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재원과 최재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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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민호(coiw123)등록 2014.10.06 11:10
김재원과 최재천, 이 두 의원은 닮은 점이 참 많다. 두 의원 모두 재선의원이며 17대 총선에서 각각 박근혜와 노무현을 등에 엎고 초선으로 당선됐고, 18대 총선에서는 낙선했으며, 다시 19대 때 국회에 들어갔다. 저번 6.4 지방선거 때는 각각 새누리당의 전략기획본부장, 새정치민주연합의 전략홍보본부장으로 각 당의 중책에 있었다. 두 의원 모두 합리적이며 대중성이 있고, 언변에 능하다는 평가가 다수다. 그래서 지방선거 기간에는서로의 당의 입장을 밝히는 TV토론이나 라디오 인터뷰의 상당 부분은 이 두 의원이 나서서 했다.
하지만 지방선거가 끝난지 몇 개월이 지난 지금, 두 의원의 행보는 너무나 다르다. 김재원 의원은 당내 서열 3위인 원내수석부대표까지 올랐다. 현재도 국정의 의제들을 주도하고 있으며 많은 인터뷰에 등장해 새누리당의 입장을 말하고, 그것으로 인해 계속 인지도를 올리는 중이다. 앞으로 김재원 의원은 원내대표, 당대표의 수순까지 올라갈 거라고 보인다.
그러나 지방선거가 끝나고 최재천 의원의 근황은, 그의 이름을 검색해보기 전까지는 알기 힘든 게 사실이다. 나는 개인적으로 최재천을 좋아한다. 그는 경제, 외교, 남북관계, 인권, 교육 등에서 진보정당 의원 못지않은 진보적 의제를 계속해서 제기해왔다. 똑똑하고 말도 잘하며 의정활동도 상당히 열심히하는 의원이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민주당 내에선 언제나 비주류였고 독불장군이었다.
사실 지방선거 당시 최재천이 전략홍보본부장이라는 직을 맡았을 때부터 소모품으로 전락하지 않으려나하는 걱정이 들기는 했다. 김무성이라는 백그라운드가 있는 김재원과는 다르게 말이다. 최재천을 소모하는 새정치연합의 이런 방식은 선거 때마다 그랬다. 선거 때는 최재천의 대중성과 개혁적 이미지를 이용했고 선거가 끝나면 당내에서 비주류로 복귀 시켰다.
지방선거 전 한창 공천폐지 논쟁이 있었던 때, 최재천이 전략홍보본부장직으로 뉴스에 나와서 공천폐지를 옹호하는 입장을 밝혔던 게 기억난다. 나는 당시 최재천을 비판했지만, 그가 정말로 공천폐지 입장을 갖고 있을 거라고는 생각하지 않았다. 그 동안 그의 발언과 책을 보면 결코 그런 말도 안되는 주장에 동의할 사람이 아니라는 것을 안다. 물론 이것은 어디가서 얘기하는 공식적 의견이 아닌 단지 나의 추측이고 그를 생각하는 내 감정 상태를 말하는 것일 뿐이다.
나는 경제 정책에서 새누리당과 새정치연합이 별 차이가 없다고 생각한다. 그럼에도 투표장에서 새정치연합에 투표를 하는 이유는 두가지다. 좀더 유연한 대북정책, 그리고 새정치연합이 새누리당보다 좋은 사람들, 그리고 최재천을 비롯한 좋은 의원들이 많다는 이유였다. 그래서 혁신의 가능성도 새정치연합이 다소 더 많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새정치연합의 문제는 역시나, 그리고 언제나 리더십이다. 최재천의 독고다이 이미지를 선거 때만 이용하는 것이 아닌 정말 당의 혁신을 위해 제대로 사용할 수 있는 리더십은 새정치연합에 언제쯤 기대할 수 있을까? 안타깝지만 저번 재보궐, 그리고 그 이후 세월호 특별법 협상을 대처하는 하는 새정치민주연합의 모습을 보면, 당분간은 힘들 듯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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