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스펜스의 대가, 알프레드 히치콕은 자신이 생각하는 서스펜스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두 사람이 일상적인 이야기를 나누고 있습니다. 테이블 아래에는 시한폭탄이 있다고 하죠. '뻥!' 갑자기 폭탄이 터진다면 관객은 그 순간 당연히 놀라게 되겠지요. 하지만 그 전에는 한 번도 놀라지 않았었죠. 그렇게 하면 결국 이 장면은 시시해 져버리고 맙니다."히치콕이 말한 서스펜스의 정의처럼 <나를 찾아줘>는 도입부분에서부터 관객에게 불안감을 준다. 자신을 사랑스럽게 바라보는 아내를 보며 '두개골을 쪼개 뇌를 보고 싶다'는 닉의 독백은 어쩐지 으스스하게 들린다. 그 이후의 닉의 태도는 이러한 불안감을 더욱 증폭시킨다. 아내가 실종되었다는 사실에도 그는 오히려 지나치게 침착한 모습을 보이기 때문이다. 일반적이지 않은 그의 태도는 관객에게 이 실종사건 역시 '무언가'가 있다는 것을 생각하게끔 만든다. 이렇게 조금 신경 쓰이는 정도에서 시작된 불안감은 점점 커지다가 나중에는 영화 전반의 분위기를 이룬다. 도입부분의 닉의 독백은 마지막에도 반복되는데 그제서야 관객들은 그러한 말을 한 닉의 심정을 받아들일 수 있게 된다. 이러한 수미상관적 기법은 많은 영화에서 자주 쓰이는 기법이다. 같은 장면이 처음과 끝을 장식하면서 감독이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를 강조하는 이 기법은 이창동의 감독의 <시>와 실뱅 쇼메감독의 <마담 프루스트의 비밀정원>에서 쓰이기도 했다. 처음에는 별 생각 없이 받아들였던 대사 하나, 장면 하나가 나중에는 큰 의미를 갖는다는 것을 깨달았을 때의 느낌은 더욱 강렬해진다. 이 영화에서도 같은 장면이지만 다른 강도로, 다른 대상에 대한 긴장감을 느끼게 한다. 갈등이 해결되지 못한 둘 사이의 미묘한 관계를 잘 드러낸 장면이라고 할 수 있다.숨어 있는 에이미는 닉의 눈 앞에 모습을 나타내지 않지만 끊임없이 그를 궁지에 몰고 있다. 그가 아내를 죽인 살인범이라는 모든 증거를 숨겨두지만 추리할 수 있게 만들고 홀연히 자취를 감춘다. 에이미의 큰 존재감에서 히치콕의 영화 <레베카>를 떠올릴 수 있다. 영화에서 레베카는 이미 죽어 존재하지 않지만 맨덜리 저택 곳곳에는 그녀의 흔적이 남아있다. 죽은 후에도 그대로 남아있는 그녀의 물건들로 레베카는 여전히 저택 안에 숨쉬는 듯하다. 귀신조차 등장하지 않지만 새로운 안주인인 '나'는 레베카의 존재감에 숨막혀 한다. <나를 찾아줘>에서 역시 닉은 에이미가 조작하는 속임수에 점점 빠지게 된다. 닉 뿐만 아니라 실종사건을 조사하는 형사와 대중들 역시 에이미가 의도한 상황대로 움직인다.처럼 자신이 모든 것을 조종하기를 원하는 에이미의 성향은 부모에게서 영향을 받았다고 유추할 수 있다. 어린 시절부터 에이미는 엄마가 쓴 책의 '어메이징 에이미'라는 꾸며진 존재와 함께 자랐다. 자신의 이름을 가지고는 있지만 인기를 끌 수 있도록 좋은 점만을 갖춘 '어메이징 에이미'로 인해 그녀는 자신의 고유한 인격이 부정 당하는 느낌을 받고 자랐을 것이다. 자신의 나쁜 점을 없애거나 미화시킨 존재가 바로 '어메이징 에이미'이었기 때문이다. 그녀는 그것에 큰 반항감을 가진 동시에 자신의 입맛에 맞게 남을 다루어도 된다는 생각 역시 자리잡았을 것이다. 영화에서도 '어메이징 에이미'에 대한 에이미의 분노를 느낄 수 있다. 에이미의 실종 후에도 그녀의 부모님들은 지나치게 '극적'이다. 대중에게 보여주기 위한듯한 그들의 표정과 말에서 에이미 못지않은 서늘함을 느꼈다. 이러한 부모의 존재 역시 오랜 시절부터 비정상적으로 길러진 에이미의 삶을 드러내는 서스펜스라 할 수 있다.이 영화를 좀 더 완성도 있게 만들어준 것은 에이미 역을 맡은 로자먼드 파이크의 연기력이었다. 온화한 미소를 짓고 있던 에이미가 데시가 집에서 나가자마자 자신의 몸에 끈을 묶고 절규 하는 장면은 아직까지도 기억 속에 강렬하게 남아있다.서스펜스는 데이빗 핀처 감독이 곳곳에 숨겨놓은 여러 힌트를 통해 발전할 수 있었다. 도입부에서 찝찝한 느낌이었던 작은 불안감은 서서히 관객마저 숨막히게 한다. 이처럼 <나를 찾아줘>는 히치콕의 말처럼 더 큰 두려움은 깜짝 놀라게 하는 것이 아니라 서서히 조여오는 것이라는 걸 잘 표현한 영화라 할 수 있다. #나를 찾아줘 #히치콕 #서스펜스 이 기사는 생나무글입니다 생나무글이란 시민기자가 송고한 글 중에서 정식기사로 채택되지 않은 글입니다. 생나무글에 대한 모든 책임은 글쓴이에게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