문하면 단 며칠 안으로 가정의 현관문에 도착할 수 있도록 해준다.

베조스는 잡스처럼 새로운 사업에 뛰어드는 기질을 갖고 있다. 지난2000년엔 우주선을 만드는 블루오르진이란 항공회사를 창립하였고, 2007년에는 전자책 '킨들'을 도입해 애플이 장악하고 있는 태블릿PC 시장에 도전했다. 차고에서 창업한 스토리에서부터 청중을 휘어잡는 능숙한 프레젠테이션까지 잡스와 베조스는 닮은점이 많다.

또한, 지난 9월 24일(현지시간) 로이터에 따르면 베조스는 인터넷에 연결된 스마트홈 기기 개발을 위해 실리콘밸리 내 하드웨어 담당 부서의 인원을 향후 5년간 최소한 27% 증원할 계획이다. 이를 통해 스마트홈과 웨어러블 사업을 강화하고 있는 구글과 애플에 대응하겠다는 의도다.

'파이어' 스마트폰 등에 대한 소비자들의 미온적인 반응, 그리고 실험적인 프로젝트에 많은 비용을 쓴다는 투자자들의 비판에도 불구하고 제프 베조스 회장이 하드웨어 사업에 큰 관심을 보이고 있다는 분석이다.

작년엔 워싱턴 포스트를 전격 인수하며 세간의 화제를 낫기도 했으며, 최근엔 블루오리진이 보잉과 록히드 마틴의 합작 기업인 '유나이티드 론치 얼라이언스'와 계약을 체결해 로켓 엔진 개발을 맡기로 하는 등 세상이 무모하다가 여기는 길을 걷고 있는 제프 베조스는 인류 최고의 혁신가인 스티브 잡스의 계보를 잇는데 손색이 없다.

◇ '아이언맨' 실제 주인공 엘론 머스크

엘론 머스크 테슬라모터스 CEO ⓒ 이상옥

작년 말 미 포천지는 '올해의 기업인'으로 50인을 선정했는데, 그 중 1위가 바로 엘론 머스크 테슬라 CEO였다. 포천은 "전기차 업체 테슬라의 성장을 이끈 그의 대담함과 끈기를 높게 평가한다"며 엘론을 1위로 올린 이유를 설명했다.

실제로 엘론 머스크의 지휘 아래 지난해 테슬라의 매출은 20억달러(약 2조1200억원)를 돌파, 전년 대비 12배 증가했다. 주가도 4배 이상 뛰었다. 엘론은 온라인 결제 서비스업체인 페이팔의 공동 창업자였다. 지금은 로켓 제조사인 스페이스X의 CEO와 태양광업체 솔라시티의 회장도 맡고 있다.

포천은 "엘론은 3배로 위협적인 존재"라고 표현했다. 올해 테슬라에서 받는 엘론의 연봉은 단돈 1달러. 하지만 블룸버그 억만장자 지수에 따르면, 그의 총 재산은 77억달러(약 8조원)에 달한다.

영화 아이언맨의 실제 모델이기도 한 엘론은 최근 자신의 전기차 제조사인 테슬라모터스가 보유한 특허를 모두 무료로 공개키로 했다. 경쟁사에 특허를 공유함으로써 우선 전기차 시장을 키우고 보겠다는 전략이다. 현대차가 최근 미국에서 판매를 시작하고 일본업체가 내년부터 양산하는 수소연료전지차에 대응한다는 목적도 있다.

또한, 엘론 머스크는 2013년  로스엔젤레스와 샌프란시스코를 시속 6500km 달리는 '진공 총알 열차' 구상을 발표해 화제를 모았다. '하이퍼루프(hyperlloop)'라 불리는 이 열차는 진공상태의 관속으로 특수 제작한 객차를 초음속으로 쏘아 승객을 이동하는 것이다. 실현이 된다면 차로 6시간이 걸리는 로스엔젤레스와 샌프란시스코 간의 거리를 단 30분만에 주파하게 되는 것이다.

영화속의 아이맨처럼 상상력과 거침없은 도전정신으로 남들이 가지 않는 길을 걷고 있는 엘론 머스크는 어쩌면 스티브 잡스를 넘어서는 이 시대 최고의 혁신가로 거듭날지도 모른다.

◇ 청바지에 후드티 입는 억만장자 주커버그

마크 주커버그 페이스북 CEO ⓒ 이상옥

잡스에 견줄만한 사람으로 페이스북 창업자이자 CEO 마크 주커버그도 자주 꼽힌다. 주커버그도 잡스처럼 대학을 자퇴했고 새로운 서비스 만들어 사람들의 일상생활을 바꿨다는 점이 닮았다.

그런 마크 주커버그가 최근 15억 상당의 자동차(파가니의 와이라)를 구입했다는 소식이다. 그런데 평소 검소한 생활습관을 가지고 있다고 알려진 주커버그와는 어울리지 않는 자동차다. 물론 그의 재산(약 $3,800,000,000으로 우리돈 약 3조 9천억원)과는 아주 잘 어울리긴 하지만, 그와는 대조적으로 주커버그는 정작 공식석상에 후드티에 청바지, 슬리퍼를 신고 다닌다. 잡스가 생전에 검은색 목티에 청바지를 고집하는 것과 비슷하다.

