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인터뷰 기사는 B씨의 이전 직장이 얼마나 '막장'이었느냐를 욕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B씨의 에피소드를 공유해 청년들이 부당한 근로조건에 대한 약간의 이해와 경각심을 갖게 되길 바라는 의도에서 작성되었다. 개개인의 현실과 다른 부분이 많을 테니, 하나의 에피소드로만 읽어 주기시를 바란다. - 자기소개해달라."28살이고 지난 2012년 2월에 서울 소재 뭐 대학 조소과를 졸업했다. 조소과의 진로가 한정되어 있기 때문도 있고, 어렸을 때부터 일러스트나 디자인 쪽에 더 관심이 많아서 그쪽으로 일찍 방향을 정해 나름의 경력을 쌓아왔다. 그래픽디자인 공부도 따로 했고, 대학 다니면서 친구들과 작은 일러스트 전시회를 연다든지, 내 디자인으로 공책이나 달력 같은 문고를 만들어 인디마켓에서 팔기도 했다. 큰 상도 몇 번 받은 적 있다. 그 모든 과정이 너무 재밌었다. 그래서 평생 이 일을 하겠다고 마음먹었다. 졸업 후 한 대기업 홍보실에서 일했다. 처음엔 너무 기뻤다. 디자인을 정식으로 배운 것도 아니고, 대학 동기들은 대학원에 가거나 임용고시를 준비하고 있었는데 바로 사회인이 돼서 돈을 벌 수 있었으니까. 첫 직장에서 CI(Corporate Identity), BI(Brand identity) 관련 일을 했는데, 정말 하루 종일 동그라미만 그렸다 지웠다하는 것처럼 의미 없는 일을 했다. '성공적인 해외 사례'를 찾아 똑같이 만들어서 하청업체에 뿌리는 일만 계속 했다. 디자인 직원인데 디자인을 하지 않았다. 그러다 대기업에서 일하는 것이 나에게 좋지 않을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우선 디자이너의 일에 목말랐고, 안정적이지만 하는 게 없어서 회사를 나오면 경력직으로 다른 일 찾기도 힘들 것 같기도 했다. 더 많은 역할과 권한을 갖고 하나의 일을 처음부터 끝까지 해보고 싶었다. 그래서 이쪽에서 괜찮은 평가를 받고 있는 한 디자인회사로 이직했다. 거기서서 작년에 부당해고를 당해 서울지방노동위원회에 부당해고 구제신청을 했고 얼마 전 합의했다. 거기서 비정규직으로 11개월 30일 동안 일했다. 11개월 20일째에 해고통보를 받고, 열흘 동안은 대기발령 상태였다. 듣도 보도 못한 고용계약10개월 인턴, 2개월씩 자동연장어떤 근로계약을 맺었나?10개월 인턴이고 근로계약을 어기지 않으면 2개월씩 자동으로 연장되는 형식이다. 10개월 후에 2개월씩 자동 연장되는 게 아니라 자동연장이 4번 되면 10개월이고, 그동안은 인턴급여 120만원을 준다는 뜻이다. 11개월 30일 일했으니 다섯 번 자동연장된 거다. 세상에 그런 고용계약도 있나? 불법 아닌가?다들 그렇게 말한다. 그게 합법적이야?, 그렇대. 전혀 문제될 게 없대. 국가에서 영세한 기업을 배려해준 법을 악용하는 거다. 제작, 판매를 반복하다 보면 중간중간 비는 기간이 생기는데, 그때 사람을 내보내는 게 자기들에게 이득이라고 생각해서 그런 식의 계약이 시작된 것 같고, 그런 식으로 사람을 쉽게 자르다 보니 비는 기간과 상관없는 사람들도 사장 마음에 조금만 안 들면 내보내게 된 것 같다. 또, 항상 새로운 감각이 필요한 일이기 때문에 갓 대학을 졸업한 사람을 뽑아서 쓸 만큼 쓰고 해고해 버린다. 사람을 얼마든 잘라도 또 일할 사람이 있기 때문에 그쪽은 아쉬울 게 없다고 생각하는 것 같다. 내가 일한 1년 동안 정원이 7명인 디자인팀에서만 4명이 해고되거나 그만뒀다. 알바까지 합치면 10명이다. 디자인 계열 일자리가 많이 부족한가?수요와 공급이 모두 많다. 그래서 일자리 질이 더 안 좋아진 것 같다. 