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미테이션 게임>의 주인공들이다. 2차대전에서 막대한 기여를 했지만 오랫동안 알려지지 않았다. ⓒ 성낙희
조안 클라크(키이라 나이틀리)의 미모와 캐릭터가 가장 좋았다. 미모는 익히 알려졌는데, 뛰어난 지성을 갖춘 데다 매력이 미미한 남자에게 끝까지 애정을 쏟는 모습이 좋았다. 많은 여성들은 앨런 튜링(베네딕트 컴버배치)을 보려고 영화관을 찾은 것 같다.
앨런은 <셜록>의 주인공 캐릭터와 많이 다르다. 천재 수학자이지만, 외골수 같은 면이 있는 데다 사회 부적응자를 떠올리게 할 정도로 대인관계에 서툴다. 영화가 비극으로 흘러가면서 앨런에게 연민을 느끼게 된다.
<이미테이션 게임>은 러셀 크로우가 주연한 <뷰티풀 마인드>와 비슷한 면이 있다. 우선 실화를 바탕으로 만들었다는 것과 두 주인공 모두 수학 천재로 등장하는 것, 암호 해독을 다루는 것, 국가 정보기관과의 관계가 나오는 것 등이다. 차이가 있다면 <뷰티풀 마인드>에서 정보기관은 주인공의 정신질환에 의한 환상이라는 것이다.
<이미테이션 게임>은 2차대전 당시 영국 정보기관 MI6가 비밀리에 만든 조직의 이야기다. 조직은 독일군의 암호를 해독하는 임무를 맡았다. 당시 유럽 전역을 장악한 독일군을 연합군이 무너뜨린다. 연합군이 여러 작전들을 펼쳐서 독일을 이기는데, 사실 보이지 않게 결정적 역할을 한 것이 MI6의 조직이다. 또 그 주인공이 수학 천재 앨런이다.
정보기관과 첩보영화 등에 관심 있는 사람에게 적합한 영화다. 2차대전 당시 영국 모습을 잘 그려냈다. 드라마틱한 서사가 돋보여서 폭은 더 넓다고 할 수 있다.
앨런은 독일군의 암호를 해독하는 데 컴퓨터를 개발하는 것이 필수라고 확신한다. 앨런이 조직에 들어와 조안 클라크를 발탁한다. 앨런이 동료들과 어울리지 못하고 갈등을 일으킬 때 조안은 대인관계의 실제적 도움을 준다.
▲ <이미테이션 게임>. 앨런은 연합군 승전에 큰 역할을 했고, 조안은 앨런의 생활에 큰 도움을 줬다. ⓒ 성낙희
암호 해독의 결정적 열쇠는 전혀 예상치 못한 곳에서 얻는다. 앨런과 조안 등 조직원들이 호프에서 술과 함게 여가를 즐길 때 조안의 친구가 무심코 던진 말이다. 그녀는 독일군의 통신을 감청하는데 병사가 습관적으로 내뱉는 단어를 농담 삼아 이야기한다.
앨런은 벼락이라도 맞은 듯이 작업실로 내달린다. 그리고 암호 해독을 해낸다. 난 이것을 우발성의 축복으로 여겼다. 앨런은 물론 그 누구도 술자리에서 암호 해독의 열쇠가 나오리라 예상치 못했다. 농담으로 한 말이 영감이 되어 돌아온 것, 이건 우발성의 축복이다.
우발성의 축복은 교과서에 기록된 과학자들의 위대한 발견에서도 나온다. 뉴턴의 사과와 아르키메데스의 목욕탕 등이다.
일상에서도 우발성의 축복을 보게 된다. 별 기대 없이 어느 모임에 갔는데 나와 정말 잘 통하는 이성을 만났을 때, 심심해서 들어간 중고책방에서 내 일상을 바꿔줄 책을 만났을 때 등등.
어쨌든 앨런의 집념은 연합군의 승전으로 이어진다. 그러나 영국 정부는 조직을 노출하지 않는다. 앨런의 공로도 알려지지 않는다. 오히려 동성애자라는 이유로 신문 사회면에 실리고 화학적 거세를 당한다.
영국 정보기관은 50년 동안이나 앨런의 역할을 함구했다. 전쟁에서 이기기 위해 철저한 보안 속에 조직을 만들고 임무를 맡겼다. 임무도 철저히 비밀리에 진행했다.
어느 정보기관이 선거 와중에 뉴스 댓글 달기 임무를 맡고 여론 조작을 치밀하게 진행한 것, 특정 정치세력의 시녀 역할을 한 것이 떠올라 실소가 나오기도 했다.
앨런에게 시종일관 애정을 쏟는 조안, 조안의 도움으로 동료들과 관계가 원만해진 앨런, 이들 모두가 독일군 암호 해독에 필사적으로 매달리는 자세, 결국 연합군을 승전으로 이끄는 조직, 그 이면에 희생된 조직원들의 생활 등 어느 하나 허투루 흘려보낼 내용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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