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촌(理相村), 무릉도원이 따로 있나요?

돈 필요하면 언제든지 쓸 수 있도록 '마을 금고'가 열려 있다.

검토 완료

엄정예(esder0312)등록 2014.10.20 10:50

돌나라 봉화가족 행복마트 마을 주민들을 위해서 운영하고 있는 행복마트다. ⓒ 엄정예


인생은 누구나 행복을 추구하며 아름다운 미래를 꿈꾼다. 퇴직 후 복잡한 도시 생활을 접고, 자연과 벗삼는 '귀농'을 꿈꾸는 이들도 많다. 경북 봉화군 춘양면 와흥리 봉화마을은 94년 부터 전국 각지에서 '귀농'해 마을을 이루었고, 현재 28세대, 48명이 생활하고 있다.

신비에 쌓인 중국의 '별천지'인 무릉도원은 사라졌지만, 깊은 산속에 숨겨진 '낙원'이 있어 그 향기에 취해 취재에 나섰다. 그 곳에는 풍요로운 밭과 아름다운 천연계(天然界)가 펼쳐저 있고 사람들은 평화로운 나날을 보내고 있다.

봉화가족 행복마트 돌나라 봉화가족 행복마트는 한 살림, 한 경제, 가족경제로 모두가 주인이다. ⓒ 엄정예


봉화마을에는 다른 농촌에 없는 '유무상통 행복마트'가 있다. 네 것과 내 것이 없이 서로 통(通)하며, 주민 모두가 한 가족처럼 지낸다. 특히 '봉화가족 행복마트'는 언제든지 돈이 필요하면 가져다 쓸 수 있도록 '마을 금고'가 항상 열려 있다.

또한 이 마트는 주인이 따로 없다. 마을 주민 모두가 주인이다. 그러나 필요한 물건을 조달하고 관리하는 마트제는 있다. 각자 가정을 가지고 개인 생활을 하지만, 모든 사람이 한 가족이라는 '공동체의식'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행복마트를 운영하는데는 별 문제가 없다고 한다.

가정마다 형편은 다르다. 개개인의 능력대로 번 수입을 각자 생활비로 쓰고, 남은 여분의 현금은 행복마트 '마을 금고'에 넣어 둔다. 현금이 필요한 사람은 언제든지 자유롭게 가져다 쓸 수 있다. 마을 금고는 각자의 지갑이요, 저금통장인 셈이다. 유무상통은 제도가 아니다. 가족과 이웃을 사랑하는 마음이 곧 유무상통이다.

봉화가족 행복마트 마트에는 주,부식과 곡류, 생필품이 준비되어 있다. ⓒ 엄정예


봉화가족 행복마트에는 각 가정마다 가계부가 비치되어 있다. 필요한 현금이나 물건을 가져 갈 때는 이 노트에 기록을 하고 가져간다. 그것은 감시하기 위함이 아니라 각자 한 달 생활비를 얼마나 썼는지 체크하고 결산하기 위함이다. 그리고 마트에는 언제든지 조용히 음악을 들으며 차를 마실 수 있는 공간이 마련되어 있다.

이웃들과 나누고 싶은 물건이나 음식이 있으면 '행복마트'에 가져다 놓으면 된다. 모든 가정들은 각자 유기농 친환경농사를 짓는다. 농약, 비료, 제초제를 치지 않고 손으로 벌레를 잡거나 친환경 EM(유용미생물)을 사용한다. 잉여 농산물은 마트로 가져다 놓으면 필요한 사람들이 가져간다.

즐거운 두리안 잔치 봉화마을 가족들이 오손도손 함께 모여 정답게 점심식사를 하고 있다. ⓒ 엄정예


이 마을의 특징은 술, 담배, 고기가 없다는 것. 그리고 이웃간에 불화, 불목, 다툼이 없는 것이다. 늘 따뜻한 사랑과 정이 오간다. 얼마 전 김정수 어머니 회제는 마을 주민들을 위해 특별히 '두리안 잔치'를 베풀었다. 가족들이 함께 모여 만두를 빚고, 음식을 장만했다. 가족들의 애경사가 있을 때 마다 함께 모여 떡을 떼는 모습은 한 폭의 그림과 같다.

깜짝 이벤트 이형은씨는 사랑하는 아내를 위해서 깜짝 이벤트를 준비했다. ⓒ 엄정예


또한 이 마을은 각 가정에서 준비된 이벤트가 있을 때 마다 주민들이 자리를 함께 한다. 얼마 전 이 마을에 사는 이형은(57세)씨는 와흥쉼터에서 아내의 생일을 축하하는 '깜짝 이벤트'를 준비했다. 그는 '사랑하는 아내에게 바치는 시'를 낭송해 생일 잔치에 참석한 이웃들에게 큰 감동과 기쁨을 주었다. 그가 낭송했던 시는 아래와 같다.

사랑하는 아내에게 바치는 시낭송 이형은씨가 '사랑하는 아내에게 바치는 시'를 낭송하고 있다. ⓒ 엄정예


사랑하는 아내에게 바치는 시(詩)

이 세상에 패티 김의 노래 '그대 없이는 못 살아' 가사도 좋다. 하지만 내가 당신을 처음 본 순간, 마치 바늘을 관통한 실처럼 당신은 나를 관통했습니다. 그때부터 지금까지 바늘이 가는 곳에 실이 꿰메어 지듯, 내가 하는 모든 일에 당신의 색깔로 꿰메어졌습니다.

나도 모르게 이렇게 수 놓아 버린 사랑, 헛되이 풀어지지 않도록 당신이 단단한 매듭을 지어주어 고맙소. 하늘에서는 비익조가 되기를 원하고, 땅에서는 연리지가 되기를 바라듯, 높은 하늘 넓은 땅 우리의 사랑 천생연분 끝없이 이어지리라.

끝으로 이번 처음 생일 상을 맞이하는 당신의 생일 날, 작은 케익을 살려고 하니 왜 작은 것을 사냐고 큰 것을 사달라고 부탁했던 당신. 그 말을 듣고 보니 "입술의 30초가 가슴의 30년이 된다"는 말을 이제야 알게 되었소. 그동안 아들 선교를 낳아주고, 키워주고, 올바로 지도하느라 고생하고 이 못난 남편 뒷바라지 해준 당신께 정말 고맙고 미안하오.

앞으로 아들 결혼시키고 행복하게 잘 살아 봅시다. 사랑합니다. 여보.

곤드레 작업 이른 아침에 곤드레 작업을 하고 있는 마을 주민들이다. ⓒ 엄정예


또한 봉화마을은 '공동 농사'로 곤드레를 재배하고 있다. 곤드레 농사는 심고, 매고, 자르고, 삶고, 말리고 손이 여간 많이 가는 작업이 아니다. 그렇기 때문에 '연합작전'을 펼친다. 거기서 나오는 수입은 마을 운영자금으로 유용하게 쓰인다고 한다.

온 인류가 꿈꾸는 이상촌, 무릉도원의 실상이 이곳에서 생활하는 이들의 모습이 아닐까?
  • 이 기사는 생나무글입니다
  • 생나무글이란 시민기자가 송고한 글 중에서 정식기사로 채택되지 않은 글입니다.
  • 생나무글에 대한 모든 책임은 글쓴이에게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