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어머니가 아팠지만, 내가 대를 이어 아프고, 내 아들이 아프다"

[사람들이 만난 사람들] 한국원폭2세환우회 한정순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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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현진(bs00133)등록 2015.04.02 14:31
잔인한 내림, 되물림되는 고통

"우리 가족은 히로시마에 살고 있었다고 해요. 할아버지, 할머니와 아버지의 8형제를 비롯해 14가족이 원폭이 떨어질 때 히로시마에 있었어요. 그 때 할머니와 둘째, 셋째 삼촌이 얼굴과 몸에 화상을 입으셨어요. 다섯째 삼촌은 발뒷꿈치에 화상을 당했는데 치료를 받아도, 연세가 드시도록 끝내 상처가 아물지 않았어요. 일상생활을 하다 보면 피가 흥건하게 흘러있기도 하셨어요. 가족 중에 70세 넘도록 산 사람이 다섯째 삼촌 밖에 없어요. 거기에 있었던 언니는 30대에 돌아가셨고, 아버지도 65세에 돌아가셨어요.

제 어머니는 당시 임신 중이셨어요. 해방 이후에 돌아오지 못하고 출산 후 귀국했는데, 피폭 될 때 태내에 있었던 아들은 한국에 돌아오고 나서 홍역이나 다른 병세도 없이 앓다가 엄마 품에서 죽었어요. 정말 안타까운 일이죠. 제 어머니는 그 아들이 굶어죽었다 말씀하시는데, 어른이 먹을 밥이 있으면 아기는 굶어죽을 만큼 놔두지 않잖아요? 아기가 먹어도 얼마나 먹겠어요. 제 어머니는 그렇게 인정하고 싶으시겠지만, 우리 만이 아니라 피폭 2세 중에 10세 미만에 질환이 아닌데도 원인 모를 죽음을 당한 사람들이 한 둘이 아니네요. 아마 제가 살아온 세월은 책으로 써도 다 못 쓸 거에요."

한정순 회장의 어머니는 합천에 있는 원폭피해자복지회관에서 생활하고 계시다고 한다. 한정순 회장은 현재 대퇴부무혈성괴사증으로 인공관절 수술을 준비하고 있고, 그의 첫째 아들은 뇌성마비를 가지고 태어났다. 2012년에는 한정순 회장을 담은 다큐멘터리 영화, '잔인한 내림 - 遺傳'이 나오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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