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기 밥그릇에는 똥 안싸는 법이지요. 남의 밥그릇 고발하기에 바쁜 방송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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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승희(terriya)등록 2014.11.26 14:25
MBC? 너나 잘하세요!

2012-2013년. MB정권의 언론 탄압으로 수없이 많은 작가와 피디가 여의도 거리로 나왔다. 정권 이례 종종 파업에 들어간 이들은 가지각색의 인물들이지만, 그들에게는 한 가지공통점이 있다. 바로 MBC 정규직이라는 것.

MBC는 각종 단편/장편 프로그램을, 하루 12시간 동안 방송한다. 그 중 70퍼센트가 넘는 편성은 MBC와 계약한 외주업체에게 넘어간다. 방송의 메카인 여의도에는 메인스트림 방송국들과 갑을 계약을 맺은 약 200개의 외주업체와, 5000명이 넘는 외주 직원들이 있다. 

외주업체의 직원들은 딱 잘라 말하면 유령직원들이다. 근로계약서를 작성하지 않기 떄문이다. 그들은 하나같이 입을 모아 '방송은 사람이 할 짓이 아니다'라고 고백한다. 외주 프로덕션의 부서는 방속국과 유사하다. 작가팀, 연출(PD)팀, 어카운팅(회계) 등으로 구성된 회사들은, 크게는 200명 이상의 직원, 작게는 서넛의 직원으로 운영된다. 작가는 보통 프리랜서이며, 40대의 맏이가 '서브'와 '막내'들을 데리고 전전하는 구조이다. 연출피디는 프로그램의 큰 틀을 제작하는 프로듀서가 아니라, 영상을 디렉팅하는 감독이다.  

방송국이 '할 수 없는' 프로그램. 외주를 맡기다.

외주제작으로 넘어오는 프로그램은 성격이 뚜렷하다. 증권사 찌라시보다 신빙성이 떨어지는 <한밤의 TV연예>나, 전직 MBC 피디였던 <먹거리 X-File>를 제작한 이영돈PD가 신나게 두들겨 팬 각종 맛집 프로그램 소개, 정부의 강력한 후원을 받으며 급부상한 다문화 조성 프로그램인 <러브 인 아시아>, 정부기관을 '찬양'하기 위하여 공기업으로부터 수주를 받아오는 각종 홍보성 다큐멘터리. 보통 이런 것들이 방송국이 외주에게 넘기는 일거리이다.

일단 외주의 손으로 넘어오면, 둘은 철저히 따로 움직인다. 외주업체는 그들만의 촬영팀, 카메라팀, 레포터 섭외를 동원하여, 자체 작가들이 써내린 방송대본으로 촬영.편집 후, 외주들만 이용하는 종편(종합편집)업체에서 CG효과를 입히고 사운드를 믹싱한다. 사실 본사가 주는 안은 제목과 포맷 뿐 이라고 봐도 무방하다. 그러나 수익에 대한 분배는 전혀 그렇지 못하다. 영세한 외주업체들은 인건비를 삭감해야 한다. 그러나 방송국(KBS)는 이러한 '단가후려치기'를 자랑스럽게 여기며, 2000년의 외주제작 단가가 1998년보다 10% 낮아지자, '외부 용약 계약부분을 3단계 등급으로 낮추어 예산절감에 크게 기여해다'고 밝혔다.

외주행 프로그램을 기획하는 담당 프로듀서는 누구일까? 각종 르포, 다큐, 토론물을 기획하는 방송국 국장들이다. 그들은 <그것이 알고싶다>와 <PD수첩을>을 제작한다. 하지만 이들이 자회사의 '협력업체'인 외주 직원들을 대하는 자세는, 직접 경험해 보지 않으면 도저히 가늠할 수 없는 수준이다.

'M부심'과 'K부심'. 자체 시트콤 찍는 방송국 PD들

PD는 본래 힘든 직업이다. 사회의 '갑'이기도 하다. 방송국 기자 역시 마찬가지다. 그래서인지, 그들 중 다수는 대기업 간부들의 횡포 못지 않은 자부심으로, '아랫것'들만 보면 막장 드라마를 찍는다. 50대 외주업체 본부장이 20대 방송국 정규직 앞에서 하인처럼 서있는 모습은, 기타 모기업과 조금도 다르지 않다. 다음 2가지 사례는 필자가 실제로 목격하거나 인터뷰한 사건들 중 몇 가지이다.

8년차 외주PD T씨는, MBC 사회복지 교양 프로그램 <XX>의 연출팀이었다. 빈민층 가정을 방문하여 기부금 모금도 하는 이 프로그램의 책임 프로듀서는 MBC의 한 국장이다. 본사 직원들과 회식자리를 갖게된 외주제작사 직원들은, 술자리에서 충격적인 장면을 목격했다. 부국장이 술에취해 외주 PD의 머리에 이유없이 술병을 던진 것. 그러나 문제는 그 후였다. 본사와 제작사 직원 모두 머리를 다친 PD에게 다그치기 시작했다. '그냥 가만히 있어라', '네가 참으라'는 것이었다. 급기야 화까지 내기 시작했다.   

