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덧 대학교에 입학해 정치외교학을 공부한 지 2년이 되었다. 수험생 시절 사회과학을 공부하기로 마음먹었을 때, 한 선생님께서 "너 성격에 사회과학 공부하게 되면 인생 참 피곤해 질 거야"라고 말씀 하셨다.
그렇다. 내 인생 참 피곤하다.
▲ 대학생 집에 날라온 것은 성적표가 아닌 피고인소환장 ⓒ 허우진
대학에 입학해 나의 소신껏 살았다. 문제라 생각한 것에 문제라 말했고, 행동해야 할 때 행동 했다. 얼마 안 있어 집에는 높은 성적의 성적표가 아닌 경찰의 출석요구서와 법원의 피고인소환장이 날라왔다.
평생을 하늘을 우러러 부끄러움 한점 없이 살아온 한 청년의 손목에 수갑이 채워졌을 때, 대한민국의 정의는 죽었다. 그리고 나는 결심했다.
칼을 갈자
어떤 칼을 갈 것인가에 대해 고민을 했다. 그리고 칼을 결정했다. 그 칼은 바로 '독립 언론'이다. 독립언론의 기자가 되기로 결심한 경험은 두 번이 있었다. 첫째는 지난해 7월 울산 희망버스 때였고, 둘째는 지난해 12월 경찰이 민노총 건물을 침탈했을 때였다.
울산 희망버스
▲ 작년 울산 희망버스때 대학교 동기, 선배와 현대자동차 본사앞에서 찍은 사진 ⓒ 허우진
지난해 7월 희망버스를 타고 울산 현대자동차 공장으로 내려갔다. 당시 현대자동차는 대법원의 '비정규직 파견 근로자의 2년 이상 근무를 정규직으로 봐야 한다'라는 최종 판결이 나왔음에도 불구하고 이를 이행하지 않았다. 현대 자동차는 적반하장으로 노동자들을 탄압하였고 수명의 노동자가 자살을 하였다.
현대차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을 촉구하기 위해 울산 희망버스에 참가하였다. 현장에는 '몽구산성'이 쌓여있었다. 사측은 노동자들과의 의사소통을 원천 봉쇄했다. 일부 대학생과 시위대는 공장 진입을 시도했다. 그 과정에서 '정몽구의 사병'인 구사대와 충돌이 있었다. 구사대는 방패와 쇠파이프로 무장하고 물대포를 시위대에게 쏘았다. 구사대가 던진 돌을 맞고 같이간 친구가 쓰러지는 일도 있었다.
언론의 왜곡 보도
하지만 그날 밤 기성 언론은 '시위대의 폭력성'에만 초점을 맞추어 '현대 자동차의 불법파견과 구사대의 폭력'이라는 본질적 문제의 논지를 흐렸다. 그리고 진보 언론이라 불리는 곳에도 수익에 큰 비중을 차지하는 현대자동차의 광고에 종속되어 자유로운 비판을 하는 언론의 모습을 보이지 못 했다.
그날 밤 약자의 말에 귀 기울이고 자본과 맞서 싸우는 언론의 부재에 좌절하고 잠을 이루지 못 했다. 다음날 아침 울산 현대자동차 공장 앞에서 기자회견이 있었다. 나는 대학생 대표로 발언을 맡았다. 마이크를 잡고 왜곡된 기사를 쓰는 기자들을 적나라하게 비판했다. 그날의 발언으로 나의 얼굴과 신상이 공개되어, 현재도 희망버스 건으로 재판을 받고 있는 중이다. 하지만 당시 언론의 모순과 제대로 된 언론의 필요성을 역설할 자리에서 소신을 지킨 점에서 한 치의 후회가 없다.
<오마이뉴스>의 "현대차 탐욕보다 부끄러운 건 담장 안 노동자 양심"이라는 기사에서 내 발언의 일부분이 실렸다. 그 기사는 기성 언론과 다르게 현대 자동차 자본의 모순과 폭력성을 비판했고, 약자의 목소리에 귀 기울였다. <오마이뉴스>의 기사를 보며 대기업의 자본에 종속되지 않은, 독립 언론만이 바른 목소리를 낼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희망을 갖게 되었다.
그리고 독립 언론의 기자가 되는 것이 어떨까 하는 생각이 대학교 1학년 여름방학 머리 한편에 자리 잡았다.
민노총 침탈
두 번째로, 지난해 겨울 12월 경찰의 민노총 건물 침탈 사건 때이다. 지난해 12월 22일 경찰은 철도노조 지도부를 검거하기 위해 민노총 건물을 침탈하였고 이를 규탄하는 시민들을 마구잡이로 연행했다. 이때 민노총 건물 침입을 저지하고자 현장에 있다 연행을 당했다. 경찰서에서 조사를 받고 구치소에 들어가기 전 경찰이 체포 영장은 있었지만, 압수수색 영장없이 민노총을 침탈했다는 소식을 들었다. 드디어 박근혜 정권이 치명적 타격을 입겠구나 하는 희망을 갖었다.
그리고 40여 시간 후에 석방되었다. 핸드폰이 꺼져 있어, 현재 상황이 너무 궁금해 PC방으로 달려갔다. 하지만 민노총 침탈이 이슈화 되어 있을 것이란 기대가 무너져 버렸다. 언론은 이를 이슈화 시키지 못 했고, 민노총 침탈은 하나의 해프닝으로 지나가 버렸다. 그날 PC방에서 나의 여름방학 때 머리 한편에 자리 잡고 있었던 '기자가 되는 꿈'을 되새기고 기자가 되겠다고 다짐을 했다.
왜 메이저 언론이 아닌 독립 언론인가?
메이저들의 실체를 폭로하고 그들을 바로 잡기 위해서는 그들에게 종속되어서는 안된다. 많은 기성 언론은 수익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대기업의 광고에 종속적이다. 자본에 독립적으로 그들을 비판하기에 한계가 있다. 광고가 끊기지 않을 정도로 비판한다. 나는 기득권에게 종속적이지 않고 주체적이고 자유로운 기사로 그들을 비판할 것이다.
언론은 국민의 수요에 맞는 글만을 써서는 안된다. 과연 현재 언론들이 국민들이 관심을 갖지 않는 중요한 문제들을 스스로의 역량으로 의제화하고 국민들의 관심을 유발하고 있는가? '현대차 불법파견 문제', '민노총 침탈 사건'의 의제화를 하지 못한 현 대한민국 언론이 이 질문에 대신 대답한다.
최근 '정윤회 게이트'가 조현아 부사장의 땅콩리턴 사건으로 묻혀버렸다. 국민들은 정윤회 게이트 같이 복잡한 일보다는 쉽게 분노할 수 있는 '땅콩 리턴 사건'에 더 관심을 보였다. 이에 부응하여 언론은 정윤회 게이트보다 땅콩리턴사건에 초점을 맞춘 보도를 하였다. 언론은 국민들이 관심을 갖지 않을 의제를 보다 더 쉽게 설명하고, 관심을 갖게 해야 한다. 하지만 기성 언론들은 국민들의 입맛에 맞는, '흥행할 수 있는' 기사에 초점을 맞추었다. 나는 독립 언론에서 국민들의 수요에도 독립적으로 기사를 쓰고 보도하고, 그들의 관심을 유발시키는 기자가 되고 싶다.
메이저와 싸우기 위해 어려운 마이너의 길로 가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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