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선순 할머니 별세...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54명 남아
매주 수요일 오전 12시 일본대사관 앞에서 수요시위... 23년째 이어져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황선순 할머니가 지난 1월 26일 별세하셨다. 할머니는 전남 화순에서 가족과 함께 살고 있었다. 정부에 등록된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는 238명, 그 중 이제 54분만이 남았다.
매주 수요일 정오, 서울 종로구 일본대사관 앞에서 평화시위가 열린다. '수요시위'라 불리는 이 집회는 일본군 '위안부' 피해 여성들의 문제 해결을 위해 1992년 1월 8일 시작됐다. 그리고 23년간 매주 같은 시간 진행되고 있다.
▲ 1월 21일 1162회 수요시위를 주관한 서울광영고등학교 동아리 '대흥나비' 학생들이 머리에 노란 나비핀을 하고 있다. ⓒ 조현아
1월 21일은 1162회째였다. 이날 시위는 서울광영고등학교 동아리 '대흥나비' 학생들이 주관했다. 최승주 학생이 사회를 맡았다. 시위는 격렬했으나 참가자들은 웃음을 잃지 않았다. 학생들의 머리 위엔 노란 나비 한 마리가 앉았고, 노래 '바위처럼'을 부르는 '떼창'과 '떼춤'에 맞춰 날개짓 했다. 풀지 못한 한은 나비와 노래로 승화되었다.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길원옥, 김복동, 이용수 할머니가 함께 했다.
시위는 참가자들의 자유발언으로 진행되었다. 네덜란드인 브리지뜨 씨는 자신을 강제수용소 피해자의 손녀라고 소개했다. '일본의 도의적 책임을 묻는 재단'에서 활동하고 있는 그는 네덜란드인들이 제2차 세계대전 때 일본군에게 겪었던 피해를 이야기했다. 그는 수요시위를 계속해 온 할머니들의 용기를 존경한다고 표현했다.
▲ 자유발언을 하고 있는 네덜란드인 브리지뜨 씨. ⓒ 조현아
서울 푸른꿈지역아동센터 꼬마들도, 남양주시 마석고등학교 학생들도 표현방법은 달랐지만 같은 뜻을 전했다. "할머니, 용기 내주셔서 감사합니다. 힘들게 밝혀주신 진실, 반드시 기억하고 이어가겠습니다" 라고.
수요시위, 항의집회를 넘어 평화와 인권 촉구하는 보편적 시위
광산구 선운중 동아리 '상상마당' 학생들 참여해 '전쟁없는 지구촌' 외쳐
광주 광산구에서 상경한 선운중학교 동아리 '상상마당' 학생들도 카드섹션을 보여줬다. '전쟁 없는 지구촌, 함께해요 다같이'라는 문구에서 수요시위가 항의집회를 넘어 평화와 인권을 촉구하는 보편적 시위임이 명징해졌다.
▲ 수요시위에 참가한 광주 광산구 선운중학교 동아리 '상상마당' 학생들 ⓒ 조현아
김복동 할머니가 이들의 목소리에 화답했다. "우리들은 힘없는 나라에 태어나 어린 나이에 끌려가서 성노예 생활을 했다. 나라가 해방되어 고향으로 돌아왔지만 아직까지도 우리는 해방이 안 됐다. 우리도 정부도 모두 서로 화합하는 나라, 통일이 되어 전쟁이 없는 나라가 되어, 후손들은 우리가 겪은 일들을 겪지 않고 마음 놓고 살 수 있는 평화의 나라가 되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어른도 아이도 남자도 여자도 수요시위를 함께 했다. 그 중에 특히 학생들이 많았다. 수요시위를 개최해온 한국정신대문제대책협의회 대표 윤미향 씨는 그의 책 <20년간의 수요일>에서 이렇게 말하고 있다.
"세상은 함께 만들어가는 것이라는 생각은 우리를 역사적 진실에 다가서게 합니다. 편견과 독선을 버리고 서로의 아픈 곳을 보듬는 것이 모든 것의 시작이겠지요. (……) 우리의 역사 수업은 어쩌면 위로와 격려를 반복하며 완성되는 것인지도 모르겠습니다."
▲ 수요시위에는 어른도 아이도 남자도 여자도 함께 였다. 수요시위에 처음 참가한 서울 푸른꿈지역아동센터 꼬마들. ⓒ 조현아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들은 대부분 팔십 세가 넘었다. 아프고 병든 몸은 언젠가 고 황선순 할머니처럼 건널 수 없는 강을 건너게 될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더 간절히 소망한다. "할머니 오래오래 사셔서 우리의 역사 선생님으로, 인권운동가로 남아주세요." 라고.
▲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길원옥, 김복동, 이용수 할머니가 함께 했다. “할머니 오래오래 사셔서 우리의 역사 선생님으로, 인권운동가로 남아주세요.” ⓒ 조현아
- 이 기사는 생나무글입니다
- 생나무글이란 시민기자가 송고한 글 중에서 정식기사로 채택되지 않은 글입니다.
- 생나무글에 대한 모든 책임은 글쓴이에게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