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마인이야기] 제발 커피한잔만 주세요!

이탈리아에서 커피를 먹는 방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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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혜리(romari)등록 2015.03.28 16:16
온몸의 세포를 아쌀하게 깨워주는 쓰디쓴 커피의 맛을 알때 어른이 되는거라고했다.
이탈리아에서 커피 맛을 통해 어른이 되기란 쉬운게 아니다.

이탈리아 커피 이탈리아에서 하루 세잔의 '카페(Caffe)' 는 기본이다. ⓒ 박혜리


줄리아 로버츠가 주연한 '먹고 사랑하고 기도하라'의 한 장면을 보면 이탈리아에서 커피한잔을 얻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일인지 알 수 있다.
이탈리아의 한 카페에서 사람들은 바리스타가 있는 바(Bar)에 우르르 모여 자신이 원하는 커피를 목청껏 외치고 있고
이런 문화에 익숙하지 않은 줄리아로버츠는 커피한잔이탈 주문하지 못하고 사람들에게 떠밀리며 당황스러워 한다.

영화에서 현실감있게 표현했듯 이처럼 이탈리아에서 '커피 한잔'을 얻기 위해서는 사전 준비가 필요하다.

영화 먹고 기도하고 사랑하라의 한 장면 이탈리아 카페의 모습을 현실적으로 잘 표현했다. ⓒ 영화, 먹고 기도하고 사랑하라 중


이탈리아에서 커피를 얻기 위해서는 먼저 계산을 해야한다. 그리고 계산을 하고나서 받는 영수증을 아주 소중하게 간직해야한다.
한국에서처럼 "영수증은 버려주세요."하는 순간 커피 한잔의 여유는 날아가고야 만다.

영수증이 준비되었다면 바(bar)에 빼곡히 서 있는 이탈리아인들 사이를 비집고 들어가 영수증을 흔들며
자신이 원하는 커피를 신속하고 정확하게 외쳐야한다
"un! caffe! perfavore!! (카.페.한.잔.주세요!!) "
바리스타와 아이컨텍이 되길 간절히 기다리면 그가 나의 영수증을 시크하게 반틈 찟고 나서 주문한 커피를 준다.

커피숍이 아니라 'BAR'에 커피를 마시는 것도 생소하다.
보통 Bar는 술을 마시는 곳이라는 생각을 하지만 이탈리아에는 커피를 마시는 곳을 Bar라고 한다.
커피를 Bar에 서서 마시기 때문에 이탈리아에서 '테이크 아웃'은 비 보편적인 주문이다.
물론 이탈리아에도 '테이크 아웃'이 있지만 그란데 사이즈의 종이컵이 아니라  일회용 플라스틱 혹은 소주 잔 만한 종이컵으로 제공되기 때문에 커피 한잔을 손에 들고 시크하게 로마 거리를 배회하기에 폼이 나지 않는다.

테이크 아웃을 하지 않는 이유를 물었다.
"왜 커피를 테이크 아웃 안해? 이렇게 서서 마시는거 힘들것 같은데…"
"커피는 자고로 'Bar'에서 마셔야지! 테이크 아웃을 하는 순간 커피가 식는다고!"
순간의 온도를 위해 치열한 몸싸움을 하는 그들의 열정이 놀랍다.

커피의 나라 이탈리아 이탈리아에서 카푸치노 등의 우유가 곁들여진 커피는 아침에 마신다. ⓒ 박혜리


이탈리아에서는 어떤 커피를 마셔야할까?
익숙하게 "아메리카노 플리즈~" 하면 싸늘한 시선이 돌아온다.
에스프레소 한잔에 뜨거운 물을 가득 담아 마시는 아메리카노는 말그대로 미국 사람 (americano)란 뜻이다.
커피빈을 볶을 때 생기는 기름이 뜨거운 물 위에 둥둥 뜨기 때문에 아메리카노는 맛이 없다고 주장한다.

물론 지금은 아메리카노를 찾는 수많은 관광객의 수요에 맞춰 이탈리아의 다수의 카페에서 '아메리카노'를 제공한다.
그러나 더운 여름, 아이스 아메리카노를 주문한다면 에스프레소 한잔에 뜨거운 물 조금 그리고 그 위에 얼음 두어개가 동동 띄어져있는
차갑지도 뜨겁지도 않은 '검은 물' 을 만나게 될 것이다.

아무리 커피가 맛있다고해도 여전히 에스프레소가 사약처럼 느껴진다면?
우유가 조금 들어간 커피를 주문하면 된다.
'따뜻한 우유와 고소한 커피 맛이 어우러지는 커피를 마셔야지!' 라고 결심하고 주문을 한다.

"라떼 플리즈~"
잠시 후 앞에 놓인건 새하얀 우유 한잔이다.

이탈리아어로  라떼 (latte)는 그저 '우유'이기 때문에 에스프레소가 들어간 커피를 마시고 싶다면 반드시 '카페라떼'라고 해야한다.
심지어 자신없는 억양으로 얼버무린다면 라떼 (latte, 우유)를 주문했지만 비슷한 발음의 떼 (Tè, 차)를 받을 수도 있다.
이쯤되면 '원하는 커피 얻기'에 분노가 솟구쳐 달콤한 무언가가 필요하다. 이럴때 필요한건 마끼아또?
이번에도 아니다. 마끼아또 (Macchiato)는 그저 얼룩진이란 의미이다.
카페 마끼아또는 에스프레소 한잔 위에 우유를 살짝 부어 얼룩을 만든 것이고 반대로 라떼 마끼아또는 우유 위에 에스프레소로 얼룩을 만든 것이니 한국에서 주문한 카라멜 마끼아또에서의 달콤함 기대할 수 가 없다.

카페 비타의 아메리카노 카페 비타에서는 제대로 된 아메리카노를 맛볼 수 있다. ⓒ 박혜리


로마에서 익숙한 커피한잔에 위로 받고 싶다면 카페 비타를 찾아보자.
로마 중앙역사 테르미니에 위치한 카페 비타 (Cafe vYta)는 아주 쉽게 찾을 수 있다.

이 곳에서 아메리카노를 주문해보자. 이 곳은 모던한 인테리어와 최상의 꼬르네또 (크로와상)으로도 유명하지만
그동안 그립고 그리웠던 아메리카노의 한을 풀어주기에 최적의 장소이다.

비타에서 받은 아메리카노 한 모금을 음미하고 뜨거운 커피가 수혈처럼 온몸에 촥~ 퍼질때 그리웠던 익숙한 맛에 뭉클해
눈물을  흘릴지도 모른다.

카페비타 로마 중앙역, 테르미니 역사내의 카페 비타의 전경 ⓒ 박혜리


Vyta (카페 비타)
위치: 로마 테르미니 역사 내부
가격: 종류에 따라 상이 1유로~ 3유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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