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관이 그린 누드화 개인전

2015.1. 6 - 12 유카리화랑(인사동 수운회관 13층)

검토 완료

이만주(pinewind06)등록 2015.01.08 14:17
  인간수명 100세 시대. 인생2모작시대이다. 제2의 인생을 어떻게 살까? 이런 고민을 하게 될 때, 이계익 전 교통부장관의 제2의 생은 모든 이들이 한번쯤 참고할 만하다.
그에게는 전설과도 같은 수많은 일화들이 있다. <예 1>: 대학교에서는 철학을 전공했지만 동아일보의 경제부 민완기자였다. 당시 경제기획원 장관이었던 N부총리는 기자회견을 할 때, 이계익 기자가 참석치 않았으면 회견을 시작하지 않았다. 한참을 기다리다 그가 다른 취재를 마치고 헐레벌떡 회견장으로 들어오면 비로소 회견을 시작했다. 그만큼 그의 기사를 가장 신뢰했다는 얘기다. <예 2>: 영어, 일어, 독일어, 러시아어를 하고 몽골어도 어느 정도 한다. <예 3>: 그가 일본기업의 신화인 마쓰시다 전기(Panasonic)의 마쓰시다 고노스케 회장과 한 대담 등과 같은 TV프로그램, KBS 해설주간으로 어려운 경제문제를 쉽고, 현실감 있게 풀어 방송한 경제해설은 당시 많은 국민들의 지식수준을 높였다. <예 4>: 뒤늦게 2003년 5월, 민주화운동보상심의위원회 제68차 회의에 의해 "1974년, 동아일보 기자로 자유언론실천선언에 참여하고, 75년 동아자유언론투쟁위원회를 결성한 것과 관련해 동아일보에서 해직된 사실"로 인해 민주화운동 관련자로 인정받았다.
하지만 더욱 큰 일화는 김영삼 대통령 시절, 경부고속철 도입과 관련하여 유럽의 초고속기차 제조사들이 수천억의 리베이트를 제시하며 로비를 해올 때 국가와 역사를 생각해 대통령에게 직언한 다음, 해당기업들의 뒷거래 제의를 일축하고 리베이트 액수만큼의 기천억원을 깎은 사실이다.
고속철 결정 외에 여러 정책들을 의욕적으로 추진하던 중, 불의의 사고가 발생하자 그는 책임을 지고 사표를 냈다.
장관이임식을 끝내고 장관실을 나설 때 그는 제2의 생을 어떻게 살까를 생각하며 스스로에게 다짐했다. 첫 번째가 "걸어서 가기, 지하철 타면 서서 가기, 외출할 때 수염 깎고 넥타이 매기, 일주일에 세 번 서점 들르기, 남한테 욕 안 하기 등이다." 두 번째가 "이제까지는 국영수로 살았지만 이제부터는 예체능으로 살자"였다.
그래서 시작한 것이 아코디온 연주였다. 초보 수강생이었던 그는 지금 자타가 공인하는 아코디언의 달인일뿐더러 훌륭한 교습선생이다. 또한 60이 넘어 시작한 마라톤이지만 조선일보 춘천마라톤, 동아일보 국제마라톤 등을 완주했고 완주 메달이 40여개에 이른다. 서울마라톤에서는 그 자신의 최고기록으로 3시간 44분을 세우기도 했다.
"왜 그리 마라톤에 집착하느냐"고 물으면 그는 대답했다. "마라톤이 갖는 중독성이 있지만 그 보다도 인간수명 100세 시대에 가장 중요한 것은 보행능력이다. 다른 것은 남을 부려 할 수 있지만 걷지 못하게 되면 끝이다."
자신에게 무언가 미술에 소질이 있다고 느껴왔던 그는 미술로서는 풍경화와 누드 크로키를 택했다. 이 역시 만만치 않은 수준이 되었다. 그는 이미 두 번의 누드 크로키 개인전을 열었고 지인들의 권유에 의해 이번에 다시 그간의 누드화로 제3회 개인전을 열게 된 것이다.
조물주가 만든 삼라만상 중에서 가장 아름다운 것은 여체이다. 18세기 독일 시인, 노발리스(Novalis)가 "세상에 오직 하나의 신전이 있으니 그것은 사람의 몸이다"라는 말을 했을 때, 아마도 그때의 '사람의 몸'은 '여인의 몸'을 염두에 두고 한 말이었을 것이다. 누드화는 남성에게 뿐만이 아니라 모든 사람에게 있어 로망이다.    
요즘의 유행은 마른 여인을 미인으로 친다. 하지만 양귀비는 결코 날씬한 미인이 아니었다. 퉁퉁했다. 지금의 미인 표준에 비교해 보면 비너스 조각도 뚱뚱한 여인이다. 여성의 제1의 코드는 모성이다. 또한 생명의 창출이다. 그것도 다산(多産)이다. 여성의 아름다움이 풍만에 있는 것이 맞다. 이계익의 모든 나부(裸婦)는 부풀려져 있다. 특히 엉덩이와 허벅지가 풍만하게 부풀려져 있다. 일종의 과장형 변형(Deformation)이다. 그의 나부들에선 안정감과 풍요로움이 느껴진다. 그에 의해 재창조된 여인들에게는 분명 에로틱함이 있다. 그러나 그의 누드화에 대한 예술적 집념과 천착이 속기(俗氣)를 지웠다.
대상이나 그 움직임을 순간적으로 잡아 빠른 시간에 그리는 크로키는 그 특성이 단순화이고 선으로 표현된다는 점이다. 미술에 있어 선은 입체를 평면화하는 역할을 한다. 눈에 보여지는 것을 그대로 선으로 그린다면 그것은 사진의 역할에 맡겨도 된다. 그는 선을 자유분방하게 사용한다. 그런데 그 선이 모든 나부들에 생명력과 따뜻함을 불어넣고 있다. 한편으론 인체의 조형을 해체한 다양한 선이 디자인을 연상케 한다. 선으로 이루어진 추상 디자인이다. 검은 색의 선만을 사용하거나 2도 내지 3도의 엷은 채색으로 입체감을 시도하기도 한다.

불시일번한철골(不是一番寒徹骨)/한번 추위가 뼛속을 꿰뚫지 않고는
쟁득매화박비향(爭得梅花撲鼻香)/어찌 코를 찌르는 매화의 향기를 얻으리오

칸딘스키가 추상화론을 쓰면서 인용한 당나라 고승 황벽의 시다. 뼈를 에이는 고통으로 구상화를 그린 연후에나 추상화를 그릴 수 있다는 얘기다. 이계익에게 천재성이 있는 것도 사실이다. 허나, 뼈를 에이는 고통이 있었는지는 알 수 없으나 그의 수많은 스케치북에 그린 수많은 누드 크로키를 보면 왜 그가 누드화의 경지에 올랐는가를 알 수 있다.

전시: 2014. 1. 6(화) – 12(월) 유카리화랑(인사동 수운회관 13층)
       전화 010-8325-7807
덧붙이는 글 발표되지 않은 초고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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