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내와 함께 한 봄날 구경

행복은 자연의 순리를 따라 걷는 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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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형효(tiger3029)등록 2015.03.23 14:25
살아있는 날은 언제나 봄날이다. 주말이었다. 그래서 아내는 출근하지 않는다. 나는 아내와 이어온 3개월여의 길 위의 데이트를 토요일과 일요일에는 하지 못한다. 달리 말하면 아내가 집에서 나를 기다리는 유일한 시간이 토요일과 일요일이다. 퇴근을 해서 아내가 집에서 날 맞아주는 기분은 색다르다. 나는 퇴근하면서 아내에게 준다고 캔커피를 준비했으나 토요일이니 길 위의 데이트가 없는 날이었다.

그래서 집에 도착해서 이거 당신에게 줄려고 준비했는데 오늘은 데이트가 없어 가져왔다고 했더니 그냥 마시고 오지 그랬느냐고 그런다. 나는 내가 사랑하는 당신에게 주려고 준비했으니 이것을 꼭 마시라고 했다. 아침 식사를 준비하면서 아내는 오늘은 광교산에 가자고 한다. 벌써 며칠 전에도 한 차례 가기로 말은 했으나 못갔다. 그래서 그러자고 했다. 그러나 밥을 먹고 난 후 무슨 일이 그리 바쁜지 아내는 계속 전화통화에 기사작성에 산행을 하자고 해놓고 출발할 기미를 보이지 않는다. 기다리며 뒹굴다 이내 잠이 들어버렸다.

잠에서 깨어보니 아내가 컴퓨터를 켜놓은 채 사라졌다. 옆방에서 여전히 전화통화 중이다. 아내는 네팔기자협회 임원과 네팔몽골리안 기자협회(fonijkorea,com)대표 발행인으로 활동하고 있고 그 외에도 네팔인 모임 6개 조직에 임원을 맡고 있다. 얼마전 이제 줄이겠다고 서로 약속을 했는데, 다시 더 늘어나고 있다. 그런데 이제 네팔기자협회 대표를 맡아달라는 제안이 들어와 고심 중이다. 여전히 너무 바쁜 아내에게 이제 그만하자고 서로 말하고 있으나 내 생각은 할 수 있다면 하라고 할 마음이다. 

아내는 꽃을 문 벌 구경에 신이 났다. 이웃집 화단에 홍매화가 피었고 인근의 산기슭에는 개나리와 산수유 꽃도 피었다. 곧 온 세상이 화려하게 꽃필텐데 사람들의 마음에도 밝은 빛이 스며들었으면 좋겠다. 아내는 꽃을 문 벌 구경에 신이 났다. ⓒ 김형효


봄 구경이 바쁜 사람들 지동시장에 오래된 도넛가게에 줄지어 선 사람들 뒤로 아내도 줄을 섰다. 팔달문시장 쪽으로 오는데 떡메를 치고 인절미를 사기 위해 또 사람들이 모여들었다. ⓒ 김형효


아내는 틈틈이 전화도 받고 자신의 일도 보면서 쉼터에 도서관 준비까지 쉬는 날이 더 바쁘다. 그것은 내게도 마찬가지다. 하지만 우리 부부는 오늘은 꼭 짬을 내어 함께 외출을 하자고 했다. 오늘 우리 부부의 봄맞이 수원여행은 매탄동 집에서 출발해서 집주변의 꽃 탐색을 시작으로 지동시장을 찾아 걸었다. 시내를 걷다가 이런 저런 새로운 풍경들을 주제로 아내와 이야기 하는 재미도 소중한 시간이다. 전통시장을 구경하다가 40년 되었다는 도넛가게에 사람들이 줄지어 서 있었다. 아내는 대체 무슨 일이길래 사람들이 줄지어 선거냐고 묻는다. 눈 밝은 나는 자초지종을 이야기하고 팔달문 시장 주변의 국수명소에서 국수를 먹기로 한 계획을 도넛 먹는 걸로 바꾸었다.

우리 부부는 3000원어치 도넛을 사들고 걸으며 배를 채우기 시작했다. 화성 성곽을 지나 팔달산 허리쯤에서 약수도 마시고 준비해간 따뜻한 물과 커피를 마시며 담소를 나누었다. 모처럼 여유로운 우리 부부의 봄날은 가까운 동산을 찾는 여유로움 속에서 찾았다. 산을 내려와 네팔인 가게에 가던 중 오늘 개업하는 네팔레스토랑 사장을 만나 초대를 받았으나 다음 기회에 가기로 하고 매산시장에 있는 네팔인 람타파 형님 가게에서 커피도 마시고 네팔전통차도 마시며 긴 이야기를 나눈 후 귀가했다.

봄 구경이 즐거운 아내 우리 부부의 봄날 구경을 반기듯 팔달산에도 여전히 봄날의 빛이 완연했다. ⓒ 김형효


모든 일상의 순리를 따라 살아가는 것들이 우리에게 봄날이다. 그리고 이제 봄날의 아름다움을 나는 틈나는 대로 아내와 함께 할 것이다. 봄날이 왔다. 이제 아내는 나의 모델로 이 봄날을 살 것이다. 그리고 우리 부부의 꿈도 봄처럼 필 것이다. 행복은 자연의 순리를 따라 사람이 함께 걷는 일에서 시작되는 것이리라.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w-수원뉴스에도 게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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