근로계약서 세부 내용은 어떤가?상사를 비방하면 안 된다, 서로의 근로계약조건을 얘기하지 않는다, 형사처벌 범죄자가 되거나 회사에 큰 손해를 입히면 안 된다…평범한 내용 같다실제는 전혀 평범하지 않다. 이 계약 조건을 대며 사소한 빌미로 사람을 해고한다. 과장이 아니라, 자를 것을 대비하고 사람을 부린다. 늘 직원들을 감시하고 해고시킬 때 쓸 자료를 만들어 놓는다. 일하다가 광고 한 번 잘못 클릭할 수도 있고, 개인적인 웹서핑도 한 번씩 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그런 것을 다 수집해 놓는다. 네이트온을 자동로그인해놓는데, 자기 멋대로 들어가서 사장 욕, 회사 욕한 걸 다 캡쳐해 놓는다. 그걸 내밀며 상사를 비방하면 안 된다는 계약서 조항을 대며 나가라고 한다. 사생활을 침해해놓고 되레 큰소리를 낸다. 또 회사에 큰 손해를 주면 안 된다는 조항을 들어 사소한 회사 재산 사용한 걸 트집 잡아 그만두라고 하기도 한다.연습장 같은 거?그렇다. 상식적으로 '큰 손해'는 사무실 문을 안 잠가서 물건을 도둑맞았다든가, 거래처와 계약을 잘못 맺어 몇 천만 원 손해를 입었다든가 그런 거라고 생각하는데 연습장 하나, 형광펜 하나 더 썼다는 걸로 사람을 해고한다. 거기가 첫 직장인 사람들이 많았는데 자료를 준비해서 나가라고 하니까 어린 직원들은 자기가 잘못했다고 생각하고 겁먹어서 그냥 나갔다. 하지만, 징계해고는 "사회통념상 근로관계를 계속시킬 수 없을 정도로 근로자에게 책임 있는 사유가 발생한 경우"에만 할 수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비품의 낭비라고 보기 어려운데도 회사에 과도한 손해를 끼쳤다고 해서 해고할 수는 없는 것으로 알고 있다. 연차 수당에 대해서도 한마디 하자면, 연차를 안 쓰면 퇴직할 때 수당으로 받을 수 있다. 이건 내가 바보 같은 건데, 나는 '갈음한다'라는 단어를 계약서에서 처음 봤다. '회사의 사정에 따라서 공휴일로 연차를 갈음한다' 뭐 그런 조항이었는데, 이번에 이게 무슨 뜻인지 알게 됐다. 예를 들어 광복절이 공휴일이니 그때 쉰 걸 연차 쓴 날로 처리한거다. 그래서 막판에 너 쉬었으니 연차수당 지급 못한다고 하더라. '밤 9시 이전에 가는 건 야근 아니다'식대도 지급 안 해전반적인 일자리 질에 대해 말해 달라. 비정규직 비율이나 야근 얼마나 했는지정확한 비정규직 비율은 잘 모르겠다. 각자의 계약을 얘기하지 않는다는 게 근로계약 조항에 있다. 그런데 굳이 물어보지 않아도 이렇게 사람을 자르는 걸 보면 태반이 비정규직인 것 같다. 야근은, 업무가 밀렸을 때는 거의 매일 했다. 9시부터 늦으면 11시 반까지. 주말에 출근하기도 했고. 일이 많지 않을 때는 일주일에 두 번 정도했다. 야근 없는 날도 퇴근시간이 6시 반인데 암묵적으로 누구도 7시 전에 가지 않았다. 나는 할 일이 끝나면 가방 싸서 6시 반에 딱 나갔는데 그걸 가지고 나중에 근무 태도가 불량했다고 책을 잡기도 했다. 그런데 사장은 늘 입으로는 야근 없는 회사를 만들겠다고 했다. 한국사회에서 일 끝났다고 먼저 퇴근하는 건 '싸가지 없는' 일 아닌가?한 달에 열흘 넘게 야근하는 게 적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나는 최선의 결과물을 만들기 위해 성실하게 일했고, 개인적인 시간 들이는 걸 아까워하지 않았다. 일이 재밌었으니까. 너무 좋았으니까. 일 끝나서 정시에 퇴근하는 게 싸가지 없는 일이라면 야근수당도 특근수당도 주지 않고 사람을 부리는 회사는 싸가지가 있나?사장은 아홉시 전에 가는 게 왜 야근이냐며 그 전에 가면 식대도 지급하지 않았다. 