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활치료 위해 입원한 요양병원에서 대체 무슨 일이?

치료실에서 낙상사고... 요양병원 환자 관리에 문제점 많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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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명주(piayoon)등록 2015.02.17 18:06
지난해 10월, 경기 동두천의 한 요양병원. 치매를 앓고 있는 70대의 환자를 간병인이 침대에 묶어 놓고 때려 손가락이 골절되고 얼굴에 멍이 생긴 사건이 벌어졌다. 간병인은 일단 폭행에 대해 인정을 하면서도 '우발적인 상황'이었다고 진술했고 병원측의 관리상 과실이 있었는지는 드러나지 않았다.
올해 1월 20일에는 수원에 있는 노인요양시설에서 치료를 받던 80대의 환자가 시설 관계자로부터 폭행을 당했다는 신고가 접수되었다. 보호자는 구청과 국민건강보험공단에 상해진단서를 제출했지만 시설 내부에 CCTV가 없고 치매를 앓고 있는 환자의 진술에 신빙성이 없어 시설에 대해 혐의점을 찾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처럼 언론을 통해 공개되는 요양병원 관련 기사는 자극적인 폭행 기사들이 많지만 관련 전문가들은 그 외에도 문제점이 많다고 입을 모은다. 요양병원의 환자 관리, 이대로 괜찮을까?

치료 중 발생한 낙상사고, 가족에게 알리지도 않고 무릎에 밴드만 붙여

70세의 김금례 씨는 지난해 9월 머리가 어지러운 증상이 가라앉지 않아 종합병원을 찾았고 뇌경색 진단을 받았다. 45일간 치료를 받고 호전이 되었지만 재활치료가 필요하다는 소견이 있어 지난해 11월 11일 인천에 있는 재활요양병원에 입원을 했다. 3개월에서 6개월 정도 입원할 계획이었다.

거동이 가능했던 70세의 김 씨는 재활치료를 위해 요양병원에 입원해 있다 낙상사고를 당해 기저귀를 차고 혼자서는 움직이지 못하는 상태가 되었다. ⓒ 한국환자단체연합회


그런데 12월 2일, 면회를 위해 병원을 찾은 가족들은 환자의 계속된 통증 호소에 몸을 살펴보다 무릎에 일회용 밴드가 붙여져 있는 것을 발견했다. 이에 대해 병원측은 2일 새벽, 환자가 혼자 주저앉아 무릎에 가벼운 찰과상이 있었고 필요한 조치는 다했다고 답했다. 그러나 환자의 고통은 계속되었고 걱정이 된 가족들은 전에 치료를 받던 종합병원으로 옮기기로 결정했다.

퇴원을 앞둔 12월 5일, 병원측에서 또 다른 사고가 있었음을 알려왔다. 새벽에 간병인 소홀로 환자가 병실 바닥에 넘어지는 사고를 당했다는 것. 간병인과 만나 얘기할 수 있게 해달라는 가족들의 요청에 그날 근무했던 간병인은 대체 간병인이라 만날 수가 없다는 답변만 들었다. 혼자 화장실 정도는 다녀올 수 있는 상태였던 김 씨는 기저귀를 차고 생활해야 했고 혼자서는 움직일 수 없는 상태가 되었다.

결국 김 씨는 종합병원으로 옮겼고 MRI 검사 결과 12번 흉추 압박 골절로 확인됐다. 담당 주치의는 낙상사고와 골절을 연결 지을 수는 없다고 했지만 가족들은 환자의 상태가 악화된 데 다른 이유는 없다고 주장하고 있다.

"전에는 거동이 가능하셨어요. 그런데 재활치료를 위해 입원한 병원에서 무슨 일이 있었는지 갑자기 거동도 못 하게 되고 기저귀까지 차고 생활을 하게 되셨습니다. 아무리 치료를 전문적으로 하는 병원이 아니라고 하지만 환자 관리를 이런 식으로 해도 되는 겁니까?"

