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력서.. 신분 세습에 이용되다.

외국 이력서에는 없는 한국 이력서의 가족사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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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성용(rambody)등록 2015.01.29 17:30

이력서 이력서 작성 ⓒ pixabay.com


외국의 이력서와 한국의 이력서를 비교해 보면 한국 사회의 숨겨진 모습을 엿볼 수 있다. 시대적 변화와 흐름에 맞춰 이력서 작성 방식과 내용이 변하고 있지만 고정관념으로 굳어진 악습도 남아 한국 사회의 발전을 가로막고 있다. 그중 대표적인 것으로는 가족사항이 있다. 외국의 이력서를 보면 가족사항을 이력서에 넣는 국가가 많지 않다. 이는 아직도 우리 사회가 혈연, 지연의 신분이 세습되는 악습을 뿌리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을 대변한다.

가족사항이 이력서에 있는 이유는 간단하다. 기업에 도움이 되는 직종이나 직업을 갖고 있는 부모들의 자녀들을 뽑기 위해서이다. 자신의 자녀가 몸담고 있는 기업을 무심코 지나칠 수 없다는 부모의 심리를 이용한 기업의 전략이다. 언론에서 자주 보도되는 국회의원 자녀의 채용 혜택을 보며 우리 모두 현대의 신분 세습을 목격하고 있다. 언론의 질타를 의식해서 인지 현 국회는 세습을 막기 위해 범령을 바꾸려 하지만, 그 효과는 일시적이거나 미비할 것이다. 국내 모든 이력서에 항목에 가족사항이 빠진다면 기업은 부모의 직업을 알 수 없을 것이다. 이력서에 가족사항을 빼는 것이 바로 대한민국 사회에 뿌리박힌 악습을 고쳐나가는 첫걸음이 됨을 기업과 정부 모두 인식하길 바란다.

외국의 이력서에는 부모 및 가족의 직업을 적는 란이 존재하지 않는다. 이는 자연스럽게 부모와 독립된 사회적 구조를 갖게 만들었고 부모의 직업과 신분이 아무런 노력 없이 이어지는 일이 없게 만들었다. 무엇이 옮고 평등한 사회인지는 언급하지 않아도 알 것이다.

두 번째는 외국 이력서에 없는 성장과정과 성격이다. 성장과정은 지원자에게 묻는 질문 중 가장 첫 순위로 등장한다. 기업은 성장과정을 통해 당신의 집안 분위기와 당신의 집안 레벨을 짐작한다. 이는 가족사항의 부모의 직업만으로 파악하기 어려운 부모의 교육 방침을 파악하는 동시에 당신의 성격을 유추하는데 있다. 한국의 이력서에만 존재하는 성격은 그동안 겪어본 직장인들의 행동 패턴, 성격, 이미지를 고려해 기업의 적합한 순종적인 사람을 뽑기 위해서도 사용된다. 집안 배경이 좋은 사람은 양질의 교육을 받아 기업에 순종적이고 기업을 배반하지 않는다는 선입견을 바탕으로 기업은 지원자의 성장과정과 성격을 눈여겨보는 것이다.

외국은 과거의 경험보다는 업무와 관련된 직접경험을 위주로 묻는다. 얼마나 기업에 도움이 되는 실력과 경험을 갖추고 있는지 주목하며 다양한 경험은 장점으로 받아들여진다. 이와 반대로 한국 기업은 성격과 이직 횟수를 바탕으로 기업을 향한 충성도와 인내심을 파악한다. 충성도와 인내심은 곧 불의와 회사를 향한 불만을 표출하지 않는 사람을 말한다. 아직도 전 근대적인 사상에 파묻혀 개혁과 변화를 제시하고 파장을 불러일으킬 가능성이 있는 인재는 사전에 배제해야 한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다. 창의적인 인재를 원하는 동시에 문제를 일으킬 수 있는 개혁과 변화를 싫어하는 모순된 양면성을 보이고 있는 것이다.

물론 기업 입장에서 문제를 일으킬 사람이 달갑지 않은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우리는 산업혁명을 통해 세기는 발전했음을 그리고 혁명을 통해 인권이 성장했기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위와 같이 인내심이 많은 인재는 로봇처럼 시키는 데로 따라 하는 인재들은 기존의 업무를 진행하는 데 유용할지 모르지만, 회사와 대한민국의 발전을 위해서는 아닌 것을 아니라고 말하는 인재들이 더욱 많아져야 한다.

현 사회는 부정부패에 침묵하지 않고 고발하는 시기로 변모하고 있다. 현재 우리는 과도기에 살고 있는 것이다. 아닌 것을 아니라고 말할 수 있는 세대와 그렇게 살지 못한 세대가 마주 보며 신분 세습을 막기 위해 범령뿐 아니라 우리 삶 깊숙이 박혀있는 악습을 같이 뿌리 뽑기 위해 노력할 필요가 있다. 정부의 신분 세습을 방지하기 위해 법령을 뜯어고친다는 말이 우습게 들리는 이유로 가장 기초적인 이력서의 악습조차 고치지 못하면서 마치 빈대 잡으려고 초가삼간 다 태우려는 행보를 보이기 때문인듯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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