비위 못 맞추면 해고이건 마치 해고 배틀로얄왜 해고됐다고 생각하나?비위를 못 맞춰서.정말 비위를 못 맞춰서 해고됐을까? 실력이 부족했던 것은 아닌가?자만하는 것처럼 들리겠지만 정말 열심히 일했고 실력으로도 인정받았다고 생각한다. 사람들이 잘 믿겨하지 않는데, 회식에서 술을 마시지 않는다든가, 노래방에서 노래를 안 한다든가, MT를 갔을 때 잘 참여 안 한다든가, 야근을 좀 안 한다든가, 사장의 잘못된 명령에 반기를 든다거나 하는, 아무 것도 아닌 일로 사장의 눈 밖에 나면 사람을 잘랐다. 이 런 사유는 명백히 해고이유가 될 수 없는데도 말이다. 나의 경우는, 좀 전에 말한 것처럼 할 일이 끝나면 퇴근했는데 그게 분위기를 흐린다고 탐탁지 않아 했다. 또 사장의 명령에 무조건 네네하지 않았다. 쿠데타를 일으키겠다는 것도 아니고, 단지 합리적인 이유가 듣고 싶었을 뿐인데도 말이다. 그래야 제대로 이해하고 일을 더 잘 할 수 있지 않나. '왜'가 용인되지 않았다. 무조건 오케이 안 하면 대역죄인이 됐다. 그래서 제 발로 나가라는 의미로, 아르바이트생들이 하는 단순 업무를 맡게 됐는데, 그런 걸 시키면 나갈 줄 알고. 그런데 내가 일을 꽤 빨리 하는 편이라, 계속 빨리 하니까 사장도 곤란하고, 내가 하던 일을 나눠서 해야 하는 팀원들도 불만이 많았다. 안 그래도 일이 많은데. 사장의 그런 비상식적인 행동들이 '한국 정서상' 용인되는 수준이라고 볼 수 있지 않을까? 그럴지도 모르겠다. 직원들은 마냥 참아야만 하고, 이유도 물을 수 없고. 근데 그게 용인되는 수준이라고 해서 용인해선 안 되는 것 아닌가. 다닐만한 직장이 아니라면 일찍 그만뒀어야 하는 것 아닌가? 계속 일한 것은 그 악조건에 대한 일종의 동의라고 볼 수 있을 것 같은데어딜 가나 사장은 마찬가지라고 생각했고, 회사마다 장단이 있어 하나하나 지적하면 끝이 없으니 일단 다녀보자 생각했다. 그리고 이 일이 꼭 하고 싶었고. 처음부터 이상하긴 했다. 면접에서 사장이 인신공격적인 말을 막 하는데, 그게 압박면접인가 했다. 원래 그런 식으로 말하는 사람이더라. 직원들 분위기도 너무 이상했다. 일하는 동안 아무도 말을 안 하고 컴퓨터만 보고 있더라. 아, 뭔가 이상하구나 싶어서 첫날 사장과의 대화내용을 녹음했다. 내 나름대로는, 취직해야 하니 어쩔 수 없다 다 괜찮다 하지 않고, 이 회사를 객관적으로 평가하고 대비를 한 거다. 이후로 사람들이 어이없게 잘려나가는 과정을 보면서 자연스럽게 내가 해고되면 어떻게 대응해야 할지를 조금씩 준비하게 됐다. 회사 수익은 잘 나나?그런 편이다. 인건비, 기타 비용 빼고 사장 통장으로 들어가는 돈이 한 달에 1억 정도라고 알고 있다.그렇게 고용이 불안정한 곳에서 좋은 결과물이 나오는 게 가능한가?아무래도 사람이 빨리빨리 갈리다보니 문제가 생길 수밖에 없다. 경험이 부족한 초보 디자이너가 잘못된 파일을 인쇄소에 보낸 적도 있고, welcome을 wellcome이라고 쓴 대형오타 사건도 있었다.어떤 과정으로 해고됐나?해고통보 받기 전날, 휴일이었는데 내 회사PC가 로그인됐다고 카카오톡 알람이 왔다. 그래서 뭔가 있겠구나를 예감했다. 다음날 출근했더니, 사장이 나를 불러 '직원들과의 불화'를 이유로 나가라고 하더라. 녹취를 준비하고 "그래서 전 해고인가요?"물었더니 끝까지 해고는 아니라고 발뺌하더라. 해고라는 말을 안 해도 근로계약을 종료할 의사를 전달하면 해고된 거다. 11개월 20일째 날이었다.착각이 아니라 난 동료들과 잘 지냈다. 일 없으면 정시에 퇴근하고 술을 안 마시니 그런 이유를 대도 괜찮을 거라고 여긴 것 같다. 어이가 없어서 "아닌데요. 잘 지내는데요." 했더니 저도 민망했는지, 횡설수설하다가 나중에는 짐 싸서 빨리 나가라고 소리 지르더라. 