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반인 희생자 영정 철수... '갈라진' 세월호 가족

[현장] 단원고·중국인 희생자 영정만 안산 분향소에... 유가족간 마찰은 없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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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주영(imjuice)등록 2014.09.29 17:08
세월호 참사 일반인 희생자 31명의 영정이 경기 안산 정부 합동분향소에서 철수됐다. 이에 따라 안산 분향소에는 단원고 학생·교사 289명, 중국인 희생자 3명의 영정만 남게 됐다.

일반인 희생자 가족대책위 소속 유가족 30여 명은 일반인 희생자들의 영정을 철수하기 위해 29일 오후 3시 10분께 정부 합동분향소가 마련된 안산 화랑유원지에 도착했다. 검은 정장을 갖춰 입은 일반인 희생자 유가족들은 인천시청에서 대절한 대형버스를 타고 왔다.

유가족들은 정부합동분향소 장례지원단 쪽과 5분가량 대화를 나눈 뒤 곧바로 분향소로 향했다. 이들은 분향소 입구에서 기다리던 단원고 희생자 유가족들과 짧게 악수한 뒤 곧바로 들어갔다. 분향소 내부 취재는 허용되지 않았다.

이들은 희생자 영정 앞에서 참배한 뒤 장례지원단의 도움을 받아 제단 왼편에 모셔진 일반인 희생자 영정을 하나씩 철수했다. 이 과정에서 일부 유가족들의 통곡 소리가 분향소 안을 울리기도 했다.

일반인 희생자 영정 31위를 전부 철수한 유가족들은 각자 가슴에 영정을 하나씩 품고 일렬로 줄지어 분향소를 빠져나와 버스에 탑승했다. 몇몇 유가족은 "억울하다"라며 바닥에 주저앉았다.

일반인 유족 "사태 책임은 단원고 대책위에"... 단원고 유가족은 '침묵'

장종열 일반인 희생자 가족대책위 위원장은 떠나기 전 취재진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영정을 철수하는 이유를 적은 성명서를 낭독했다. 그는 "이렇게 할 수 밖에 없는 것에 대해 국민 여러분께 죄송하다"라며 "도저히 묵과할 수 없는 사태를 야기한 모든 책임은 안산 단원고 학생 대책위에 있다"라며 말했다.

장 위원장은 "유경근 (세월호 참사 가족대책위) 대변인은 공식행사 자리에서 일반인 희생자 유가족을 폄하하고 명예훼손했다"라며 "같은 배, 같은 장소에서 희생된 고인들과 유가족을 두 번 죽이는 행동과 발언을 삼가달라"고 말했다.

이날 영정이 철수되는 과정에서 일반인 희생자 유가족과 단원고 희생자 유가족 사이의 충돌은 일어나지 않았다. 정부합동분향소 장례지원단 관계자 10여 명도 분향소 앞에서 대기하며 유가족간의 충돌을 예방하려는 모습이었다.

다만, 세월호 가족대책위 소속 단원고 유가족 10여명은 일반인 희생자 유가족이 도착하기 1시간 전부터 분향소 앞 촬영과 접근을 막으면서 취재진에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다. 기자들이 일반인 희생자 영정 철수와 관련해 입장을 물어도 일절 답하지 않았다. 한 단원고 유가족은 "우리도 일방적으로 통보받아서 잘 모른다"라며 "단원고 가족대책위 입장은 나중에 말씀드리겠다"라고만 말했다. 일반인 유가족과 취재진 사이에 실랑이가 벌어지기도 했다.

일반인 희생자 유가족들은 인천시청 앞에 마련된 일반인 희생자 합동분향소에 들린 뒤 집으로 돌아가 각자 가정에 영정을 안치하기로 했다. 이들은 향후 합동영결식도 안산과 별도로 인천 합동분향소에서 진행할 계획이다.

다음은 일반인 희생자 유가족 대책위가 이날 오후 발표한 입장문 전문이다.

영정을 옮기며

- 너무나 슬픕니다.
부모·형제·자녀를 참사로 잃은 애통함이 사라지기도 전에, 유가족으로부터 대못을 박히는 어이없는 일을 당했습니다.

도저히 묵과할 수 없는 사태를 야기한 모든 책임은 안산 단원고 학생 대책위에 있으며, 무책임한 결과로 일반인 희생자 유가족 대책위는 영정을 모시고 안산분향소를 떠나려 합니다. 과거에도 단원고 학생 대책위에서 불미스러운 일이 있었을 시 재발방지를 요청한 바 있었으나, 이런 사태가 발생하게 되었고, 이렇게 할 수밖에 없는 것에 대해 걱정과 슬픔을 같이 하여 주신 국민 여러분께 죄송하다는 말씀을 드립니다.

- 유언비어, 명예훼손, 허위사실을 날조한 책임은 반드시 져야 합니다.
유경근 대변인이 단원고 학생 유가족 대책위의 공식행사 자리에서 대변인 자격으로 공식 발언한 내용 중, 일반인 희생자 유가족을 폄하하고 명예훼손한 사실은 국민 모두가 알고 계십니다. 하지만 진심어린 어떠한 사과도 없이 묵묵부답으로 일관하고 있는 것에 대해 경악을 금치 못할 뿐입니다.

여야 원내대표의 재합의안에 대해 일반인 희생자 유가족은 가족총회를 거쳐 의견을 수렴하여 재합의안 수용을 천명하였습니다.

일반인 희생자 유가족이 생각과 의지 등이 없이 외부의 다른 요인으로 결정하였단 말입니까?

우리 유가족들은 스스로 의견도 못내는 무지의 인간이란 말입니까?

또한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는 만나지도 못했는데 만났다고 허위사실을 날조하고 청와대라는 쪽지를 보고 재합의안을 수용했다는 유언비어를 공식적인 자리에서 발언한 속내는 무엇입니까?

또한 처음부터 일반인 희생자를 포함한 유가족 대책위를 단원고의 11반이나 하나의 분과로 폄하해서 생각하고 그런 발언을 한 것입니까?

- 유가족 편 가르기의 종결판입니까?
같은 유가족으로 유언비어 날조, 명예훼손, 폄하의 발언을 하는 속내가 무엇인가요?

잘못한 사실에 대하여 사과를 요청하는 기자회견, 위원장 연락 등을 하였으나 묵묵부답으로 일관하는 것은 어떤 의미입니까?

착각이며 오해가 있었던 점 사과한다고 지나가는 식의 발언이 대못을 박고 참수하는 처참한 행태라 하겠습니다.

- 단원고 학생 유가족 대책위에 묻습니다.
유경근 대변인의 공식 행사에서의 공식발언이 대책위의 입장입니까?

일언반구 없는 단원고 대책위의 입장으로 여겨도 되는 겁니까?

일련의 사태에 대한 모든 책임은 단원고 학생 대책위에 있음을 인지하시고, 같은 배 같은 장소에서 같은 시간에 희생된 고인들과 유가족을 두 번 죽이는 행동과 발언을 삼가 주시기 바랍니다.

자중하고 자중하여 주시기를 거듭 부탁드립니다.

마지막으로 정부 합동분향소는 안산 합동분향소와 인천 일반인 합동분향소가 있음을 다시 한 번 국민 여러분께 알려드립니다.

유가족들의 일로 심려를 끼치게 된 점 국민께 죄송합니다.

세월호 참사 일반인 희생자 유가족 일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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