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죽림리 앞바다 여귀산에서 바라본 고향모습 ⓒ 김정관
여귀산(26)
글쓴이: 김정관
흙을 만지던
고사리 같은 손이
부모님 농사일을 도왔던
콧물을 닦았던 손이
아파트 십층 높이에
갯바람 맞으며 조선소에서
용접봉 불꽃 튀는 쇳가루 마시며
생명과 바꾸며 움직이고 있다.
노을 덮인 어스름한 들녘에서
벼 단을 나르던 손이
유달산 산 동내로 이사하던 날
이삿짐을 싸며
피땀 흘려 돈 벌었던
고작 이거란 말이냐.
지나온 세월이, 버리고 가야 할
낡은 살림살이 닮아있다.
아늑하게 전해오는 풀내음
고향의 흙내음이 가슴속을
후벼 판다. 몹쓸 손으로
콧물을 후벼 판다. 피가 터지도록.
아득히 기억 속에 남아있는
전화번호를 누른다.
가는데, 안 받는다. 결번이란다.
망각의 세월, 돌아가셨지.
가슴을 쓸어내리고는
이삿짐을 싸던 손으로
흐르는 눈물을 닦아낸다.
용접 불꽃으로 구멍 난 작업복 사이로
여귀산 피었던 동백꽃이 붉게 보인다.
염병할,
그리움이 그리움인지 몰랐던
지나온 시간이 잡풀들을 짓밟았던 발걸음이
어둑어둑한 어둠이 내 손을 닮아 있는
여귀산을 덮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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