이유를 듣겠다고, 나가지 않겠다고 끝까지 버티니 자기랑 친한 남자직원들을 불러 나를 억지로 끌어냈다. 충성심을 보여주고 싶었는지 정말 개 끌듯이 나를 끌고 가 문밖에다 패대기쳤다. 많이 다치진 않았지만, 혹시 몰라 당일 병원에서 진단받고 상해진단서를 신청했다.나중에 답변서를 교환할 때 그쪽이 말도 안 되게 이걸 해고사유의 핵심으로 꼽았다. 내가 난동을 피워서 징계해고했다고. 이미 나가라고 해놓고 자기들에게 조금이나마 유리하게 사실을 재구성한 거다. 그리고 그쪽에서 자기들도 다쳤다며 의사소견서를 내놓기도 했다. 부당해고된 다음날 당당하게 출근한 이유"나중에 문제 생길까봐"그렇게 회사를 떠났나?아니. 그 다음날 당당하게 출근했다. 놀랐을 거다. 얘는 뭔가. 왜 왔냐고 물어봤는데, "아 전 일하러 왔죠."대답했다. 또라이라고 생각했을 거다. 그쪽에선 보통 이러면 출근 안 하는 게 정상 아니냐, 난 너랑 일 못한다고 했지만, "저는 할 수 있는데요."대답했다. 그만두라는 말을 들은 날 집에 오자마자 인터넷을 다 뒤져봤다. 이 상황에선 어떻게 해야 하나. 비용을 내고 사설 노무사와 상담도 했다. 결론은 일단 출근하라는 거였다. 혹시나 무단으로 결근하면 나중에 문제가 될 수도 있다고 했다. 그날 회사에선 일단 나를 집으로 보내고, 대기발령처리를 했다. 다음날 징계위가 열렸고, 나는 참석시키지 않았다. 징계해고될 사안도 아닌데 말이다. 회사는 사직서를 쓰게 하고 근로계약종료서에 사인을 받고 싶어 했다. 그렇게 되면 부당해고가 아니니까. 사직서를 쓰면 자기가 다 인정하고 나간 셈이 된다. 그렇게 되면 퇴직금도 해고예고수당도 못 받고, 실업급여도 못 받는다. 하지만 난 그걸 다 요구할 권리가 있다.사직서는 요식행위라고 생각했다. 개인사유로 퇴직한다 한 줄 적어 내는 게 종이만 아깝다고 생각했는데부당해고의 경우 사직서를 절대 내면 안 된다. 해고가아니라 사직으로 처리된다. 노동위원회에서도 맨 처음에 묻는 게 "사직서 냈어요?"였다. 나가라고 하면 일단 알겠다고 하고, 아무 것에도 사인하지 말고 그냥 나와서 바로 신고하는 게 좋다. 나와서 뭘 해야 부당해고 보상을 받을 수 있나?관할 법률구조공단에 가든가, 지역노동위원회에 가면 되는 것으로 알고 있다. 나는 지역노동위원회에 가서 부당해고구제신청을 냈다. 신청서를 내면 그 다음 주에 접수됐다는 연락이 오고, 월평균 임금 200만원 미만의 근로자는 국선 노무사를 선임할 수 있어 안내에 따라 절차를 밟으면 된다. 노무사와 이유서를 써서 사측에 보내면 답변서가 온다. 그럼 다시 답을 하고, 보통 두세 번 정도 왔다갔다한다. 정확히 요구한 내용이 뭔가?해고예고수당과 퇴직금을 요구했고, 별도로 상해에 대해 피해보상을 신청하려고 했다. 어리고 여자라 우습게 봤을 것징계해고되면 이 바닥에서 다시 일 못한다 협박부당해고 구제신청 제기 이유서를 받고 회사에선 어떤 반응을 보였나?꽤 당황했을 거다. 내가 아직 어리고 여자이기 때문에 좀 우습게 봤을 거다. 이렇게 해봐야 아무 것도 못 하겠지, 겁먹고 그만두겠지, 그 회사에서 부당해고 당한 수많은 사람들처럼 쟤도 똑같겠지, 생각했을 거다. 처음엔 어차피 우리는 퇴직금 안 준다, 네가 권고사직을 받아들이고 나가면 징계해고는 없던 것으로 해주겠다, 징계해고되면 앞으로 이 계통에서 일 못 할 거라고 나를 협박했다. 그런데 자기들도 이걸로는 안 된다는 걸 알았는지, 계속해서 조건을 바꾸며 합의를 요구했다. 나는 납득할 수 없는 회사의 요구에 따를 필요가 없었다. 나는 사실 앞에 떳떳하고, 증거도 확실히 있었다. 노동자로서 마땅한 권리를 찾고 싶었다. 그렇게 이견이 좁혀지지 않았는데 어떻게 합의했나?노무사와 노동위 조사관이 끊임없이 합의를 요구한 게 컸다. 거의 반 강압적으로. 