최근 주커버그는 전 인류가 인터넷을 사용하도록 하겠다는 구상을 발표하기도 했다. 현재 인터넷 이용자는 약 30억명으로 전 세계 인구의 3분의 1가량이다. 주커버그는 나머지 3분의 2를 차지하는 50여 억명도 인터넷 무대로 끌어들이자는 것이다. 그는 이 프로젝트를 실현하기 위해 삼성전자·퀄컴 등 전자·IT 기업들과 협의체를 구성했다고 밝혔다.

◇ 알리바바 상장으로 일본내 최고 갑부가 된 손정의

손정의 소프트뱅크 CEO ⓒ 이상옥

손정의 소프트뱅크 회장도 혁신을 주도하는 인물로 평가되고 있다. 손 회장이 이끄는 소프트뱅크는 지난 2008년 아이폰이 일본 시장에 상륙할 당시 최대 이동통신사 NTT도코모 대신 독점 판매권을 가져가면서 무서운 속도로 성장했다. 소프트뱅크는 일본내 이동통신 가입자수 기준으로 도코모에 이어 2위를 차지하고 있다.

이러한 여세를 몰아 소프트뱅크는 지난 2013년 6월 미국 3위의 이동통신업체인 스프린트 넥스텔을 인수하면서 미국 통신 시장에 진출하기도 했다. 손 회장은 몽골 사막의 바람을 이용, 초대형 풍력발전 단지를 조성해 주변 나라들의 전력망을 하나로 묶어 사용하자는 구상을 발표하기도 했다. 2011년 동일본 대지진 때는 개인 돈으로 1300억원을 기부했는데 이는 일본의 세계적 의류 브랜드 유니클로를 운영하는 야나이 다다시 사장의 의연금을 뛰어넘는 액수다.

재일교포 3세 손정의(58·일본명 손마사요시)는 일본 이동통신업체 소프트뱅크 회장이다. 이대호 선수가 활약하는 일본 프로야구 소프트뱅크 호크스 구단주다. 대물림이나 정경유착 재벌이 아닌 자수성가형 거부다. 이런 손정의가 지난 9월 19일 중국 최고의 온라인 사이트인 알리바바의 뉴욕 주식시장 상장과 더불어 일약 일본 최고의 갑부로 등극했다.

그는 이 회사 지분 34.4%를 가진 최대 주주로 이번 상장의 최대 수혜자다. 2000년 205억원 투자로 14년 만에 59조원을 거머쥐어 3000배 투자수익률을 올렸다. 알리바바 시가 총액은 172조원, 구글·페이스북에 이어 글로벌 인터넷기업 3위다. 

2000년 마윈(51)이 창업한 알리바바는 중국 제조업체와 해외 바이어를 연결해주는 작은 온라인 사이트로 출발했다. 지금은 중국시장 80%를 장악하는 중국판 G마켓으로 불린다. 손정의는 당시 무명이나 다름없던 청년 마윈을 만나 6분 만에 투자를 결정했다. 투자의 골든타임이 빛나는 혜안(慧眼)이다. 이런 승부사적 기질과 인류애적 사명감은 스티브 잡스의 후계자로 손색이 없어 보인다.

◇ '디자인의 신' 애플 조나선 아이브

조나선 아이브 애플의 수석 디자이너겸 부사장 ⓒ 이상옥

지난 4월 10일 월스트리트저널은 애플에 18년 몸 담아온 그렉 크리스티 부사장이 올 하반기 회사를 떠나고 그가 이끌던 소프트웨어 디자인 그룹 '휴먼 인터페이스' 팀을 아이브 부사장이 총괄할 것이라고 보도했다.

크리스티는 아이폰 시리즈의 소프트웨어 디자인을 진두지휘해 온 핵심 디자인 임원이다. 기존까지 휴먼 인터페이스 팀은 애플의 소프트웨어 부문 수장인 크레이그 페데리기에 보고했지만 이제 보고라인이 아이브 부사장으로 바뀐다.

주요 외신은 애플의 '스타 디자이너' 아이브 부사장의 역할이 하드웨어에서 소프트웨어로 넓어지고 있다는 데 주목했다. 앞으로의 방향 전환을 예상하게 한다. 크리스티 부사장의 퇴임을 처음 보도한 나이투파이브맥은 "애플의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 디자인이 혼합되고 있다"며 "엔지니어링 그룹인 페데리기 부사장에게 보고할 때와 달리 아이브 부사장 아래에서 새 변화가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월스트리트저널은 아이브 부사장의 입지가 상당하다며 "팀쿡 다음으로 인지도가 높은 애플 임원이며 스티브 잡스의 절친으로서 애플 디자인 감성의 지도자같은 사람"이라고 소개하기도 했다.
'천만금을 주고도 바꾸지 않을 사람'이라고 스티브 잡스가 입에 침이 마르게 칭찬한 애플 디자이너 조나선 아이브는 애픈 내에서는 잡스의 후계자로 꼽힌다. 그는 혁신적 디지인으로 평가받는 맥 컴퓨터와 아이팟, 아이패드를 탄생시킨 인물이다. 지난 1992년 애플에 입사한 아이브는 초기에는 크게 주목받지 못했으나, 아이팟 시리즈를 히트시키며 세계적인 디자이너의 반열에 올랐다. 외신들은 그를 '디자인의 신'으로 평가하고 있다.

하지만 아이브는 '디자인의 신'은 될지언정 '혁신의 아이콘'이 되기엔 부족한 점이 많다. 결국 현재의 혁신성과 도전정신 등을 감안할 때, 스티브 잡스를 대신하여 현 시대를 이끌어갈 창조적 개혁가로는 제프 베조스와 엘론 머스크가 좀 더 앞서있는 것이 사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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