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연호 대표의 이름을 안 지는 오래지만, 그분이 내 담쌤이 될 줄은 몰랐고, 어영부영 술잔까지 마주친 것도 여러번. 기자학교 끝나고 소감문 올리란 것도 하지 않았고, 기사들 써보라고 해도 씨익 웃고는 내뺐는데, 블로그 글을 쓰다 얼마전 본 기자학교광고가 떠오른다. 그래서, 열의없는 무성의한 인간의 기자학교 후기가 참고가 되지 않을까 하며 부랴부랴 기사로 바꾸었다.며칠전 기사를 하나 올렸는데, 생나무가 되었다. 예상한 일이라 놀랍진 않았는데, 오늘 내방에 들어와 조회수를 보다가 '생나무... 생각보다 많이 읽힌(?) 건가' 그러면서 회고담을 쓰게 되었다.10여년 만에 돌아온 이곳은.. 그렇다고 오마이뉴스를 전혀 안 본 건 아니지만.. 그동안 색깔은 더 선명해졌고, 운영방식은 훨씬 많이 바뀌었다. 이전에는 생나무라 해도 읽힐 일이 많았다. 기억에 따르면 해당 섹션에 위치하고 있었으니... 노출이 더 쉬웠을 것이다. 사람들이 읽고 싶은 분야에 있으니.. 나도 그렇게 생나무를 읽었던 기억도 많고, 그런데 지금은 다만 그 존재를 보여주는 메뉴 정도에 있는데... 생나무면 아예 읽히기 어렵겠다 싶었는데,, 마지막 생나무 기사 보다 현재 더 많은 조회수를 올리고 있다. 며칠 되었는데.. 목록에서도 한참 뒤로 밀려났을 텐데.. 대체 누가, 어떻게 읽는 건지 궁금하더군. 아주 떨떠름한 기분으로 기자학교를 갔을 때도, 사실 다시 세상에 드러나는 글을 쓸 일은 없다고 생각했다. 고작해야 내 전문 분야를 다시 발담기 시작하면서.. 필요한 만큼 정보를 제공하는 글이나 쓰게 되려니 했다. 내 상관들(?)의 추천과 필요에 따라 다소 마지못해 간 것이었다. 아 물론 좀 궁금하긴 했다. 오마이는 어떻게 변했을까 하는 것도. 굴속에서 갓 튀어나온 곰탱이처럼 기자학교를 가서.. 햇병아리 전문신문 기자와 짝이 되어 서로 군기 바짝 든 채로 나눈 대화와.. 하나는 뭐라도 열심히 배워보자.. 하나는 간만에 세상 나와서 잘 적응할 수 있을까. 동기들끼리 이리저리 대화하는 중에 전년도 시민기자상을 수상한 오라버니는 열의에 차.. 경험자로서 이런저런 말을 해주려 했다.. 간단한 매뉴얼 알려주기쯤?? 그래서... 10년 전에 이미 이 달의 기자상을 받았습니다. 라고 넌지시 말씀드렸다. 뻔히 아는 이야기를 다시 겸손히 경청할 만큼 나는 부드러운 인간이 아니다. 오해마시라. 무엇이 되었건.. 새롭고 새겨볼만한 것들은 아주 열심히 경청하는 편이다. 내가 다시 이 판에 들어온 건... 적어도 그 단초는.. 그 열성적인 동기들 덕분이다. 오기만(오마이뉴스 기자만들기) 학교의 기수들 중에도 정말 열성적인 인간들.. 당장 기록으로 봐도... 오마이뉴스에 이름을 마구 올리는 동기가 여럿이다. 하도 열성적이라.. 솔직히 아마추어들의 열정이 대단하군 이었는데.. 정말 정성과 성의가 너무 가득해 이 깔깔한 까칠함으로 내치기가 쉽지 않았다. 그리고 얼떨결에.. 꾸준히 그들을 대면하고 지낸 지가 2년이 되었더니.. 어느새 나는 10만인 클럽을 얼마전 2년째 등록하고 있고, 심지어는 이리 끄적대고 있게 되었다. 그동안... 기사 분석이나 평가, 조언도 딴에 여러번 해주고... 하지만.. 정말 내가 글을 쓰게 만든 건.. 그들의 담백한 생고기 같은 맛을 풍기는 감탄하게 되는 글들.. 스킬이나 노련함은 좀 떨어져도 '야.. 나는 이리 냉소적으로 시각을 가져도 되는 걸까' 싶은... 감동적인 글들... 나날이 자기만의 필력을 쌓아가는 내 동기들을 보는 게 즐거워졌기 때문이다. 그래서.. 세어보니 무려 11년 만에 기사를 썼고,, 생나무로 올랐다. 지난 몇년간 엄청난 문자 중독과 사적인 공간에 한해서 글빨 좀 인정받았기에 다시 글을 쓰는 게 어려움이 있진 않았다. 그런데.. 왜 생나무? 다시 클리닉이라도? 나는 글쓰기는 기본을 배우되.. 때로 오만한 자기만의 스타일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사람이다. 그리고.. 그동안 다른 종류의 기사글을 쓰며 깨지기도 엄청 깨진 사람이고.. 이전에도.. 오마이에 쓰는 자유글쓰기 보다는 전문 기사나 리포트 작성을 더 많이 해왔다. 쓰면서... '아 망했군.' 싶었지만.. 이렇게.. 다시 머리 틀어올리지 않고는 못 쓰겠다 싶어서 썼다. 시의성이 나쁘진 않다고 생각했는데.. 급박한 물살 속에.. 시의성을 놓친 기사가 되어버렸다.. 반나절만 늦게 써도 이렇게 될 수 있다. 그리고 핀트는 잘 잡았는데.. 그걸 잘 풀어내지 못했다. 그리고 액센트는 과도했다. 마지막 기사 쓸 때가 생각이 났다. 어떻게든 이 상태를 유지해 보려고 간만에 썼는데.. 쓰면서.. 생나무겠군.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이제 글을 쓸 열의가 바닥이 났구나.. 이렇게 끊어지면 안된다는 걸 알았지만.. 이건 계산적인 차원에서다. 하지만.. 본질로 보면 그만 써야 했다. 힘없는, 뻔한 이야기를 바닥 박박 긁어 써서 낼바엔 아니함만 못하다. 하지만, 이번엔.. 생나무라도 괜찮았다. 그건 아주 유의미한 표본 샘플이니까.. 때로는 수많은 실패작은.. 성공작의 밑그림이기도 하다. 머리속의 것을.. 형상으로 만들어보면... 아주 많은 것이 쉽게 훈련되고 깨닫게 되기도 한다. 글 올리고 나서.. 2 차례.. 분석글을 써봤고,,, 그제서야.. 흐릿해진 눈이 선명해지면서.. 이 글의 단점과 문제점이 보이기 시작했다. 그리고... 아쿠.. 생나무로군... 웃음이 씩 나왔다. 오늘은 추가 블로그 개설허가 메일을 받았다. 그리고 주의 사항을 살펴보면서... 또 이렇게 한발 내딛는구나 싶다. #오마이뉴스기자학교 #생나무 이 기사는 생나무글입니다 생나무글이란 시민기자가 송고한 글 중에서 정식기사로 채택되지 않은 글입니다. 생나무글에 대한 모든 책임은 글쓴이에게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