노무사는 돈이 안 되는 일이라서 시간 없다고, 기업이랑 하면 얼마나 버는 줄 아느냐는 식으로 말하며 빨리빨리 일을 끝내고 싶어 했다. 노무사의 답변서가 부실해서 내가 한 번 더 쓴 적도 있다. 이 이야기로 전체 노무사를 욕보이고 싶지 않다. 그냥 그 사람이 특별히 불성실했다. 그래서 합의하는 게 좋겠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 두 달 정도 이 과정을 끌었는데, 너무 힘들었다. 중간에 실신한 적도 있고. 아직도 치료받고 있다. 주변 사람들도 너를 위해서 끝내라는 이야기를 굉장히 많이 했다. 재판까지 갈까봐 겁 안 났나? 2,000만 원 이하의 소액 재판은 '소액사건 심판제도'로 법무사를 통해 소장을 작성해서 스스로 재판을 준비할 수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하지만 혼자 증거를 찾고 서류를 작성하는 일이 현실적으로 어렵기 때문에 현실적으로 소송까지 가지 않기를 바랐다. 그쪽도 소액 사건으로 소송까지 가는 걸 원하지 않았을 거다. 바쁘니까 직접 재판 준비할 시간도 없고, 변호사 선임하고 이런저런 시간과 비용을 들이느니 합의금 주는 게 여러모로 편했을 거다. 최종 합의 내용은 무엇인가?퇴직금과 합의금으로 각각 통상임금 1개월 치를 받고 권고사직처리되는 것으로 끝났다. 합의에 만족하나?그렇진 않다. 현실적으로 포기한 부분이 많다. 사설 노무사를 선임했더라면 더 많은 보상금을 받을 수 있다고 생각하나?그럴 수도 있겠지만, 결과가 어떻게 될지 모르기 때문에 비싼 선임료를 내는 것이 부담스러웠을 거다. 합의가 끝났을 때 어떤 기분을 느꼈나?구조는 절대 못 바꾼다는 것을 느꼈다. 합당한 권리를 찾으려고 노력했지만, 결국 노동자에게 불리한 고용환경은 바뀌지는 않을 거라는 생각을 했다. 사람들이 기센 여자 취급을 하지 않았나?그렇진 않았다. 부모님은 네가 원하는 대로 하라고 지지해주셨고, 직장 동료들도 많이 도와줬다. 사장이 뭘 꾸미고 있는 것 같다고 회사 돌아가는 사정도 알려주고, 따뜻한 조언도 많이 해줬다.직원들 사이가 그렇게 좋으면 재직 중에 왜 조직적으로 대응하지 않았나? 낙인이 찍힐까봐 그렇게 못한다. 이 바닥이 참 좁다.본인은 낙인찍혔을텐데 앞으로 어떻게 하려고 하나?디자이너에 대한 대우가 보다 나은 나라로 가서 일해볼까 생각하고 있다. 정해진 건 아직 없다.'포트폴리오 만드는 거니까 괜찮다'최면 걸며 버티지 마라청년들에게 현실적 조언을 하자면?먼저 근로 조건에 대해 좀 공부해야 한다고 말하고 싶다. 부당해고를 당할까봐 걱정하며 일하는 사람은 없겠지만, 일지를 써놓는 것도 좋다. 그게 나중에 법적인 증거가 될 수 있다. 연봉인상 합의 시에도 좋은 자료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부당한 대우를 무조건 참지 말라고 말하고 싶다. 회사가 시키는 거니까, 내가 좋아하는 일이니까, 돈 조금 받아도 보람이 있으니 괜찮다고, 포트폴리오를 만드는 거니까 괜찮다고 최면을 걸며 버티지 말고 일한 만큼의 정당한 대가를 받고 잘못된 게 있다면 대응했으면 한다.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가내수공업 청년잡지 <흔한열정>2월호에도 실렸습니다. (http://comecommon.blogspot.kr/) 작은 관심 부탁드립니다. #부당해고 #고용계약 #해고예고수당 #노동위원회 #흔한열정 이 기사는 생나무글입니다 생나무글이란 시민기자가 송고한 글 중에서 정식기사로 채택되지 않은 글입니다. 생나무글에 대한 모든 책임은 글쓴이에게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