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미 판 ‘세월호 사태’에 대처하는 미국 언론의 드라마 파워

모든 이는 죽음 앞에 평등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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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승희(terriya)등록 2014.11.27 11:25
<Six Feet Under>는 2001년부터 2005년까지의 미국 정치를 신랄하게 비판하는 블랙코미디 물이다. '6피트 아래'란 장례 후 시체가 매장되는 깊이로, 죽음을 의미한다.
드라마는 한 장의사 가정을 묘사하며, 그들이 다루는 각각의 죽음과 그 배경을 그린다. 그 중 유독 비중 있는 시체들은 바로 미군과 유색인종 갱스터. 미국의 분열된 사회상과 부시정권 내 이라크 파병의 희생자들이다.

2001년 9월 11일, 그 악명 높은 911테러를 맞은 부시 정권은, 기다렸다는 듯이 희대의 사기극을 벌인다. 그것은 다름 아닌 모병제. 정부는 유색인종이나 빈민층이 모여 사는 도시 변두리를 방문하여, 갓 고등학교를 졸업한 만 17세 소년들에게 파병을 권유한다. 직업군인으로 이라크에 가면 커다란 명예와 보상이 따른다는 것이었다. 남은 인생 동안 극빈층 노동자나 마약 거래상으로 살아야 했던 젊은이들은, 전쟁의 정확한 목적도 모른 채 부푼 기대를 안고 참혹한 전쟁터로 지원하여 살인기계가 된다. 2014년 현재까지 철수하지 않은 중동지역의 미군들은. 첫 4년 동안만 2천구가 넘는 시체가 되어 고향으로 돌아왔다. 반면 그 기간 동안 이라크 민간인 사망자수는 약 3만 명이었다.

<식스 핏 언더>에 등장하는 미군들의 죽음은, 팔다리를 모두 잃어 자살하는 젊은 청년부터 화학전에 노출되어 23세의 나이에 폐암을 얻어 숨도 쉬지 못한 채 죽어가는 남성까지, 다양하다. 드라마에서 가장 높은 비중을 차지하는 19세 소녀 클레어(Claire)는, 미쳐 돌아가는 부시정권에 분노하여 단 하루도 편할 날이 없다.

석유전쟁,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닌

동성애자인 작은 오빠와 샌프란시스코 히피 출신의 큰오빠 및 이모를 둔 클레어는, 이라크 전쟁의 근본을 이해하는 직관력 높은 여성 예술가이다. 공교육에 저항하며 SAT(미국 수학 능력시험) 답안지에 해골을 그려 넣는 그녀는, 비록 늘 대마초나 마약에 절어 있지만, 매 회마다 그 어떤 정치인보다 투명한 발언을 통하여 미국인들의 한을 풀어 주었다.

우리의 언론은 무슨 짓거리를 하고 있나?

2014년 무고한 미성년자들이 정부의 무능력에 수장되는 동안, 매체는 '능력 있는 아이들'을 발굴해 내기 바빴다.

무능력한 부모에게 금전적 지원이 되 주는 '효녀'를 묘사한 비루한 드라마인 <내 딸 서영이>의 시청률은 2013년 하늘을 찌르며 기성세대에게 대리만족을 주었다. 2014년 적극적으로 기획된 각종 케이블 및 공중파 방송의 아이돌 발굴 오디션 프로그램은, 10대 초반의 아이들을 K-pop이라는 굴레에 가두고 그들의 경쟁을 흐뭇하게 촬영했다. 심지어 다이어트와 성적 자극까지 강요하는 <슈퍼스타 K>는 맛이 이미 갈 데로 간 채, 전 세계 그 어떤 뮤지션도 인정해 주지 않는 한국 대중가요 종사자들에게 큰 만족감을 주었다.

무한 경쟁과 타락한 자본에 떠밀려 영혼이 죽어가는 미성년자들이 짊어질 대한민국의 앞날은 그리 밝아 보이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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