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드라마 <피노키오>를 즐겨본다. 가상의 증후군을 이용해 양심의 문제를 피할 수 없는 생리적 현상으로 고뇌의 과정을 제거한 간결한 구조로 만들어, 하고싶은 이야기로 바로 진입하게 만든 영리한 드라마라고 생각한다.어제 신차옥의 팩트와 임팩트 강연을 보면서 떠오르는 것이 요즘 핫이슈인 조현아 땅콩 사건이었다. 비행기의 후진이라는 중대상황으로 인해 그냥 덮이기는 어려웠다. 여기에 객실내에서 대한 항공 부사장이자 재벌 3세의 고성질책이 동반된 이 사건은 핫 이슈가 된다. 거기에 대한항공 측이 내놓은 성명은 승무원의 '서비스 과실'로 인해 담당부문 부사장이 취한 '과도한 질책'이 있었던 것으로, 유감스러우나 '당위성의 강변'을 담았다. 그 후 이 사건의 논란은 과도한 갑질, 무례한 재벌 3세에 대한 감정적 반응으로 흘러갔다. 어떻게 화를 냈느냐, 어떤 상황이었느냐에 대한 감정 쏠아담기가 확대재생산 되고 있었다. 조현아 부사장은 사회적 질타에 물러서는 태도를 취하나, 잠시 비를 피하는 정도의 행보로 실리를 놓치지 않는 듯 했다. 사람들은 화를 쏟아내다 끝나려나 했다. 심하긴 했지만, 승무원의 잘못도 있다고 주장하니까. 그러다가 과연 승무원에게 잘못이 있었는가를 따져 묻는 기사가 나오기 시작한다. 2012년 이후 정비된 서비스 지침 메뉴얼에 따르면 승무원의 서비스가 적절했다는, 주류 실봉인이 시행되는 공항이어서 서비스가 다르다는 대한항공의 주장은 음료 제공 문제로 인해 땅콩 제공 서비스가 바뀔 이유는 없다는 전문가들의 견해로 힘을 잃는다. '메뉴얼적 근거'와 '추정적 전문가 견해 근거'를 통해 팩트는 '승무원의 과실은 없다'가 된다. 그리고 이 사실은 대한항공이 주장하는 당위성을 깨부수고, 회사에서 정해진 메뉴얼과 방침을 완전히 무시한 독단적 직권 남용의 문제로 이 사건의 위상을 바꾸는 임팩트를 가지게 된다. 부사장으로서 할 수 있으나 '과도한'이 아니라, 부사장으로서의 자격이 없는 개인 일탈로 변하게 된 것이다. 오늘 저녁 뉴스에는 검찰 압수수색에 따르면 애초에 알려진 것과는 다른 초기 보고서가 나왔다고 한다. 그렇게 쉬쉬하며 흘러가던 동네구멍가게식 재벌일가의 회사경영의 만성적 행태가 속속 드러나고 있다. 송차옥을 비판하는 최인하의 모습에서 사람들은 통쾌함을 느꼈을 지 모른다. 그러면 송차옥의 임팩트는 필요없는 것일까? 송차옥의 강연에 와있던 YGN 간부들의 모습에서 우리는 답을 알고 있다. 사람을 집중시키는 힘은 필요하다는 것을. 눈길 촬영에서 연탄재를 깨고 사람들을 도운 인하와 범조에게 호통을 치던 캡(김광규 분)의 말처럼 몇사람 구할 그 시간에 그림 좋은 뉴스 하나 잘 만들면 사람들의 조심을, 행정적 지원을, 그렇게 세상을 바꿔나갈 수 있다고, 그게 바로 뉴스의 힘이라는. "딸려, 딸려도 너무 딸려" 라는 인하의 분통처럼 송차옥의 논리는 단단했다. 그것이 현실에 기반했다는 걸 누구나 알고 있으니까. 배척한다고 될 일이 아닌 것이다. 하지만, 뭔가 비위에 거슬리고 송차옥의 논리가 허약한 것이란 걸 우리는 안다. 왜? 본질을 잊었으니까. 송차옥은 뉴스로 내보낼 자격구비 정도로 팩트를 취급하면서, 뉴스의 임팩트를 편집적 스킬 정도에만 있다고 생각하는 듯 하다. 그런 감정몰이는 양은냄비처럼 떠들썩 하기는 하나 지속력이 없다. 뻔한 꽃놀이가 되어 지루해지는 순간 끝이다. 뉴스의 임팩트는 판단에 강력한 근거가 되는 팩트로 의미를 확대하면서 생기기도 한다. 이슈를 한번 팔아먹는 뉴스거리로 만들 것인지, 아니면 사회의 환기와 변화를 일으키는 문제제기로 만들 것인지가 언론이 생각해봐야 할 선택이라고 생각한다. 그게 아니라면 댓글다는 일반인과 차이가 없는 기레기가 되는 거지. 댓글에도 논리 정연하거나 감성몰이 잘하는 글들이 얼마나 많은 줄 아는가?오늘 친구가 만든 딸기 무스 케잌 사진을 보았다. 그냥 밋밋한 케잌 위에 딸기크림을 얹어 다른 풍미를 더해주고, 여기까지가 애초의 팩트 더하기 힘을 싣는 팩트 쯤 되겠다. 그 위에 예쁜 장미와 꽃이 데코레이션 되어있었다. 이것이 주목하게 만드는 임팩트쯤 되겠다. 아무리 훌륭한 팩트들을 모아도 시선을 끌지 못해 전달되지 못하면 그대로 묻혀버린다. 그 모두를 잘하는 영리한 언론과 영리한 뉴스를 많이 보게 되길 바란다. #피노키오 #조현아 #팩트와 임팩트 #뉴스 #미디어 이 기사는 생나무글입니다 생나무글이란 시민기자가 송고한 글 중에서 정식기사로 채택되지 않은 글입니다. 생나무글에 대한 모든 책임은 글쓴이에게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