10년차 외주PD K씨는, MBC 다큐프라임에서 정부기관 홍보 영상을 수주했다. 당 기관은 영상에 담을 내용을 간략하게 서류화해서 넘겼고, 담당 PD는 AD(조연출)들과 작가팀을 데리고 1달 동안 영상을 완성했다. 본사 제작진과 프리뷰하는 날, 담당 프로듀서인 국장은 2시간이나 늦게 왔다. 사과의 말 한마디 없이 영상을 시청한 그는, 갑자기 불같이 화를 내기 시작했다. 왜 '직업정신'이 없느냐는 것이었다. 너는 평생 '외주피디'나 할 작정이냐고 묻더니, 언론의 역할에 대한 설교를 지루하게 늘어놓기 시작했다. 대본이 너무 순종적이고 뻔하다는 것이었다. 본사의 밥그릇을 위해 수주받은 홍보물에, 저널리즘을 요구하다니. 어불성설이다. 홍보할 가치가 없는 것을 홍보하는 일은 그 자체만으로 어려운 일이다. 애초에 방송국에서 수주를 거부했으면 그만이다. 인격에 큰 손상을 받은 K씨와 작가들은 그 와중에도 눈 밖에 나지 않으려 정신이 없었다.

무형적 학대는 결국 개인의 몫으로 남는다. MBC는 자체의 모순에 대한 분노를 자신의 '동료들'에게 풀며, 이내 그것을 영원히 잊어버리는 습성을 가지고 있다. 언론인들은 오늘도 '갑을사회'와 '비정규직의 눈물'을 부리나케 취재하며, 영화 <카트>를 보며 감동의 눈물을 흘릴 것이다. 언제까지 그들은 바로 눈앞에서 일어나는 착취와 학대를 외면하고, 스스로의 정치투쟁을 위하여 약자를 기만할까?  

꽉 막힌 현실. 모든 게 외주인 탓.

최근 SBS사의 논란거리였던 '일베 보도'. <세상에 이런일이라는> 프로그램에서 고 노무현대통령과 코알라를 합성한 포토가 지상파에 걸렸다. 그러나 SBS사는 "'구글 검색이 위험하다'고 몇 번이고 주의를 시켰는데 외주 제작사 피디라서 지침이 잘 내려가지 않았다"라고 밝히며, 그 책임을 오롯이 외주제작사에 전가하였다. KBS 역시 다르지 않다. 지난 8월, KBS 1TV <걸어서 세계속으로> 방송에서, 자막 논란에 공식적으로 사과한 담당 국장은 "해당 프로그램은 프란치스코 교황 방한을 맞아 긴급 기획해 외주제작사에 맡겨졌다"고 밝혔다. 교황방문은 지난 해부터 공공연히 알려진 사실이므로, 긴급 기획은 모순이다. 이같은 사건들은 상호간의 '프리뷰'라는 제도가 있는데도 불구하고, 외주제작사와 소통하지 않았다는 반증이다. 

10년차 외주업체 직원들의 수입은 통상적으로 월 250정도. 시급으로 치면 5000원 수준도 못 된다. 하루 20시간과 주말 내내 일하는 것이 고착화 되어있기 때문이다. 업무의 비효율성은 이루 말할 수도 없는데, 이는 유독 '을'을 만날 때면 시간관념이 사라지는 본사의 특성 때문이기도 하다. 촬영 전날 젊은 직원들이 회사에서 밤을 샌 후 활영지에 가는 것은 흔한 일이다. 복리후생과 4대보험은 없다. 정식 PD로 인정받기 위하여 걸리는 기간은 약 3년 정도. 조연출은 PD가 되기 위하여 매달 80만원을 가량을 받으며 3년이 넘게 일한다. 막내작가 역시 마찬가지. 시급으로 전환하면 2000원도 안 된다. 하지만 바라볼 수 있는 곳이 거의 없다. 정식 방송국의 직원이 되려면 필요한 각종 학벌과 시험성적을 보유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그들은 아직 미성숙한 20대 초중반이지만, 열악한 환경에서 묵묵히 일한다.

일명 '프리랜서'들도 다르지 않다. CG, 미술 디자이너 및 프리랜서 피디들은, 정규직으로 전환에 실패하며 임금체불까지 되고 있는 상태이다. YTN에서 그래픽 업무를 담당하던 프리랜서 3명은, 지난 8월 해고돼 노동위원회에 부당해고 구제신청을 했다. MBC 미술부는 약 80명의 직원 중 프리랜서가 절반을 넘는다. 그러나 MBC는 프리랜서들에게 연차수당과 퇴직금을 지급하지 않았다.

평균적으로 공중파 방송을 시청하기 위한 정신연령은, 18살도 너무 많고, 13살 정도면 충분하다. 야구중계에 명문대 졸업장과 공채를 위한 '고시'준비가 필요한 나라는 그 자체만으로 모순이다. 나중에 그들을 데려다 원자력 발전소라도 짓겠다는 것인가. 같은 밥 먹는 식구들끼리도 서로 소통하지 못하는 방송국이, 대중을 향해 손을 내민다.

방송국은 Broadcasting(보도)을 위한 시설이지, 지적 재산인 매체의 당락을 좌우할 수 있는 곳이 아니다. 그것은 대중의 권한이다. 국영 방송국 자체가 국민의 세금으로 운영되기 때문이다. MBC의 경우 방송문화진흥회가 70%, 대한민국 대통령이 소유한 정수장학회가 30%의 지분을 소유하고 있다. 공영방송국의 자격이 충분하다. 2013년을 전후로 케이블 채널들이 부상하며, 공중파 3사는 편파보도와 각종 비리에 연루되어 굴욕을 면치 못했다. 민심은 천심이며, 뿌리는데로 거두는 법. 자기 밥그릇의 똥을 자기가 치우지 않으면, 언제가 그 똥은 자신이 먹어야 한다는 사실을 기억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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