한국환자단체연합회의 제14회 환자샤우팅카페에 선 강두석 씨는 재활치료를 위해 입원한 요양병원에서 낙상사고를 당한 김금례 씨의 사위로 병원측에서 계속 말을 바꾸고 사실을 은폐하려고 했다며 분통을 터뜨렸다. ⓒ 한국환자단체연합회


가족들은 병원측과 얘기하던 중에 병원 실장으로부터 뜻밖의 얘기를 전해 들었다. 병원 실장은 12월 2일 낙상사고 뿐만 아니라 12월 1일에도 사고가 있었다고 했다. 재활치료실을 찾은 김 씨의 의자가 부러지는 바람에 환자가 떨어지는 사고가 났던 것이다. 실장은 당시 소리가 크게 들려서 무슨 큰 사고가 났나보다 생각했다고 덧붙였다고 했다. 이에 대해 병원 사무장과 원무과장은 병원 실장이 잘 모르고 한 얘기라며 그런 일은 전혀 없었다고 주장하고 있는 상황이다.

"사고가 있었으면 가족들에게 자세하게 설명하면 되는 거 아닙니까? 그 과정에 인정할 건 하고 사과가 필요하면 하고, 그런 식으로 처리했으면 저희도 소송 고려까지 할 필요 없죠. 계속 치료도 받아야 하는데 말입니다. 가족들 입장에서 기가 막힌 건 병원에서는 지금까지 사고에 대해 제대로 된 사과 한 마디 안 했다는 겁니다."

의무기록지 수정한 흔적, 원본 확인하니 내용도 다르고 담당 간호 조무사 사인도 달라

12월 19일, 가족들은 병원을 찾아 의무기록을 열람하고 사본을 발급받았다. 병원에서 내준 의무기록지 사본은 수정 테이프로 지운 흔적이 남아 있었다. 가족들은 원본을 열람하면서 불빛에 비춰본 후 병원측에서 의무기록지의 내용을 여러 차례 수정했음을 알았다. 담당 간호사 사인도 다른 날에 한 사인과 필체가 확연히 달랐다고 한다.

"담당 간호사를 만나러 갔더니 처음에 저희를 피하더군요. 원무과로 가길래 따라 들어갔더니 원무과 직원들이 고함을 치면서 감히 어딜 들어오냐고 하면서 쫓아냈어요. 의무기록 열람하러 갔을 때 병원장 부인이란 사람한테 욕도 듣고. 이런 상황을 가족들이 어떻게 받아들이겠습니까? 병원측 태도를 보면 계속 말을 바꾸고 가족들에게 굴욕감을 안겨주는 등 사실을 은폐하고 있다고 생각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김 씨의 가족들이 확보한 의무기록지 사본은 수정 테이프로 지운 흔적이 남아 있었다. 가족들은 원본 대조 결과 날짜 및 내용 수정과 사인 대필 등의 조작이 있었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고 한다. ⓒ 한국환자단체연합회


이에 대해 법무법인 제현의 구영신 변호사는 "안전사고의 50% 정도가 낙상사고다. 환자의 상태에 따라 의료기관이나 의료진이 주의를 기울이고 적절하게 조치를 했어야 했는데 그렇지 못한 경우로 보인다. 이런 부분은 민사소송을 통해 따져볼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며 "최근에 크게 이슈가 되고 있는 어린이집 학대 관련 뉴스를 떠올리게 된다. 개인정보보호법도 있고 사생활 침해 이슈도 있지만 이런 시설에 CCTV 설치가 의무화되어 문제를 원만하게 해결할 수 있도록 제도적인 뒷받침이 되어야 한다"고 밝혔다.

환자단체연합회 안기종 대표는 "요양병원이 최소한의 환자안전을 담보하도록 하기 위해 2년 전부터 의무적으로 의료기관평가인증원의 인증을 받도록 했다. 만일 이 요양병원이 낙상사고 발생 후 이를 보고하지 않고 재발 방지를 위해 노력하지도 않고 은폐에만 급급했다면 인증시 이를 참작해야 할 것"이라며 요양병원에 대한 의료기관평가인증원의 적절한 역할을 주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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