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그를 떠나 보내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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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종신(keats000)등록 2015.01.09 11:25
지난 대선에서 문재인을 지지했던 사람이다. 짧은 소견으로 '박근혜'가 대통령이 되면 안된다는 이유 때문이었다. 특별히 문재인에게 매력을 느껴서도 아니었다. 노무현을 사랑했던 사람으로 그에 대한 향수 때문도 아니었다. 그저 '박근혜'만 아니면 된다는 생각이었다. 정치인으로 한 사람으로 문재인을 지지한 것이 아니었다. 오히려 안철수 지지자였던 내게 문재인은 싫어하는 정치인 중 한 사람이 되었다. 그런 그를 대선 후 2년 조금의 미련도 없이 그를 떠나 보내려 한다.

유일한 이유는 계파를 없애겠다는 그의 말 때문이다. 새정치민주연합 내의 친노, 비노 계파 싸움을 자신이 나서서 종식시키겠다는 말을 그가 어떤 의미로 했던 간에 내겐 노무현의 그늘을 새정치민주연합에서 없애겠다는 뜻으로 들렸다. (적어도 내게는) 노무현은 실패한 정치인이란 선언과도 같았고, 따라서 자신에게 따라붙는 노무현의 그림자는 그에게 정치적으로 불리한 것으로 여기고 있다는 의심을 지을 수 없다. 나에게 노무현은 실패한 정치인이 아니며 지금도 그의 정치는 진행 중이라 여기기 때문이다.

기득권층과 맞서 '중산층과 서민이 잘 사는 나라, 더불어 사는 따뜻한 사회건설'을 만들려던 노무현의 노력은 지금도 살아서 꿈틀대고 있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그의 꿈은 그와 함께 했던 사람들에 의해 계승되어 당장은 어렵더라도 먼 미래를 보고 이어져야 한다고 본다. 그런데 다른 사람도 아닌 '문재인'이 노무현을 지우려 한다는 것은 있을 수 없다. 있어서도 안된다. 계파를 없앤다는 말은 많은 사람들이 노무현과 함께 꿈꾸던 세상을 더 이상 같이 꾸지 않는다는 말이기 때문이다.

노무현의 5년은 실패한 것처럼 보여도 실패한 것은 아니다. 성공한다면 가장 손해를 보게 될 기득권 층이 실패한 것으로 보여지도록 한 것 뿐이다. 심지어 같은 당 안에서도 노무현을 대통령으로 인정하지 않는 말도 안되는 일이 벌어지지 않았는가? 고졸 출신의, 그것도 상고 출신의 대통령을 명문고와 명문대를 나온 국민은 안중에도 없으면서 국민을 위하는 척하며 자신의 명예와 영달에 목숨을 거는 많은 엘리트 정치인들의 그 알량한 자존심이 그를 허락하지 않은 것이다. 그래도 노무현은 참고 인내하며 5년을 버텼다. 무엇을 이루려 하지 않았고, 한국 정치계에 작은 나비의 날개짓이 되고자 했을 뿐이다. 그 바람이 태풍이 되기를 바라면서 말이다. 저 땅속 깊은 곳에 묻혀 있으면서, 훗날 썩어 거름이 되어 진정한 국민을 위한 정치의 싹을 튀워 열매 맺기를 기다리고 있을 뿐이다.

그런데 계파 갈등 해소를 위해 '친노를 해체할 수 있는 것은 바로 자신'이라는 말을 하면 안된다. 진짜 계파 갈등이 문제라면 문제제기를 하는 정치인들을 설득하여 자신의 편으로 만드는 역량을 발휘해야 하는 것이다. 국민을 믿고 말이다. 2002년 대선 당시 많은 국민들이 노무현을 지지한 이유가 무엇이겠는가? 청문회 스타여서가 아니다. 단지 노무현에게서 나를 보았기 때문이다. 그가 대통령이 되면 희망을 가질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에서 였다. 그래서 설렜고, 꿈꿀 수 있었던 것이다.

문재인. 이제 당신에게서 기존 정치인의 냄새가 너무 난다. 사람냄새보다 '대통령 한 번 되보자.'라는 정치인의 냄새 말이다. 그래서 다음 대선때 문재인이 대통령이 된다고 해도 크게 기대를 하지 않을 것이다. 이미 기득권의 눈치를 보며 자신의 정치적 색깔을 부정하는 이에게 무엇을 기대할 수 있겠는가.

대통령이 되어 바꾸려하지 마시고, 국민들이 꿈꿀 수 있는 정치인이 나올 수 있는 밑거름이 되도록 노력하셨으면 좋겠다. 진정성을 가지고 입에 '국민'이란 단어를 발음하고, 머리 속이 정치적 계산으로 가득차게 하지 말고 '국민'으로 채우며, '국민'이란 단어에 가슴이 뜨거워졌으면 좋겠다. 정치에 혐오감을 느끼는 많은 사람들이 당장 그것을 알아주진 않더라도, 변함 없이 그 모습을 보여주면 언젠가 국민들이 알 것이고, 국민들이 정치적 힘을 줄 것이다. 동료 정치인이 아니라, 국민을 믿었으면 좋겠다.

'친노'라는 명칭이 부채라 여겨지지 않고 자부심으로 다가가길 바란다. 노무현이 꿈꾸던 세상은 기득권을 설득해야 하는 험난한 여정이 필연적으로 따른다. 그 여정은 십년일수도 이십년 일수도 또는 그 이상일 수도 있다. 흔들리지 않고, 의심하지 않고 뚝심있게 나갈 수 있는 지구력을 필요로 하는 것이다.

문재인, 나는 당신을 떠나 보낸다. 혹시나 하는 미련조차 이제 남아있지 않았다. 그래도 희망은 버리지 않는다. 노무현, 그가 뿌리고 간 씨앗들이 어디선가 땅을 뚫고 나오려고 애쓰고 있을 것이고, 아직도 노무현과 함께 했던 꿈을 버리지 않고 노력하는 정치인이 있을 것이고, 또 나올 것이기 때문이다.

마지막으로, 당신을 떠나 보내지 않게 해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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